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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부추 Jul 02. 2024

씨엠립에서 6박 7일 동안 지낸 호스텔

캄보디아, 라오스, 태국, 필리핀 여행기(10)

 요 며칠 동안 앙코르 와트 이야기만 주구장창 했었기에, 이번 글에선 일종의 분위기 환기 차원에서 씨엠립에서 지낸 Lub d Cambodia Siem Reap 호스텔과 일상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씨엠립에 오기 전, 약간의 블로그 검색과 구글 맵 리뷰를 통해 씨엠립에서 가장 평이 좋고 유명한 호스텔 두 군데를 찾을 수 있었다. 방금 언급한 Lub d 호스텔과, 프놈펜에서 지냈던 Onederz 호스텔의 씨엠립 지점이었다. 프놈펜의 Onederz Phnom Penh 호스텔은 방이 6인실임에도 침대 커튼이 반 밖에 처지지 않아 조금 불편했었기에, 이번 씨엠립에서의 숙소는 10인실이긴 하지만 커튼으로 침대 주위가 모두 가려지는 Lub d 호스텔을 선택하게 되었다.


 예약할 당시엔 공식사이트가 가장 저렴했기에 4박을 15.87달러에 예약하고, 프놈펜에서 씨엠립까지 버스로 이동한 날 늦은 저녁 숙소에 도착했다. 체크인은 프놈펜의 Onederz 호스텔과 다르게 방 열쇠 분실이나 샤워타월 대여에 대한 보증금 지불 없이, 숙소 요금만 현장에서 카드결제하고 바로 마무리되었다.(체크아웃 또한 열쇠만 반납하고 바로 끝났는데, 숙박기간 내내 이처럼 Lub d의 간단하고 빠른 일처리가 마음에 들었다.)

Lub d 호스텔 숙박 공간 1층의 긴 복도
충분한 넓이의 침대와 주변 빛 공해도 어느 정도 막아주는 든든한 커튼



 내가 지낼 방은 1층 긴 복도의 끝자락에 있었다. 처음 경험해 보는 10인실 이상의 호스텔이라 걱정 반 호기심 반의 기분으로, 복도 끝까지 걸어가 방의 잠금장치를 풀었다. 다행히도 숙소 첫날 방에서 만난 룸메이트들은 환한 미소와 인사로 날 반겨주었고, 대부분이 조용하고 깔끔해서 함께 방을 쓰는 며칠 동안 불편함 없이 지낼 수 있었다. 넓은 침대 크기와 사생활이 보장되는 커튼도 만족스러웠다. 방 상태와는 별개로 약간 아쉬웠던 점은 1층 로비의 테이블이나 수영장 옆 썬베드가 있긴 해도, 편안히 휴식할 수 있는 공용 공간의 부재나 화장실과 샤워부스가 깔끔히 관리되고 있지 않는 것이었다. 하지만 내가 지불한 비용을 감안했을 때 충분히 받아들일 수 있는 수준이었고, 약간의 고민 끝에 Lub d에서 3일째 되는 날, 2박을 더 연장해 총 6박을 묵게 되었다.(이 때는 2박에 9달러를 지불했다.)


 2박 연장하기 전에도 방 구성원들이 조금씩 바뀌면서 난생처음 맡아보는 엄청난 악취를 뿜어내는 룸메이트와 이어폰을 사용하지 않고 밤낮으로 유튜브를 보는 룸메이트들을 만나기도 했지만, 악취 나는 룸메이트는 하루 뒤 바로 나갔고 유튜브 소음은 적당한 크기였기에 적당히 적응하고 지낼 수 있었다. 연장한 다음날 이른 새벽에, 짐 싸는 듯한 부스럭대는 소리로 살짝 잠이 깼던 기억이 있는데, 아니나 다를까 아침에 일어나 보니 방의 기존 멤버들이 대거 이탈해 있었다. 아마도 이 날이 일요일이라 여행을 끝내고 자국으로 돌아가거나 다른 숙소나 지역으로 이동한 게 아닐까 싶었다. 그동안 별다른 대화도 하지 않고 마주칠 때마다 반갑게 인사 정도 나누는 사이였음에도, 텅 빈 방을 보고 있자니 뭔지 모를 허전함과 아쉬움이 느껴졌다. 신기한 경험이었다.


