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제목을 보고 난 오해를 하였다. 나를 나답게 만드는 것들? 어떤 느낌인가. 나를 알아가는 방법. 나를 찾아가는 방법. 그런 방법론인 책인줄 알았는데, 완전 빗나갔다. 이제보니, 옆에 부제가 있었다.
- 유전자, 세균, 그리고 나를 나답게 만드는 특이한 힘들에 관하여
책을 다 읽고 난 후 알았다. 아, 이건 내 몸속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관한 일이구나라는 것을.
정말 읽기가 쉽지 않았다. 예전에 읽었던 책이 생각났다. '당신은 뇌를 고칠 수 있다'라는 책. 이 책은 나의 정신세계를 많이 바꾸어 놓은 계기가 되었다. 그렇지만 그 때도 읽기 쉽지 않았다. DNA 이름도 잘 기억은 안나지만, 어쨌든 가장 기억에 남는 하나의 문구가 있다. 그것은 바로,
밀은 당신의 뇌를 공격할 수도 있다.
그래서 그 후 파스타와 같은 음식을 한동안 안먹었다. 나의 뇌에도 밀을 받아들이지 못해 면역체계가 형성되어 나 스스로를 공격할까봐. 그렇지만, 결국에는 먹게 되었다....
이번 책에도 DNA와 호르몬, 세균에 대한 내용들이 나와 용어가 굉장히 생소하다. 그러한 용어를 뇌에서 뭔가 해석(?)하느라 읽는 속도가 굉장히 더뎠다. 그리고 일주일 동안 굉장히 고난을 겪으며(책을 읽기 위한 시간확보가 정말 힘들었다.) 결국에는 일주일이 걸려 읽어냈다. 예전에 뭔가 글을 읽을 때 만큼의 엄청난 성취감은 없었다. 하지만 너무너무 읽기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마지막 챕터를 읽는 순간 나는 '바이오 전공'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으니까.
AI 발전속도가 더딘 이유
갑작스럽긴 하지만 잠깐 AI에 대해 이야기를 해보자. 요즘 4차 산업혁명이라는 키워드로 많은 산업이 발전하고 있다. 하지만 역설적이게 큰 변화를 못느끼고 있는 분들도 많을 것이다. AI란 이름이 무색할 정도로 코로나 하나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왜 이렇게 변화가 더딜까? 정말 여러가지 요소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가장 큰 것은 AI라는 이 용어에 있다고 생각한다. 사실 AI는 수학적 알고리즘에 불과하다. 단지 그걸 컴퓨터가 연산해주는 것이고, 사람은 아직까지 제대로 해석할 수가 없다. AI 알고리즘을 해석하기 위한 AI(eXplainable Artificial Intelligence, 설명가능한 AI)도 많이 연구가 되고 있다. 그 뿐이다.
그럼 알파고는 왜 이길 수 밖에 없었을까? 바둑판이라는 '틀이 정해진 룰'이 있었기 때문에. 그 안에서 사람이 둘 수 있는 경험치는 한계가 있다. 이해가 안된다면 공식으로 한번 살펴보자
사람의 수명 * 바둑 대국의 수
바둑은 바둑돌을 놓는 곳이 정해져 있다. 그 속에서 바둑을 두고 복기하는 만큼 사람의 바둑실력은 성장할 것이다. 그럼 이러한 룰에 컴퓨터를 적용시킨다면? 훨씬 더 많은 바둑을 두게 할 수 있다. 그리고 여기서는 컴퓨터의 엄청난 능력이 발현될 수 있는 조건이 갖추어져 있다. 바로 '병렬 프로세싱'이다. 컴퓨터 한 대로도 여러개의 알파고를 만들어 훈련을 시킬 수 있다. 그러면 이러한 컴퓨터를 여러대를 두면? 셀 수 없을정도로 많은 알파고를 둘 것이고. 이것을 계속 훈련시키면 사람 한명이 평생둘 수 있는 바둑 대국의 수를 훨씬 웃돌것이다. 그럼 컴퓨터가 이길 확률이 훨씬 높지 않을까? 이런 정해진 틀속에서 알파고는 탄생한 것이다.
