시간이 얼마 없음을 알기에

내 친구 루비를 소개합니다

by 명랑한쭈

10살 된 내 친구 강아지 루비

9년 키우던 슈나우저 장금이를 갑작스레 보내고

다시는 강아지를 키우지 않으리라 다짐했건만

큰 아이의 간곡한 부탁으로

다시 키우기로 마음먹었다

아주 애기 때부터 키우면 좋겠지만

버려진 강아지들이 많기에

이왕 키우는 거

조금이라도 좋은 일에 보탬이 되고 싶어

10년 전 이태원 유행사라는 유기견 단체에서

루비를 데려왔다

작고 귀여운 강아지들은 빨리 입양이 되는데

유독 몸집이 크고

섞인 아이들은 입양이 안 되는 거 같았다

그중 우리 루비도 그랬다

답사를 가고 일주일 뒤에 다시 갔는데

다른 작은 아이들은 입양을 가거나

예약이 되어있었는데 우리 루비는 여전히

사람들에게 소개가 되고 있었다

"너 우리 집에 가자"

사람들은 유기견을 그냥 데려온다고 생각하는데

중성화 수술도 연계된 병원에서 시켜야 하고

(새끼를 낳아 팔까 봐)

서약서도 써야 하고

책임감을 갖도록 나름 절차가 있었다

루비랑 유행사에서 봉사활동을 하는 젊은 청년과

내차로 병원에 가는 길..

얼마나 긴장을 했는지 중앙선을 넘어 마주 오는 차와

사고가 날 뻔했다

지금도 그 상황을 생각하면 등골이 오싹해지고

그 청년에게 너무너무 미안하다

동물병원 선생님께서 나에게 하신 말씀을

아직도 기억한다

"아이가 여유가 있어요

죽을 뻔했음에도 누더기 상태로 배도 고팠을 텐데

얘는 진짜 여유가 있었어요"

이 말이 무슨 뜻인지 나는 키우면서 점점 더 느낀다

질투도 없고

먹을 거에 지나치게 욕심도 없고

삐지지도 않고

애교가 넘치지도 않지만 불안도 없는

늘 똑같은 평안한 아이

아이들에게도 이런 아이가 너무나 필요했고

늘 불안함을 달고 살던 나에게도

이런 아이가 너무나 필요했다

그래서 길냥이였던 초코랑도 합사가 쉬웠다

루비가 자기 자리를 흔쾌히 나눠주었기에..

루비에게 해줄 수 있는 최고의 일은 뭘까 생각하다가

너무나 당연하겠지만

루비가 살아가는 동안 떨어져 있지 않기로

배고픔을 느끼지 않게 밥을 잘 주기로

산책을 매일 하기로

이 세 가지는 꼭 지키기로 했다

그래서 나는 10년 동안 여행도

다섯 손가락에 꼽힐 정도로

최소화로 다녀왔고

산책도 눈이 오나 비가 오나 바람이 부나

매일 하고 있다

오늘도 눈이 많이 오는 아침

정말 나가기 싫었으나

너는 나 아니면 세상밖 냄새를 맡을 수 없으니

더 많이 눈이 쌓이기 전에 다녀오자 하고는

박차고 나갔다 왔다

너로 인해 똑같은 길이지만 사계절을 느끼고

냄새를 맡고 운동도 하고

고맙다는 생각이 어느샌가 들었다

10살 루비야 너는 얼마나 내 옆에 있을 수 있을까

시간이 짧아짐에 눈시울이 항상 붉어진다

이건 모든 애견인들이 느끼는 감정일 것이다

소중하다 내 친구 루비

며칠 전 이가 흔들려

전신마취하고 발치와 스케일링을 하느라

고작 6시간을 떨어져 있었음에도

그 집안의 적막함이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다

내 친구 루비야

아프지 말아라

네가 건강하게 살다가 가는 것만으로도

나에게는 네가 해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이란다

너는 너 자체로 너무나 예쁘단다

그거 아니?

알았으면 좋겠다

다음생엔 엄마의 진짜 딸로 태어나렴

내 친구이자 개딸 루비야

너를 너무나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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