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베를린부부 Dec 20. 2022

요즈음 건축

건축가에게 꼭 필요한 고민과 실천에 대한 건축가 '국형걸'씨의 기록들

"어려운 이야기를 쉽게 하는 게 어렵다. 어려운 얘기를 어렵게 하는 것은 쉽다."


우리는 숨 쉬듯 건축과 마주한다. 집에서, 학교에서, 직장에서, 평일에, 주말에. 어느 곳에 어느 시간에 있어도 대자연의 광활함 한가운데 서지 않는 한, 인간이 구축한 건축의 일부와 항상 맞닿아 있다. 그렇기에 건축을 하는 사람은 매번 다른 이들이 그냥 지나치거나 가볍게 여기는 일상의 풍경에 대해 고민한다. 일부는 그래서 ‘그저 쓸데없는 고민’이라고 치부하기도 한다. 사실 그 고민하지 않아도 당장 먹고사는 데는 지장이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살던 데로 살면, 크게 불편한 것 없이, 크게 신경 쓸 것 없이, 계속 평안하게 흘러가리라 믿기 때문일 것이다.


‘요즈음 건축'의 저자 국형걸 씨는 이런 관점에서 개척자(Pioneer)다. 그냥 지나갈 수 있는 일상의 풍경에 대해 골똘히 고민하고 실험하고 인내하여, 우리의 주변 일상의 새로움에 대해 이야기한다. 건축재료로 생각하지 못한 요소로 건축적인 이야기를 만들어내고, 그렇게 도시의 풍경에 대해 자신의 이야기를 해 나간다. 교수이자 건축가로 10년 넘게 활동한 그의 지난 길은, 그가 지나온 시간의 두께만큼의 고민들만으로도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은 듯하다.


팔레트로 만든 풍경에 대해 많은 생각을 했다. 누구도 생각하지 못함 재료의 신선함이 있고, 그 구축 방식의 응용력에 대해 창조적인 그의 생각들은 그 자체만으로도 건축을 하는 사람을 포함함 모두에게 생각을 하게 한다. 2장 ‘불변의 그리고 변화의 건축’에서 언급한 ‘가벼움’, ‘응용력’이 녹아난 작품이다. 기존에 시도되지 않았던 팔레트로 구성된 공간이나 목각 각재로 입면을 구성하는 방식은 개척자이자 선구자로서의 저자의 면모를 그대로 보여준다. 굳이 왜 저 재료를 사용해야 하는 하는가에 대한 논의는 불필요하다.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에 다양하게 적응하고 변화하며 유동적으로 대응하는 방식이야 말로 현대의 사회를 대변할 테니 말이다. 솔방울을 본뜬 ‘솔파라인’이나 위스키를 담는 오크통을 형상화했다는 ‘바 머스크’도 마찬가지다. 어느 누구라도 고개를 끄덕일만한 주제를 찾아 저자는 구체적으로 형상화했고, 현실화하는 데까지 성공했다. 그러니 그의 개척자 정신에는 현실에 대한 책임감도 크다.


책을 시작하며, ‘건축은 더 가벼워져야 한다’는 서문에 유독 큰 관심이 끌렸다. 이것이 과연 건축을 받아들이는 사람들에게 해야 할 이야기일까, 건축에 종사하는 사람들에게 해야 할 이야기일까. 저자 국형걸 씨가 긴 시간 동안 강의를 하며, 실무를 하며, 켜켜이 쌓아온 고민들과 이야기들에 읽으면 읽을수록, 이 두 가지 경계를 넘어 ‘모두와‘ 나눌 수 있는 이야기로 만들기 위해 얼마나 치열하게 고민했을지 상상이 간다. 그리고 이걸 책으로 펴내기 위해 고민에 고민을 했을 생각을 하면, 이 책이 더 두껍고 무겁게 느껴진다. 전문가의 이야기이니 전문적인 이야기들이 당연히 포함되겠지만, 누구와도 소통 가능한 언어로 풀어쓴 것에 대해 많은 찬사를 보낸다.


더불어 앞으로도 꾸준한 활동을 통해 우리가 사는 도시의 풍경에 선한 영향력을 끼쳐주기를 간절히 바란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