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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버킷랩 Aug 14. 2018

우리의 시간은 소중하다

거울 앞에서 너무 많은 시간을 보냈다, 러네이 엥겔른

1.
안녕하세요, 버킷랩입니다. 오늘 소개해드릴 책은 ‘러네이 엥겔른’의 거울앞에서 너무 많은 시간을 보냈다’입니다. 이 책은 버킷랩에서 운영하는 온라인독서모임 ‘한주한권’에서 17번째로 함께 읽는 책 입니다.


2.
이 책은 심리학자이자 교수인 ‘러네이 엥겔른’이 십여년에 걸쳐 신체와 미디어의 상관관계에 대해서 연구한 내용 중 특히 ‘미디어가 조장하는 여성의 외모 강박’에 대해서 조명하고 있는 책 입니다.

2-1.
‘외모지상주의’는 어느 나라에나 존재하고, 크던 작던 모두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데요. 왜 이 책은 ‘여성’에 미치는 영향을 다루는지에 대해서 책은 외모 강박이라는 것은 마치 유방암처럼 남성과 여성 모두에게 존재하지만, 특히 여성에게 더 압도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이유로 들고 있습니다.

물론 책이 집중하고 있는 것은 여성의 외모강박에 대한 문제지만, 외모 강박으로 인해서 자신의 정체성을 희생하고 있다는 것은 외모로 인해서 불안과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여성과 남성 모두에게 해당될 거라 생각합니다.

3.
모두들 ‘외모지상주의’가 나쁘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왜 나쁜 것일까요? 선천적으로 아름답고 멋지게 태어난 이들에게 선천적 권력이 주어지기 때문에 불공평하기 때문일까요? 덜 예쁘고 덜 멋진 이들의 자존감을 하락시키기 때문일까요?

만약 위의 이유로 ‘외모지상주의’가 나쁘다고 주장한다면 그 주장은 반박을 당하기 쉽습니다. ‘선천적 외모’로 인한 특혜는 그들의 잘못이 아니며, 각자의 자존감은 스스로의 문제라고 말입니다.

‘외모강박’이 나쁘긴 나쁜데 왜 나쁜지 말할 수 없어 답답함을 느끼던 사람들에게 책은 외모지상주의에게 사람들에게 해로운 명확한 이유를 제시해줍니다. 외모지상주의는 우리의 시간을 빼앗기 때문입니다.

4.
책은 ‘누구나 있는 그대로 아름답다’라고 말하지는 않습니다. 인류가 공통적으로 아름답다고 느끼는 객관적 아름다움의 존재를 부정하지는 않죠. 그리고 각자가 무엇을 아름답게 느끼는지도 그다지 중요하지 않습니다. 주관적 아름다움을 객관적으로 논할 수는 없는 것이니까요.

다만 ‘예쁘던 예쁘지 않던 그게 크게 중요하지 않은 사회가 되어야 한다.’라고 주장합니다. 그런 사회가 되어야만 사람들은 외모보다 더 중요한 가치들에 대해서 외모에 쓰는 시간만큼을 사용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5.
그러나 미디어는 사람들이 이런 사회를 누리는 것을 싫어합니다. 돈이 안되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아름다움’에 대한 극단적 스테레오 타입을 정해두고 극단적으로 아름답지 않은 99%의 사람들이 1%와 같은 아름다움을 가져야 한다고 이야기합니다.

그들은 사람들을 아름답게 만드는 제품을 판매하면서 동시에 사람들이 스스로를 못생겼다고 생각할 수록 더 많은 돈을 모순된 이익구조에서 끊임없이 돈을 찍어냅니다.

6.
미디어를 통해 이루어지는 외모 강박에 대한 주입은 구체적으로 2가지 기능을 통해서 이루어집니다. 그들은 대상화와 상징적 소멸을 통해서 극단적 아름다움을 부추기는데요.

7.
먼저 대상화란 개인을 단순히 ‘신체 부위의 총합’으로 인식하게 만드는 것을 말합니다. 우리는 아름다운 모델이 나오는 광고를 보는 짧은 순간 동안 그 모델이 가지고 있는 생각, 목표와 야망을 생각하지 않습니다. 단순히 그 모델이 가진 신체 이미지를 볼 뿐이죠. 

