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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버킷랩 Nov 18. 2018

끌어당김

쇼코의 미소, 최은영

안녕하세요, 버킷랩입니다. 오늘 소개해드릴 책은 ‘최은영’ 작가님의 ‘쇼코의 미소’입니다. 이 책은 버킷랩에서 운영하는 독서모임 한주한권에서 마흔 네번째로 함께 읽는 책입니다. 이로써 총 12,812(+296)페이지째 함께 읽게 되었네요.


이번에 함께 읽은 책 ‘쇼코의 미소’는 2013년 최은영 작가님의 존재를 세상에 알게한 중편입니다. ‘쇼코의 미소’를 통해 작가세계 신인상을 받으며 등단한 최은영 작가님은 이후로도 바로 다음 해에 같은 작품으로 문학동네 젊은작가상을 받기도 했다고 합니다. 주변에 이 책을 추천해주시는 분들이 참 많았는데, 발표된지 5년이 지난 지금에야 읽게되었습니다. 늦게 읽게되었지만 ‘아! 이 책에 이런 점이 다른 분들에게도 좋게 느껴졌겠구나.’라고 느끼는 부분들이 있었는데요.

담백하고 짧은 문체, 빠른 흐름은 소설에 집중하는 재미를 주었고, 작가가 매 단편마다 촛점을 맞추고 있는 ‘순간의 분위기’들을 저 역시 언제 어떻게 느꼈다고 말로 표현할 수는 없지만 마치 ‘가을냄새’처럼 어디선가 느껴본 적이 있다고 생각되었기 때문입니다. 다른 이들에게 공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순간들에 대한 관찰력도 뛰어나시고, 또 그보다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되는 그 순간에 대한 과장되지 않은 온당한 묘사들이 작가가 만들어놓은 세계에 짧은 시간 깊게 들어가게 하는 힘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중에서도 특히 이번 리뷰를 통해서는 작가님의 가장 유명한 중편인 ‘쇼코의 미소’가 그려내고 있는 몰입의 순간에 대해서 이야기해보고 싶은데요. 이 작품을 통해서 제가 가장 매혹되었던 포인트는 소유가 쇼코라는 낯선 친구에게 본인도 무엇인지 모를 끌어당김을 느끼는 것에 대한 표현이었습니다. 저 역시 중학생, 고등학생 때를 돌아보면 나와는 뭔가 다른 것 같은 친구, 어딘가 조용하지만 자신만의 힘이 느껴지는 친구, 동갑내기 친구들의 감정선을 어른이 아이보듯 꿰뚫는 듯한 느낌을 주는 낯선 아이들을 보았을 때가 있는데요. 그런 아이를 보게 되는 것은 흔하지 않은 일이었지만, 몇년에 한번씩 그런 에너지를 가진 사람을 볼 때마다 마치 어린 아이들이 자신이 가지고 싶은 물건을 소유하고 있는 어른을 볼때처럼 모방욕과 시기심이 뒤섞여있는 애매한 느낌을 받고는 했었습니다. 소설 속에서 소유가 쇼코에게 대놓고 표현하지는 못하지만 스스로는 알고 있던 쇼코에 대한 인간적 관심을 묘사하는 부분에서 제가 청소년기에 느꼈던 감정들이 되살아나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또 하나 인상적이었던 것은 소유와 쇼코가 데칼코마니처럼 대칭적인 가족구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었는데요. 소유와 쇼코, 그 한 세대 위로는 엄마와 고모, 그 한 세대 위로는 할아버지. 두 소녀는 모두 3세대가 함께 사는 3인의 가족형태를 가지고 있습니다. 작가가 창작한 세계의 의도를 독자가 정확히 이해할 수는 없겠지만, 마치 대놓고 알아차려달라는 듯 두 아이의 가족을 유사하게 구성한 것은 두 소녀의 뻔한 성장소설로 다가오기 보다는 오히려 소유와 소유의 할아버지, 쇼코와 쇼코의 할아버지, 그리고 그 두 할아버지의 죽음 이후에 소유와 쇼코의 관계를 조금 더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었기 때문에 작가가 가지고 있는 문체의 담백한 맛과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다음에야 비로소 자신이 안심하고 우울할 수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은 쇼코와 돌아가시기 직전 자신을 자랑스럽다고 말하는 할아버지를 통해 마침내 꿈을 벗어낼 용기를 얻게 된 소유. 책의 말미에 그들은 자신들의 돌아가신 할아버지들을 추억하며 서로의 닮음에 연대감을 느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쇼코가 일본으로 돌아가는 날, 소유는 작별인사를 하며 미소짓는 쇼코를 보며 여전히 쇼코의 미소를 친절하지만 멀게 느낍니다. 마치 쇼코를 처음봤던 순간처럼 말이죠. 작가님이 ‘내게 무해한 사람’에 대한 인터뷰를 하시면서 ‘이 책은 역설적으로 이 세상에 내게 무해한 사람이란 없다’라는 것에 대한 이야기라고 언급하신 부분을 보았는데요. 소유와 쇼코가 그들의 닮은 꼴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먼 듯 하기도 한 것은 쇼코라는 사람의 특이성 때문이 아니라 아무리 가까운 사람이더라도 내가 아님으로 인해 느껴지는 당연한 거리감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였습니다.

이번 리뷰는 평소보다 감정적인 부분에 치중하여 만들어보게 된 것 같은데요. 최은영 작가님 단편들의 힘이 독자로 하여금 이와 같은 감정의 몰입에 빠질 기회를 주는 것 같습니다. 기형도 시인의 시 제목처럼 ‘기억할만한 지나침’을 인상적 서사로 만드는 힘이 돋보였던 책, ‘최은영’ 작가의 ‘쇼코의 미소’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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