 그리고 그들의 빈 침대는 곧바로 다른 사람들도 채워졌다. 확실히 유명 관광지의 인기 있는 호스텔이라 그런지 언제나 새로운 투숙객들로 바글바글한 것 같았다. 첫날에 운이 좋았던 건지, 아니면 이번에 운이 나빴던 건지, 새로운 룸메이트들은 들어오자마자 내 인내심을 시험하기 시작했다. 침대 주위의 커튼 한 장이 유일한 가림막이자 방음막이라 작은 소음에도 취약한 이 방에서, 친구와 거리낌 없이 대화하는 소리, 통화하는 소리가 수시로 들려왔다. 방 상태도 이전보다 너저분해져 있었다. 그래도 이 부분은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나도 늦은 저녁이나 이른 아침 시간 외엔 보통 밖에 있기도 했고, 그들도 잘 시간에는 잠을 잤기 때문에 겹치는 시간이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같은 공간임에도 함께 지내는 사람에 따라 방 분위기와 내 기분도 확연히 달라졌다.



 내 인내심을 바닥나게 한 결정적인 까닭은 대형 전차 한 대가 바로 내 옆 침대에 주둔하게 된 것이었다. 코골이에도 경쾌한 소리와 차분한 소리, 일정한 박자나 리드미컬한 박자 등 다양한 유형이 있다는 사실을 아시는가? 그동안 친구들과 한국 아저씨들의 다양한 코골이를 들어봤지만 이렇게 불쾌한 유형의 코골이는 처음이었다. 금속류의 둔탁한 마찰음 같기도 하고, 육중한 괴물의 으르렁거리는 울음소리 같기도 한 것이, 허를 찌르는 변칙적인 리듬으로 나를 동요시켰다. 다른 코골이처럼 처음엔 시끄럽고 불편해도 어느 순간 잠드는 데는 성공하는 코골이가 아니라, 한 번 시작되면 자던 도중에도, 귀마개나 노이즈 캔슬링 이어폰을 껴도, 그 틈을 뚫고 들어와 끊임없이 나를 괴롭혔다. 예전에 한창 층간소음으로 고통받을 때의 그 분노와 증오심을 느끼며, 코골이가 멈출 때까지 기다릴 수밖에 없는 이 무기력한 상황을 억지로 받아들이려고 노력했다. 층간소음과는 다르게 코골이는 본인도 어쩔 수 없는 것임을 알지만 그것으로 잠들지 못하고 고통받는 내 입장에선 그를 원망하지 않을 수 없었다.


 고통스럽던 이틀 밤이 지나고 드디어 기다리던 Lub d 호스텔에서의 체크아웃 날 아침이 밝았다. 짐을 챙겨 방을 떠나기 전, 아직 세상모르고 자고 있는 그의 침대 커튼 밑으로 간단한 단어 몇 개를 적은 쪽지 한 장을 밀어 넣고 나왔다. 그리고 카페에서 이 글을 적으며 씨엠립에서의 두 번째이자 마지막 숙소가 될 Onederz 호스텔 체크인 시간을 기다리고 있다. 6인실이라 변수는 조금 줄어들겠지만, 또 어떤 호스텔 생활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지 기대가 된다.


• 덧붙여 이런 분들께 추천드린다.

1. 가성비 좋은 숙소를 원하시는 분

2. 외향적이고 영어에 능통하신 분

3. 숙소 주변이 조용한 것을 선호하시는 분

4. 소음에 민감하지 않으신 분


지극히 개인적인 경험에 기반한 아마추어 여행기입니다. 부정확한 정보가 있을 수 있으니 유의해서 재미로 읽어주시고, 궁금한 내용은 댓글 남겨주시면 답변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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