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나라에서 만나면 아는 척해주라
며칠 전, 열무김치를 담그기 위해
마트에 갔는데 열무에 우뚝 큰 달팽이가
내 눈에 띄었다.
그냥 못 지나치는 나.
분명 사람들이 죽일 것이 뻔해서
일단 집으로 데려왔다.
비 오는 날 장지천에 풀어주기로 마음먹었으나
중3 딸이 키우겠다고 하여
지금 달순이는 좋은 집에서
사랑받으며 살고 있다.
오늘도 역시 마트에 가서 배달시키려고
박스를 딱 여는데
오 마이 갓! 달팽이가 붙어 있는 것이 아닌가…
하... 왜 내 눈에 자꾸 보이는지.
더 이상 키울 수는 없지만
그냥 지나칠 수 없어 데려왔다.
달순이와 같이 키우면
알 폭탄을 맞을 수 있기에
이번엔 굳은 마음을 먹고
비 오는 날 장지천에 풀어주기로...
한 시간 뒤,
둘째 친구가 키우겠다는 반가운 소리에
얼른 입양 준비를 시작했다.
다이소에 가서 집도 사고, 은신처도 사고,
촉촉하게 뿌려줄 스프레이도 사고,
내일 줄 야채까지 단단히 챙겨서
보내줘야지.
달팽아, 네 운명인가 보다.
물기도 없는 박스에서 살아남은 걸 보면
예쁜 언니 집에 가서 사랑받으며
눈 감는 날까지 편안하게 살다 가거라.
오늘도 나는
한 생명을 살린 것 같아
너무나 뿌듯하다.
언젠가 하늘나라에서 만나면
나 아는 척해주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