이 책을 읽기 잘한 이유(고정관념 깨기)
우리는 사람마다 굉장히 다른 색깔을 가지고 있다. 여기서 색깔이란 자신이 좋아하는 행동. 먹을 것 등을 의미한다. 누군가는 햄을 좋아하지만 누군가는 좋아하지 않을 수 있다는 말이다. 햄은 몸에 좋지 않으니까 채소를 한번 생각해보자. 채소는 누구나 먹으면 좋은 것이라는 인식이 있다. 그래서 어떻게든 먹기만 하면 누구나 건강해 질 수 있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은 나에게 굉장히 당연했다. 하지만 이 가설에는 문제가 있었다. 누구나 그걸 할 수 있다는 것. 그 전제조건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이 책을 보고 알 수 있었다.
우리는 태어날 때부터 보유하고 있는 DNA에 의해 '나'라는 틀이 정해진다.
이 DNA라는 것이 굉장히 우리에게 큰 영향을 끼치는 그 무언가였다. 누구나 채소를 먹으면 건강해질 수 있지만, 누구나 채소를 쉽게 먹지는 '못하는 것'이었다. 이 책의 저자의 경우, 미각이 너무나 뛰어나 채소에 들어있는 쓴맛을 가진 화학물질에 대한 미각또한 너무 잘 느낄 수 있는 것이었다(여기서는 브로콜리를 예로 든다).
이전까지는 그냥 열심히 노력하면 되는 것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모든 것이 의지력 문제인 줄 알았다. 하지만 그것이 아니라는 얘기다. 우리 몸은 굉장히 복잡하게 이루어져있다. 겹치게 하지 않게 하기 위한 조물주의 생각에서 였을까? 그래서 사람들마다 다를 수 밖에 없는 이유를 식욕, 중독, 기분, 공포, 연애, 정신, 신념 등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그리고 이런 내용을 보면서 사람들이 꼭 의지력이 부족해서 못 이루는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순전히 내 생각이지만, 어떤 사람은 다이어트가 상대적으로 쉽다. 하지만 어떤 사람은 쉽지 않다. 이유는 다이어트 식단을 먹는 것 자체가 어떤 사람은 100의 노력을 해야된다면, 어떤 사람은 10의 노력만으로도 이루어질 수 있기 때문에 사람마다 차이가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이 책을 읽으면서 나라는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 라는 생각을 좀 더 하게 된 계기가 된 것 같다.
그래서 이 책이 주는 교훈이 뭘까?
갑자기 AI를 설명한 것은 이 책이 그만큼 가치있는 정보를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그랬다. 1~9장까지 정말 읽기가 쉽지 않았다. 알면 정말 도움이 되는 정보들이 많았지만, 그래서 우리가 과연 무엇을 할 수 있다는 얘기일까?라는 생각이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았기 때문이다.
나의 경우에는 10장을 읽고 이 의문이 한번에 풀렸다. 그리고 주마등 처럼 1~9장에서 한 얘기들이 머릿속에 스쳐지나갔다. 그리고 섬뜩한 생각이 들기도 했다. 머릿속에서 미래가 현실화 되는 듯한 느낌을 받았기 때문에. 사이보그. 즉, DNA를 편집할 수 있는 능력을 보유한다면? 말도 안되는 상상이라고 생각했던 부분이 지금 어느정도 이루어지고 있다는 사실에 굉장히 놀라웠다.
그렇다면, 정말 불사의 삶을 살 수도 있을 것 같은 미래가 그려졌다. 뇌를 잘 보존하고 육신을 바꾼다면? 그러한 미래가 좋을지 끔찍할지는 그 때가 되어봐야 알겠지만, 그 때 AI의 힘은 굉장히 폭발적이지 않을까 싶다. 여러모로 도움이 된 흥미로운 책 '나를 나답게 만드는 것들'이었다.
나를 나답게 만드는 것들
저자 빌 설리번
출판 브론스테인
발매 2020.12.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