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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버킷랩 Aug 23. 2018

넌 네가 사랑하는 사람 때문에 미친거야

자기 앞의 생, 에밀 아자르


1.
안녕하세요, 버킷랩입니다. 오늘 소개해드릴 책은 ‘에밀 아자르’의 ‘자기앞의 생’입니다.




2.
이 책은 버킷랩에서 운영하는 독서모임 한주한권에서 스물여섯번째로 함께 읽는 책입니다. 이로써 총 7,612페이지째 함께 읽게 되었네요.

3.
‘자기 앞의 생’이라는 작품은 소설 자체도 유명하지만, 저자인 ‘에밀 아자르’에 대한 우화로 더 유명세를 탔는데요. 이제는 모든 사람들이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1980년에 처음으로 ‘에밀 아자르’가 ‘로맹 가리’와 동일인물이라는 사실이 ‘로맹 가리’의 유서를 통해서 밝혀졌을 때는 굉장한 이슈였습니다.

‘로맹가리’는 ‘에밀 아자르’로 본격적으로 활동하기 이전에 이미 다수의 히트작을 쓴 작가였고 프랑스 최고 문학상인 공쿠르상을 수상한 적도 있었죠. 그런 그가 1970년대에 들어서 잠시 슬럼프에 빠지게 되는데 이 때 그는 ‘에밀 아자르’라는 가명으로 작품을 발표하게 됩니다.

‘에밀 아자르’라는 필명 이전에도 몇 개 작품에 가명을 쓴 적이 있었지만 ‘에밀 아자르’로의 데뷔작 <그로칼랭>이 평단의 찬사를 받으면서 뒤이어 쓴 작품 <자기앞의 생>은 그에게 다시 한번 공쿠르상을 안겨줬습니다.

‘로맹 가리’는 자신이 ‘에밀 아자르’라는 사실을 철저히 비밀로 하였는데 ‘에밀 아자르’의 선전과 ‘로맹 가리’의 슬럼프는 대조되어 비평가들은 로맹 가리가 죽음을 앞두고 있을 무렵에는 ‘로맹 가리’의 작품을 두고 ‘에밀 아자르’의 표절 수준이라며 비난하기도 했습니다.

로맹 가리는 죽음을 앞두고 쓴 ‘에밀 아자르의 삶과 죽음’이라는 유서에서 자신이 에밀 아자르임을 최초로 밝히며 ‘곰브리치’의 표현을 빌려 ‘사람들이 만들어준 얼굴’, 즉 대중과 평단이 만들어놓은 로맹가리라는 작가의 한계에 그가 심한 구속을 느꼈다는 것을 호소했습니다.

4.
대중과 평단이 만들어놓은 자신에 대한 이미지가 자기 작품에 대한 한계와 편견으로 작용하는 것에 답답함을 느꼈을 로맹가리의 심정을 생각해보면, 이 책 ‘자기 앞의 생’의 모모의 삶을 어린 아이의 편견없는 눈으로 순수하게 바라보는 구성이 조금 더 깊이있게 읽혀집니다.

5.
모모는 어린 아이입니다. 아마도 성매매여성인 어머니에게서 태어났고 한때는 모모의 엄마와 같은 직업을 가졌지만 이제는 나이가 들어 그런 사람들의 아이를 돌봐주는걸로 생계를 이어가는 로자 아주머니와 함께 사는 아이들이 그의 가족입니다.

6.
모모의 아파트는 가난한 이민자들의 아지트입니다. 그 중에서도 모모는 하밀 할아버지와 룰라 아줌마를 가장 좋아하죠. 하밀 할아버지는 나이가 들어 눈이 멀어버렸지만 많은 것을 알고 있는 지혜로운 사람이고, 룰라 아줌마는 세네갈 권투 챔피언 출신의 여장남자지만 누구보다도 모모에게 다정한 엄마같은 사람입니다.

7.
모모는 아름다운 감수성을 가지고 있는 아이입니다. 로자 아줌마가 자신을 모모를 정신병으로 의심하여 병원에 데려갔을 때 자신을 두려워하는 로자 아줌마의 마음을 헤아릴 줄도 알고, 지혜로운 하밀 할아버지의 진가가 가난한 환경에 아래 숨겨져 있다는 것에 할아버지가 더 나은 대접을 받아야한다고 생각하기도 하고, 여장남자지만 누구보다 훌륭한 어머니가 될 수 있는 룰라아줌마가 아이를 가질 수 없다는 것을 안타까워하기도 합니다.

8.
모모의 곁에는 고아, 노인, 병자, 여장남자, 부랑자, 이민자들 뿐이지만 그들은 모모에게 사랑, 관계, 가족, 행복을 알려주는 소중한 사람들입니다. 모모 역시 그들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 생을 살아가는 법을 배웁니다. 어쩌면 모모가 아무런 편견도 가지고 있지 않은 아이였기 때문에 사회는 ‘밑바닥인생’이라고 부르는 그들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애정을 느낄 수 있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9.
책의 말머리에 이런 대화가 나옵니다.

그들은 말했다.
"넌 네가 사랑하는 사람 때문에 미친 거야."
나는 대답했다.
"미친 사람들만이 생의 맛을 알 수 있어."

미친 사람들이 보여주는 생의 맛을 하나씩 마음에 새기는 모모의 모습을 통해 독자 역시 자기 앞에 놓여있는 삶의 진수들을 돌아보게 하는 책, ‘로맹 가리’의 ‘자기앞의 생’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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