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득의 기술
설득에는 여러 가지 기술이 있다. 현란한 말솜씨, 신뢰감 가는 외모, 큰 목소리 등등
하지만, 내가 재판을 하면서 확신한 것은 사실 사람들은 느낌에 따라서 결정하고, 그다음에 그럴듯한 이유를 갖다 붙인다는 것이다.
소위 '답정너'인 것이다.
하지만, 그 '느낌' 즉, 호&불호를 바꿀 수 있는 것이 하나 있다.
바로 밸런스를 유지하는 것.
국회의원들이 서로 자기 말이 맞다고 소리치는 모습이 찍힌 기사에,
'왜 저런 바보에게 투표했을까? 내가 해도 더 잘하겠다.'라는 댓글들을 많이 달리는 것을 본다.
하지만, 정말 내가 가도 잘할 수 있을까?
아니.
사람은 자기의 논리에 빠지면 눈이 먼다.
검사로서는 영광스럽게도 나는 영장 심의회라는 것을 참석한 적이 있다.
제도가 생긴 이래로 정말 드문 케이스였다.
사회적으로 특별히 중요한 사건에 대하여, 검사가 영장을 기각했을 때, 경찰이 이를 다툴 수 있는 제도이다.
자세한 이야기는 하기 어렵지만,
고압적 태도의 법조인들의 질문세례를 받으며 청문회 비슷한 자리에서 나는 놀라운 경험을 했다.
바로, 내가 감정이 들어간 다소 극단적인 주장은 반드시 공격을 당한다는 것.
그리고 그 공격을 한 사람들은 아무리 내가 방어를 잘하고, 내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를 했어도 좀처럼 의견을 바꾸지 않았다.
오히려 내가 들어가기 전 주변에 조언에 따라 중도적인 표현이나 주장으로 고친 내용들이 그들을 설득하는데 도움이 되었다.
인간은 이렇듯 오류가 많다. 인지적 오류, 확증편향이라고도 한다.
예를 들면, 모든 혈액형이나 사주에 무릎을 탁! 치고 내 얘기네~ 하는 것이나,
특히, 아이들은 통화 상대방에게 고개를 끄덕이면 상대가 알아들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들이다.
법정에서도 흥분해서 변호하는 변호인들의 대부분은 설득에 실패한다. 심지어 맞는 이야기를 해도 한번 불신에 빠진 판사는 변호인의 변호를 비논리적이고 편파적인 거짓말이라고 생각한다.
설득을 잘하기 위해서는 내가 특히나 감정적이 되는 부분이 어딘지 살펴보아야 한다.
그 부분이 나의 약점이 될 테니까.
그리고 누가 되었든 그 부분이 어떻게 보이는지 조언을 구해서 나의 틀을 깨고 넓혀나가야 한다.
그날, 감정적으로 대응한 상대와 달리 뒤늦게라도 중도를 유지한 나의 손을 심판들이 들어준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