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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버킷랩 Aug 20. 2018

1개의 소설과 n개의 독백들

토니와 수잔, 오스틴 라이트


1.
안녕하세요, 버킷랩입니다. 오늘 소개해드릴 책은 ‘오스틴 라이트’의 ‘토니와 수잔’입니다.



2.
이 책은 버킷랩에서 운영하는 온라인 독서모임 ‘한주한권’에서 23번째로 함께 읽는 책 입니다. 특별히 시청자분의 추천으로 읽어 볼 기회를 갖게 되었습니다. (이지아님 감사합니다.) 

3.
미국에서는 93년에 출판되었지만 우리나라에는 2016년에 오픈하우스 버티코 시리즈를 통해 소개된 책 입니다. 20여년의 시차를 넘어서 우리나라에도 책이 소개될 수 있었던 이유는 오스틴 라이트의 원작을 ‘싱글맨’의 감독이자 패션디자이너로 유명한 톰 포드가 각색하여 ‘녹터널 애니멀스’란 영화를 제작했기 때문인데요. 개봉 직후 16년도 베니스영화제 심사위원 대상을 받으면서 영화가 유명해져서 원작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습니다.

영화와 함께 책을 즐기신 분들이 많은지 궁금해지는데요. 저는 아직 영화를 보지는 않았고, 영화의 스토리만 읽어보았는데요. 원작인 소설과는 많은 부분에서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수잔’이라는 캐릭터를 설명하는데 중요하다고 할 수 있는 그녀의 직업이나, 에드워드의 소설의 주인공인 캐릭터 ‘토니’가 복수를 하는 태도가 책과는 다르게 각색되어 있었는데요.

저는 톰포드가 ‘토니와수잔’이라는 오스틴 라이트의 책을 자신 나름의 버전으로 만든 행위와 수잔이 에드워드가 보낸 소설을 통해 자기 삶을 반추하는 행위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톰포드와 수잔 모두 소설을 자신만의 버전으로 만들고 있는 것인데, 이는 저와 여러분을 비롯한 모든 독자에게도 해당합니다. 물리적으로는 동일한 1개의 소설이 의미적으로는 n개의 무한한 버젼을 갖게되는 것입니다.

4.
토니와 수잔이라는 책은 무엇보다 구성의 특수성으로 먼저 독자를 사로잡는데요. 토니, 수잔, 톰포드로 대표되는 독자의 영역까지도 한번 그림으로 나타내보겠습니다.

4-1.
먼저 가장 내부의 이야기인 ‘토니’의 이야기가 있습니다. 그에게는 사랑하는 아내와 딸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가족여행을 하던 중에 3명의 낯선 남자와 고속도로 레이스로 시비가 붙게 되고 결국 그들에게 납치됩니다. 납치 과정에서 아내와 딸은 토니와 다른 차로 이동하게 되고, 거기서 그들은 끔찍하게 강간, 살인을 당하게 됩니다. 토니는 이런 일련의 과정 중에 자신이 한번도 물리적으로, 몸싸움을 하며 저항해보지 않았다는 사실을 되뇌이며 괴로워합니다.

4-2.
그리고 토니의 이야기를 바라보는 독자인 ‘수잔’의 이야기가 있습니다. 수잔은 20여년전 이혼한 전남편 에드워드에게 ‘토니’라는 주인공을 가진 소설을 읽어봐달라는 요청을 받게됩니다. 가족을 잃고 괴로워하기도 하고 동시에 재앙을 겪기 전과 동일하게 삶에 대한 욕망을 가지기도 하는 토니의 갈등에 공감하며 책을 읽던 수잔은 토니의 불안을 통해 자신의 삶을 반추해보게 됩니다. 그리고 자신의 삶에서 찾을 수 있는 불안들에 몰입하게 돼죠.

4-3.
그리고 이 바깥에 그런 ‘수잔’의 이야기를 바라보는 독자인 ‘톰포드’를 비롯한 우리 독자들이 있습니다. 톰 포드가 자신의 버젼에서 수잔의 직업을 바꾸고, 토니의 태도를 바꿨듯이 독자들은 ‘토니의 이야기’를 읽는 ‘수잔의 이야기’에서 자신이 확대하고 싶은 부분과 축소하고 싶은 부분에 시야를 넓히고 좁혀가며 글을 읽었을 거라 생각합니다.

5.
여러분은 어떤 부분을 확대 또 축소하며 읽으셨을지 궁금한데요. 제 경우에는 ‘토니’가 저항해보지 못했다는 것에 집중하여 읽었습니다. 토니는 아내와 딸이 낯선 남자들의 손에 이끌려갈 때 주먹 한 번 날려보지 못했다는 것에 상당히 괴로워합니다. 이야기의 결말 부분에 레이와 대적하게 됐을 때도 결국 레이를 향해 총을 쏘게 된 것은 토니가 능동적으로 겨냥했다기 보다는 레이가 그에게 덤벼들었기 때문에 이에 대한 반작용으로 쏘게된 것이었죠.

그리고 그런 토니를 보고 있는 ‘수잔’도 아놀드가 몇년 전 발각된 ‘마릴린 린우드’와의 불륜관계를 현재도 지속하고 있을 거라고 추측하며, 워싱턴으로 직장을 옮기며 따로 생활하게 될 아놀드가 두 집을 오가며 더 자유롭게 불륜을 할 것이라고 생각하며 분노하지만 정작 아놀드와 불륜을 문제로 대면할 용기는 내지 못합니다.

방아쇠를 당기지 못하는 ‘토니’와 자신의 분노를 표출하지 못하는 ‘수잔’ 의 모습에서 불안을 직면하지 못하고 스스로만 탓하고 있을 때의 무기력한 제 모습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6.
여러분은 토니와 수잔의 어떤 말과 행동에 주목하면서 이 책을 즐기셨나요? 1개의 소설로 n개의 버전을 즐길 수 있다는 것이 텍스트와 인간의 상상력이 가진 힘인 것 같습니다. 특이한 구성을 통해 독자의 감정변화까지도 이야기의 일부로 즐길거리를 주는 책, ‘오스틴 라이트’의 ‘토니와 수잔’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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