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코딩하는 작가 코작
Jul 20. 2021
나는 지금 어디쯤 왔을까
나를 알기 위한 여행 - 면접
'채용 제안이 왔습니다'
나는 회사 생활에 약간 회의감을 느끼고 있었다. 주 52시간을 넘기면서 무료로 해야 하는 봉사활동은 이제 그만하고 싶었는데.... 여전히 일이 바쁘면 시간이 오버될 수밖에 없었다
'다른 곳에 지원해볼까...'
사실 나는 이전에 있던 회사나 지금의 회사에서 같은 회의감을 느끼고 있었다. 내가 아무리 열심히 일을 해도, 그 실적과 공적은 고객의 것이었다. 나에게 남는 것은 그냥 '열심히 했다'였을 뿐. 그나마 지금 있는 회사에서는 그래도, 실적을 남길 순 있었다. 그런데 그마저도.... 이런 얘길 들었다
'특허를 고객이 달라고 했다며?'
얼마 전 파트장님이 내게 이런 얘길 해주었다. 특허를 자기가 쓴 것이 있는데, 고객이 자기 것이랑 겹치니 달라고 한다는 것이었다. 이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상황이란 말인가... 사실 이 외의 갑질의 횡포는 엄청나게 많지만... 그것이 주제는 아니니 줄이겠다.
이 말을 들은 나는 이 생활을 청산해 보고자 채용 제안을 수락해보기로 했다. 그전까지 나는 채용 제안이 많이 왔음에도 불구하고 수락을 하지 않았다. 준비가 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그런데, 생각을 바꾸기로 했다. 그냥 해보는 것이다. 해본다는 것은 그 자체로 의미가 있을 것 같았다. '100번의 실패 끝에 1번의 합격' 크... 얼마나 멋진 말인가... 이제는 책 속의 삶에서 나와 현실과 부딪혀 보는 것이다.
채용 제안이 온 회사는 집에서 1시간 15분 정도 떨어진 서울 윗 지방에 있었다. 열심히 지하철을 타고 갔는데, 면접시간보다 2시간 일찍 도착을 했다. 면접장소를 미리 알아볼 겸, 회사 장소로 갔다. 가보니 회사 사무실로 2개의 방을 쓰는 것 같았고 1개의 방은 휴게실 같았다. 위치를 파악하고 나와서 나는 스타벅스로 향했다.
'마지막으로 무엇을 한번 더 보면 될까'
면접 들어가기 전에 나름 준비를 해보려고 자격 요건을 다시 한번 살폈다. 머릿속으로 정리를 하고 면접 장소로 들어갔다.
인사담당자분께서 반갑게 맞이해주시고, 물 한 컵을 건네주셨다. 그리고 총괄하시는 높은 분께서 나와 1대 1 면접을 보기로 하셨다. 첫 번째 질문은 이거였다.
"이 회사에 지원하게 된 동기는 무엇인가요?"
사실 난 이 회사에 지원을 하게 된 것이 어떤 한 문구 때문이었다. 그래서 그걸 이야기하면서 지원하게 되었다고 얘기하니 반응은 시큰둥하셨던 것 같다.
"음 전에 했던 일이 뭐예요?"
나는 내가 했던 일에 대해서 이야기를 했다. 그러니 그분이 본인께서 예전에 했던 이야기를 하면서 그거 맞죠?라고 물었는데, 전 조금 다르고 어떻다 이야기를 했다. 그러니 그분께서 이렇게 이야기를 하셨다.
"나는 다 알고 있으니 숨기려고 하지 말고 이야기를 해요"
사실 이 부분에서 조금 어이가 없었다. 나는 숨긴 적도 없고, 있는 그대로 이야기를 하고 있었는데...
사실 나는 회사에 오기 전에 그분의 약력을 봤다. 우리나라 최고의 시가총액 기업을 이전에 다니셨던 것 같았다. 그리고 그 분야에 몸을 담으셨으니 본인의 지식이 있으셨을 것이다. 그런데, 내가 하는 업무는 그것과는 달랐고 그 부분을 얘기했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이거였다.
"나는 다 알고 있어. 그쪽 회사도 내가 잘 알고 있어"
어느 순간부터 말을 놓으셨다. 그런 얘기를 쭈욱 하다가 갑자기 코딩 테스트를 보게 되었다.
'사전에 얘기는 못 들었는데...'
물론 직군이 코딩 테스트를 봐도 이상할 것 없는 직군이었지만, 나에게 그걸 알고 모르고 차이는 컸다.(있다는 걸 알았으면 아마 안 갔을 것 같은....ㅎㅎㅎ)
그리고 쉬운 문제를 내주셨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제대로 풀지 못했다. 파이썬으로 풀었어야 하는 문제를, C와 파이썬을 혼재시킨 내 답은 엉망진창이었다.
'시간을 너무 많이 잡아먹었네요'
그렇게 나는 광탈을 하고 면접장을 빠져나왔다. 그리고 엘리베이터 앞에서 마지막으로 여쭤봤다.
'혹시 S전자에서 LSI 사업부에 다니셨나요?'
"네, LSI사업부에도 있었고 무선사업부에도 있었고....(중략)"
예전 얘기를 하시는 것이 굉장히 즐거워 보이셨다. 인터넷을 찾아보니 '님'을 쓰는 수평적인 문화를 조금 기대했는데, 내가 느꼈을 때는 지금 내가 있는 회사보다 수직적인 느낌이 들었다.(그냥 내 개인적인 생각이니...)
개인적으로는 회사의 분위기는 임원진들이 결정한다고 생각한다. 나라도 마찬가지고 회사도 마찬가지고, 위에서 실질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사람들이 먼저 움직여줘서 그 회사의 분위기가 잘 형성된다고 생각한다. 아무리 밑에서 발악을 해도 위를 바꾸기는 쉽지 않다.
어쨌든, 오랜만에 한 회사를 면접보고 나와서 와이프에게 연락을 했다.
"나 광탈했어. ㅋㅋㅋㅋ"
이로써 나에게 1번의 면접이라는 나의 21년도의 인생기록에 적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