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과 좌절, 그래도 해야한다.

도전과 좌절은 결국, 가족을 지켜내는 또 다른 이름이다.

by 윈플즈

회사를 그만두고 처음으로 비디오 캠코더를 손에 쥐었을 때의 묵직한 감각은 아직도 손바닥에 남아 있다. 회사에서 안정적인 월급을 받으며 다니던 생활을 내려놓고, 주말에는 결혼식장을 찾아 촬영을 하고, 평일에는 집에서 편집을 하는 삶. 웨딩 영상이라는 새로운 길은 두렵기도 했지만 자유와 가능성의 상징처럼 보였다.


주말에 신랑 신부의 결혼식을 찍고, 평일에는 하루 이틀 몰입해 편집을 끝내면 나머지 시간은 온전히 내 것이었다. 그때 느낀 해방감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평일에 붐비지 않는 도로나 여행지를 아이들과 함께 걸으며 “남들과 다른 길을 걷고 있구나” 하는 작은 자부심도 있었다.


처음엔 그저 신랑 신부의 미소를 담아내는 것으로 시작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내 촬영 범위는 점점 넓어졌다. 웨딩홀의 환한 조명 아래에서 순간을 잡아내는 것뿐 아니라, 대기업에서 의뢰하는 행사 영상도 맡게 된 것이다. 국내에서 알아주는 완구기업이 유치원에 캐릭터를 보내 아이들과 놀아주는 행사 현장, 카메라 너머로 들리던 아이들의 웃음소리는 아직도 귀에 선명하다. 또 국내 최대 통신사의 사원들을 위한 사내 이벤트 촬영을 맡았던 적도 있다. 수백 명의 직원들이 함께 웃고 즐기던 그 열기 속에서 나는 ‘나도 누군가의 소중한 순간을 기록하고 있구나’라는 묘한 뿌듯함을 느꼈다.


비디오 캠코더는 그때 내 전부였다. 어깨에 걸어 매고, 눈을 뷰파인더에 붙이고, 순간의 호흡에 맞춰 줌을 당기고 밀며 사람들의 표정과 분위기를 담았다. 지금처럼 누구나 손안의 스마트폰으로 영상을 찍을 수 있던 시대가 아니었다. 결혼식장의 긴장된 공기, 아이들이 캐릭터와 뛰놀던 천진난만한 웃음, 사내 행사에서 들리던 환호는 오롯이 내 캠코더 렌즈를 통해 세상 밖으로 전해졌다. 그 영상을 보고 감동하는 사람들이 있었고, 나는 그들의 기억을 보관해주는 기록자가 되었다.


하지만 10년이라는 세월이 흘러가면서 세상은 눈부시게 변했다. 디지털 카메라에 동영상 기능이 붙기 시작했고, 시간이 조금 더 지나자 누구나 버튼 하나만 누르면 고화질 영상을 찍을 수 있게 되었다. 더 큰 변화는 편집 프로그램에서 일어났다. 예전에는 몇 시간, 며칠을 붙잡아야 가능하던 편집이 이제는 초보자도 손쉽게 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들이 쏟아져 나오면서 가능해졌다. 유튜브라는 새로운 플랫폼도 등장했다. 처음엔 나와는 상관없는 세상 같았는데, 어느 순간 사람들이 직접 영상을 찍고 편집해 올리며 ‘나만의 영상’을 만들어내기 시작했다.


결혼식장에서도 변화는 분명히 일어났다. 예전에는 신랑 신부가 ‘특별한 기록’을 위해 반드시 전문가에게 영상을 맡겼다. 하지만 이제는 친구나 가족이 찍은 영상을 편집 프로그램으로 손쉽게 다듬어 쓰기 시작했고, 어느 순간 웨딩 패키지에서 영상 항목이 빠져버렸다. 신랑 신부에게 ‘선택 사항’이 되어버린 것이다. 그날을 누구보다 특별하게 기록한다고 믿었던 내 일은 그렇게 점점 설 자리를 잃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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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은 자라고, 생활은 이어져야 했다. 매달 나가는 고정비는 줄어들지 않았고, 수입은 눈에 띄게 줄었다. 그때부터 닥치는 대로 일을 해야 했다. 영상 편집뿐만 아니라 잡다한 외주 일, 심지어는 내 전문과는 거리가 있는 일까지도 맡았다. 때로는 하루에 세 가지 일을 병행해야 했다. 말 그대로 쓰리잡이었다. 몸은 지쳤지만, 그럴수록 아이들의 웃음이 나를 붙잡아 주었다. 저녁에 집에 돌아와 두 아이가 장난을 치며 웃는 모습을 보면, 그 하루의 고단함이 눈 녹듯 사라졌다. 그 웃음이 있었기에 버틸 수 있었다.


돌이켜보면 10년은 긴 시간이었다. 시작할 때의 설렘은 어느새 무거운 짐이 되어 있었고, 자유롭다고 생각했던 길은 점점 좁아져 더 이상 갈 곳이 없는 듯 보였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그 세월이 나를 단단하게 만들었다. 일이 줄고 좌절이 찾아올 때마다 “그래도 내가 버텨냈다”는 마음은 여전히 남아 있다. 비디오 캠코더를 어깨에 매고 다니던 시절은 지나갔지만, 그 경험은 오늘 내가 새로운 것을 배울 때마다 바탕이 되어 준다. 기술이 변하고 시대가 바뀌어도, 내가 배운 건 ‘도전과 좌절을 겪어내는 힘’이었다.


결국 웨딩 영상의 세월은 내게 ‘성공’의 이야기가 아니라 ‘버팀’의 이야기로 남았다. 그것은 화려하진 않지만, 가족을 지켜내기 위한 나의 방식이었다. 아이들이 웃는 모습을 지켜보기 위해, 아내가 안심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나는 쓰러지지 않고 버텼다. 그리고 그 버팀이야말로 가장 값진 도전이었다.


― “도전과 좌절은 결국, 가족을 지켜내는 또 다른 이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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