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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코딩하는 작가 코작 Sep 30. 2021

AI 개발자로 이직한지 1년반이 지난  지금

얀센 백신 맞고 피곤함에 찌든 어느날 쓴 글

작년 3월에 면접을 보고 4월에 꿈에 그리던 AI 개발자로 이직을 했다. 사실 기존 회사도 육체적이나 정신적으로 야근에 시달려 많이 힘들긴 했지만, 미래에 대한 두려움도 떨칠 수 없었다.


'과연 잘한 일일까?'


기존에 정말 여러가지 일을 했다. 제안서 작성부터 원가추산서, 과제관리 지원, 하드웨어, 시제항목 관리, 펌웨어 구현, 디버깅, 부품 재고관리, 납품 등 프로젝트 하나도 벅찬데 몇개를 하니 몸이 남아나질 못했다. 거기에 인사고과를 챙기기 위한 실적도 쌓아야 했다. 물론, 한가한 날도 있었지만 체감이 되진 않았다.


퇴사를 하겠다고 선언을 하면 마음이 편할 줄만 알았지만, 퇴사를 하는 날까지도 마음은 편하지 않았다. 그렇게 회사를 나오고 바로 다음 날부터, 이직한 회사로 출근을 하기 시작헀다.


소프트웨어만 하면 좋을 줄 알았다. 실제로도 좋았지만 그 좋음은 얼마 가질 못했다. 여기도 회사였다. 살아남기 위해서는 실적을 챙겨야 했고, 경력으로 이직한 나는 무언가를 위한 실적을 내야만 했다. 거기에 소프트웨어만 한 다른 사람들과는 달리 그만큼 실력이 부족했다. 그들이 흔히 쓰는 용어는 나에게는 외계인 언어처럼 이해가 되지 않았고, 그건 비단 소프트웨어 언어 뿐만이 아니라 그들이 구현하는 분야에 대한 내용도 포함되어 있었다.


이런 상황에 나는 AI 분야에 대한 세미나를 해야만 했다. 다른 이들에게 지식을 쌓고 공유하는게 나의 첫번째 임무였다. 주어진 건 책 1권. 이 책을 마스터해서 세미나를 해야했다. 책의 내용이 하나도 이해되질 않았다. 책은 파이썬으로 구현할 수 있는 AI에 대한 코드 내용들로만 가득찼다. 이 내용을 왜 배워야 하는건지. 어떤 어플리케이션 분야에 적용할 수 있는건지 알 수 없었다. 그래서 사비로 미친듯이 책을 사고, 강의를 들었다.


그렇게 욕도 먹으면서 우여곡절 끝에 세미나 3번을 끝냈다. 그리고 갑자기 부여 받은, 고난도 미션. 아무것도 모르는 나에게 아이언맨에 나오는 트랜스포머를 구현하라는 윗 분의 말에 나는 아무것도 모르는 자율분야에 대한 세미나를 수행해야만 했다. 이유도 모르고 왜 해야하는지도 모르고, 심지어 내가 아는 분야도 아니고 아는 사람도 없는 이 분야에 대해 세미나를 해야만 하는 이유는 내가 AI개발자이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나는 자율주행에 관련된 강의를 찾아서 듣고, 자동차, 드론, 잠수함 등 자율에 관한 책을 무작정 사서 읽었다. 모두 사비를 털어 넣었다. 그 즈음 구글 AI 자격증인 텐서플로우 자격증도 취득했다. 그리고 SLAM이라는 로봇이 지도를 생성하는 기술에 대한 공부를 하고 세미나를 했다. 그런데, 내가 세미나를 하면서도 나는 개략적인 부분에 대해서만 할 수 밖에 없었다. 도대체 자율로 움직이게 하는 기술을 나혼자 어떻게 다 하지? 라는 생각에 잠도 못이루고 미칠 것만 같았다.


그렇게 나는 미친듯이 또 검색하고 검색해서 자율주행 미니카 조립품을 찾아내고 그것을 만들었다. 집에다가 검은색 테이프로 작게 길을 만들고 그 길 위를 미니카가 학습해서 움직이는 것을 동영상으로 찍었다. 그렇게 조금이라도 자율로봇에 대한 실마리를 찾기 위해 노력했다.


그리고 갑작스레 팀이 옮겨졌고, 나는 자율로봇에 대한 회의를 하기 위해 타 팀과 결국 협의에 이르렀고, 그들도 쉽게 이것을 만들 수 없음을 이해했다. 전화로도 많이 얘기했지만 서로 마음만 답답할 뿐, 해결책은 나오지 않았다. 직접 만나서 회의자료를 만들어서 회의를 한 끝에야 비로소 어느정도 일단락 되었다.


그렇게 1년여를 방황 아닌 방황을 했다. 그리고 그 후 갑자기 또 쉽지 않은 미션을 부여받았다. 임베디드 보드로 AI를 구현해야 하는데, 여러개의 카메라에서 들어오는 영상을 실시간으로 검출해야 하는 미션이었다. 팀에 있는 그 누구도 못한다고 했다. 나는 잘 모르니까 못하겠거니 했지만, 그래도 포기할 수 없었다. 내가 맡은 미션이니까...


그렇게 같이 봐주시던 파트장님도 타회사로 떠나고, 혼자서 해쳐나가야만 했다. 그렇게 3개월이 또 흘렀다. 정말 다행히도 지금은 어느정도 구현을 하고 있다. 앞으로 할 건 많지만 가능성을 충분히 보일만한 성과를 내고 있고, 그 누구도 알아주고 있지는 않지만 스스로 다독이며 성과를 하나씩 만들어가고 있다.


전회사에서도 해보지 못한 분야를 내가 맡았었다. 참조 레퍼런스도 없고, 나에게 주어진건 해내야만 하는 사명이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어떻게든 해내야만 하는 성격은 아니었는데, 회사를 다니면서 책임감이 확실히 생겼다. 먹고 살아야 하기 때문일까.


말이 길었는데, 결론은 이직 하길 잘했다는 것이다. 이직하면 무조건 힘들다. 새로운 곳에 적응 뿐만 아니라 기존과 업무 스타일도 많이 다르고 사람들도 다르기 때문에 힘들다. 그렇지만 얻는게 있다. 아무것도 모르던 내가 여기와서 올해 사업 획득에도 기여하고, 특허를 3건 출원하고 4건째 쓰고 있다.


작년에는 내 분야도 아니었던 자연어 처리에 대한 내용으로 학술지에 논문도 내고. 올해도 논문지는 아니지만 학술대회에 낼 논문을 써서 검토받는 중이다.


아마 지금 나처럼 많이 힘들어하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비단 AI 뿐만 아니라 어떤 분야에서도 그런 느낌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결국 미래의 내가 과거의 나를 봤을 때 나는 분명히 성장해 있다는 느낌을 받을 것이다. 그렇게 성장해 왔고 앞으로도 도전을 하며 성장할 것이다.


가장 좋은 건 오퍼가 어마어마하게 들어온다. 여기서 내가 말하는 오퍼는 이직권유이다. 지금도 메일에 몇건이나 있는지 모른다. 물론 옮기기 쉽지 않을 것 같다. 밑바닥을 경험한 나에게 지금 굉장히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기 때문에.(물론 내일 나의 마음은 또 바뀔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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