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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부추 Jul 05. 2024

앙코르 패스 2일 차, 앙코르 톰 방문(1)

캄보디아, 라오스, 태국, 필리핀 여행기(11)

 여행 7일 차이자, 씨엠립에서의 세 번째 아침이 밝았다. 며칠 전 우연히 발견했다던 숙소 근처 카페에 가서 라떼 한 잔의 여유를 가진 뒤, 툭툭을 잡아타고 앙코르 톰(Angkor Thom)으로 향했다. 여행 전 캄보디아 역사에 대해 거의 몰랐을 땐, 사람들이 씨엠립에 가서 앙코르 와트만 보고 오는 줄 알았다. 하지만 크메르 왕국이 건국된 9세기부터 인도차이나 반도의 패권국으로서 전성기를 구가하게 되는 11~13세기까지 약 400년에 가까운 기간 동안, 지금의 씨엠립 부근에 어마어마한 양질의 앙코르 유적들을 남겼고, 그중 현재까지 발견되어 보존·관리되고 있는 유적의 수만 해도 100여 개 가까이 된다는 사실을 인터넷 검색과 캄보디아에서 방문한 두 곳의 박물관 관람을 통해 새롭게 알게 되었다.

V Team Coffee의 맛있는 라떼 한 잔으로 하루를 시작했다.



 그 많은 유적들 중 이번에 방문할 앙코르 톰은 현재까지 크메르 왕국의 가장 위대한 정복왕이자 성군으로 칭송받고 있는 자야바르만 7세 통치 시대(1181-1219)에 건설된 고대 도시이자 요새 유적으로, 그 당시 70-90만 명 정도의 인구가 생활했었다는 도시 부지 내에 현재까지 남아있는 사원, 테라스 등과 그것을 둘러싸고 있는 성벽, 성문 같은 여러 건축물을 묶어 앙코르 톰 유적이라 통칭하고 있다. 앙코르 와트 1km 북쪽 지역에 앙코르 톰의 여러 유적이 모여 있어 다른 유적들보다 숙소에서의 거리도 가깝고, 또 관람 동선 짜기에도 수월하기에 7일의 앙코르 패스 기간 중 2일 차이자 앙코르 유적 중 두 번째 탐방지로 앙코를 톰을 선택하게 되었다.


 앙코르 톰 관람 순서는 남쪽 정문에서부터 시작해 도시 정중앙에 있는 바이욘(Bayon) 사원까지 이동, 다시 북쪽으로 이동해 여러 사원과 테라스 등의 유적지들을 둘러보고 끝내는 것이 일반적이다. 나도 자연스럽게 그 순서대로 관람 동선을 짜긴 했는데, 남문부터 마지막 장소까지 걸어서 이동하는 것으로 계획을 세웠다. 보통은 툭툭 기사와 전체 거리를 흥정해 함께 이동하거나, 또는 투어와 가이드를 이용하거나, 아니면 오토바이나 자전거를 렌트해 이동하는 듯했지만, 툭툭 비용이 생각보다 비싸기도 했고 지도상으로 보니 충분히 걸어서도 다 둘러볼 수 있을 것 같았기에 여러 유적지 간 도보 이동을 시도해 보게 되었다.


 앙코르 톰을 방문하기 이전에, 앙코르 톰 남문 바로 아래에 있는 박세이 참크롱(Baksei Chamkrong)이라는 작은 사원 앞에 내렸다. 앙코르 톰에서 그리 멀지 않은 위치이고, 유적지 사전 조사 때 참고했던 사이트의 추천 목록에도 있기에 이곳에서 오늘의 첫 탐방을 일정을 시작하기로 했다. 툭툭에서 내리자마자 사원 방향으로 고개를 돌리니 나무에 살짝 가려진 사원의 모습이 보였다. 조금 걸어 들어가니 사원의 전체 모습을 볼 수 있었는데, 전날 방문했던 앙코르 와트를 제외한 첫 앙코르 유적 구경이기도 했고, 체력도 풀충전 상태라 그런지 기대했던 것보다 더 아름답고 웅장해 보였다.

작은 숲 속 나무에 살짝 가려진 사원의 모습이 신비감을 자아낸다.
피라미드 형의 기반부와 상층부 탑의 모습이 조화롭다.



 천천히 사원 주변을 한 바퀴 돌며 전체적인 외관을 감상하고, 사원 중앙에 꼭대기 탑으로 올라갈 수 있게 층계가 놓여 있었기에 한 번 올라가 보기로 했다. 그런데 막상 올라가다 보니 생각보다 경사가 너무 급해 혹시나 도중에 발을 잘못 디뎌 넘어지면 어쩌나 덜컥 겁이 났다. 높이가 높아지니 두 다리까지 벌벌 떨려서 층계 중간 지점까지만 올라갔다 포기하고 내려왔는데, 더워서인지 긴장해서인지 온몸이 땀으로 흥건해져 있었다. 층계 끝까지 올라가지 못한 아쉬움을 뒤로하고, 그래도 나름 내 처지에 맞는 현명한 판단이라고 자평한 뒤 앙코르 톰 남문으로 걸음을 옮겼다.

내 앞으로 두 명의 방문객들은 정상까지의 등반에 성공했지만, 나는 중도 포기한 바람에 아직도 내부의 모습을 알지 못한다.



 성벽을 둘러싼 작은 해자와 그 위에 놓인 다리를 건너 앙코르 톰 남문 앞에 도착했다. 다리의 좌우 난간에는 엄청난 수의 석상들이 일렬로 배치되어 있었는데 이 광경부터가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난간 위의 석상 뒤로 보이는 해자와 나무, 푸른 하늘의 풍경도 열대지방에서 볼 수 있는 특유의 그 아름다움이 있었다. 하지만 뒤이어 네 면이 관음살의 얼굴로 조각된 지붕이 올려져 있는 남문을 가까이서 볼 때, 방금 본 다리의 난간은 시작에 불과했구나란 생각을 들었다. 네 얼굴의 조각상을 찬찬히 바라보고 있자니, 그 얼굴의 미소에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쉽게 눈을 뗄 수 없게 만드는 마력이 깃들어 있는 것 같았다. 크메르 왕국의 최전성기 시절 왕국의 수도로서 기능했던 도시이자 요새인 앙코르 톰, 그곳을 지키는 네 개의 정문 중 한 곳다운 웅장함과 만듦새에 감탄을 연발하며 다리와 남문의 사진을 여러 장 남겼다. 그리고 남문을 통과해 요새의 중앙에 있는 바이욘 사원까지 일자로 쭉 나있는 길을 따라 걸어갔다.

다리 난간의 조각상들과 멀리 보이는 앙코르 톰의 남쪽 정문
앙코르 톰을 둘러싼 해자와 나무, 그리고 하늘
가까이서 본 앙코르 톰 남쪽 정문의 정면 모습
관음불의 미소를 보고 있자니 묘하게 마음이 편안해졌다.


지극히 개인적인 경험에 기반한 아마추어 여행기입니다. 부정확한 정보가 있을 수 있으니 유의해서 재미로 읽어주시고, 궁금한 내용은 댓글 남겨주시면 답변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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