더 나아가서 미디어를 통해 타인을 대상화하는데에 익숙해진 사람들은 거울에 비치는 자신의 모습도 대상화하는 ‘자기대상화’단계에 이르기도 합니다. 이렇게 되면 사람들은 자신의 신체에 ‘기능’적 의미를 이해하지 못하고 단순히 ‘장식’적인 의미에만 집중하게 된다고 합니다. 예를 들어 다리 근육이 골고루 잘 발달되어 있어서 조깅같은 운동을 하는 다리의 기능에 자부심을 갖기 보다는 두꺼운 종아리 근육이 흉하다고 생각하는 식으로 사고가 흘러가는 것이죠.

63
대상화는 당신이 생각과 느낌, 목표와 욕망을 지닌 진짜 사람으로 취급받지 못하는 것을 말한다. 대신, 당신은 그저 몸 또는 신체 부위의 총합으로 취급받는다. 심하게는 당신의 몸은 그저 다른 사람들을 행복하게 하는 무언가로 취급받는다.

280
대상화의 핵심은 여성의 신체를 바라보아야 할 사물로 생각한다는 것이다. 가장 단순하게 설명하자면, 자기 대상화는 이런 인식을 자신에게 적용하는 것이다. 그러나 자기 대상화는 실제로 좀 더 복잡한 개념이다. 자신의 몸이 어떻게 보이는지의 관점에서만 생각할 뿐, 어떻게 기능하는지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몸을 장식적이고 수동적인 대상으로 생각할수록 기능에 대한 주관적인 감각은 떨어진다.

8.
대상화는 의도적으로 이루어지는 미디어의 ‘상징적 소멸’을 통해 더 효과적으로 이루어지는데요. 상징적 소멸은 간단히 말해서 미디어가 선택해서 보여주는 여성의 이미지가 매우 극단적으로 한정되어 있고, 특히 늘씬한 백인 여성에게 집중되어 있겠죠, 현실에 존재하는 다양한, 예를 들면 인종이나 체형에 대해서 다양성을 가진 여성들을 의도적으로 소멸시키는 것을 말합니다. 헐리우드의 화이트워싱도 상징적 소멸의 일종이라고 볼수 있겠네요.

미디어는 이런 식으로 현실에 존재하는 다양한 외모를 의도적으로 배제하고, 신체의 장식적 의미에 치중하게 만드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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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상의 여성 이미지가 지닌 또 다른 비현실적인 측면은 오늘 날 전 세계에 존재하는 여성의 다양성을 전혀 대표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상징적 소멸symbolic annihilation은 다양한 집단의 구성원이 미디어에서 사라져버린 정도를 표현하는 강력한 용어다. 뚱뚱한 여성은 가끔 상징적으로 소멸되고 유색인종과 노인층 여성 역시 마찬가지다.

9.
미디어는 이런 식으로 우리에게 ‘아름다워지거나 멋있어지는 일’이 인생에서 대단히 중요한 일인 것처럼 포장하고 우리가 더 중요한 일에 사용해야 할 에너지와 시간, 그리고 자본을 외모에 사용하도록 만들고 있는 것이죠.

10.
TV, 스마트폰, 길거리 전단지 등 눈만뜨면 쏟아지는 미디어 속에서 스스로의 힘으로 외모 강박을 이겨내기는 힘들 것입니다. 하지만 제 경우에는 이 책을 읽고 나니 확실히 외모를 바라보는 새로운 2개의 시선이 생겼는데요. 첫번째는 위장이 별탈없이 기능해줘서 다행이다라는 식으로 신체의 기능적 측면을 생각해보게 됐다는 것이고, 두번째는 미디어가 제시하는 모델들의 장식적 신체이미지에 압도되기보다는 그들의 개인적 목표는 무엇이고 실제 삶은 어떠할까라고 한걸음 물러서서 생각해보게 됐다는 것입니다. 의도적으로 이런 생각들을 자주 하다보면 제 에너지와 시간을 외모가 아닌 더 중요한 제 인생의 가치들을 위해서 소비할 수 있도록 될거라 생각합니다. 외모강박이 우리의 정체성을 소모하는 방식을 고발하는 책, 러네이 엥겔른의 거울 앞에서 너무 많은 시간을 보냈다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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