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케이 Oct 28. 2020

[코로나 시대의 자화상] 헝가리는 지금

부다페스트 이야기



아침부터 카톡에 난리가 났다.

9월 들어 헝가리 내 코로나 일일 확진자 수가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고, 더군다나 오늘 한국 유학생 중 한 명이 확진 판정을 받아 함께 있던 사람들이 검사에 들어간다고 하니,

이곳 한인 사회는 워낙 한 치 건너 한 치라 전체가 뒤숭숭한 분위기다.



코로나에 관련된 뉴스는 꼭 필요한 내용 빼고는 잘 안 보려 하는 편인데(너무 거기에 매몰되어서 하루가 사로 잡혀 버리기 때문에) 그런 나도 이제 더더욱 경각심을 갖게 되고, 오늘은 해가 질 무렵 밖을 나서기로 한다.





여기서 잠깐!


작년 5월에 이사 온 지금의 집은 부다페스트에서 가장 유명한 거리로 알려진 'Andrássy út(언드러쉬 거리)' 부근에 위치해있다.


이 거리는 '동유럽의 샹젤리제 거리'라고 불릴 정도로 이 도시를 대표(세계문화유산 등재) ‘Must-go’ 스팟이다.

일직선으로 곧게 뻗은 자태 하며, 이곳을 중심으로 주변에 성 이슈트반 성당, 명품관들, 오페라 하우스, 영웅광장 등이 구간마다 나란히 자리해 있어, 이 거리(2.3km의 길이) 하나만 걸어 다녀도 도시 내 웬만한 관광지는 섭렵한 것이라 볼 수 있다.


더군다나 언드러쉬 거리 지하에는 유럽 대륙 국가 중에 가장 오래된 지하철(1896, 세계에서 두 번째)이 지금도 달리고 있으니, 과거로 떠나는 여행처럼 1호선을 만나보는 것도 강력 추천한다! (내가 추천 안 해도 다 타보는 지하철이라 너무 강조 안 해도 되려나)




가뜩이나 코로나 뉴스로 긴장해 있는데, 한 곳에 사람들이 몰려있음을 발견하고, '도대체 왜 저렇게들 정신 못 차리고 있어'하고 중얼거리며 그들의 향하는 시선을 따라가 보았다.



Kodaly Korond ter (꼬다이 꾀뢴드 광장)




가만 보니, 하나 같이 뭔가를 보고 있는 듯한데 그림들이 나란히 걸려 있다.

평소 같았으면 적당히 훑고 지나갔을 일인데, 첫 작품을 보자마자 제대로 보고 싶은 욕심이 생긴다.



바로 이 시대, 코로나 시대를  맞이한 헝가리인들의 자화상을 그린 전시회가 한창 진행 중이었다. 비단 헝가리뿐만 아니라 세계 곳곳의 우리들의 모습이기도 하기에 제대로 살펴보고자 한다.



StanDBY StanDBY StanDBY



이 작품 전시회의 제목이다.



그림을 한 점씩 보며 그 주제를 짐작할 수 있었지만, 작품 감상 후에 이 전시회의 취지를 읽어보니 생각보다 더 심오하고 뚜렷한 가치관이 담겨 있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전시회의 의도가 너무나 명확하고, 귀감이 돼서 다 함께 이 작품들의 세계로 빠져들길 희망해본다. 왜 이 작품들이 'Standby'란 주제로 정해졌는지, 같이 감상하며 그 의미를 추측해봐도 좋을 것 같다^^)



*작가명_작품명(순으로 표기)

개인적으로 한 작품씩 느꼈던 내용을 적을까 했는데, 각자의 시선으로 바라보고 해석하는 것으로 여운을 남겼으면 좋겠다 싶어 자제(?)하였습니다. 

(최대한 그 의미를 살려 작품명을 해석하여 표기하였는데 혹시나 잘못된 부분이 있을 수 있어요)



자, 함께 감상하시죠!


Csudai Sandor_'Andrássy út’ (언드라쉬 거리)


Saghy Timea_'Empty City Series 2020 - Volume 1' (텅 빈 도시 2020 - 그 첫 번째)


Cedric af Geijersstam_'Standby Ivan & The Parazol' (공연 대기 중)


Hajdu D. Andras_'Hanna es Szonja' (한나와 쏘냐)


Moricz-Sabjan Simon_'Uzsoki Utcai Korhaz' (우조끼 거리의 병원 광경)


Gombkoto Emma_'A mi hoseink'(우리의 영웅들)



'Stiller Akos_'Belvilag es Kulvilag' (내부 세계 & 외부 세계)


Hegedus Robert_'Segito kezek' (마주 잡은 손)


Martonfai Denes_'Mia a karanten alatt szuletett'  (격리 중에 태어난 ‘미아’)


Olajos Ilka_'Karanten-naplo' (격리 일기)


udasz Gabor Arion_'Momo ajtoval'(문 뒤에 있는 모모)



*여기까지가 거리 광장 내, 4면의 울타리 중에서 한 면에 해당되는 작품들이다.



헝가리 할배, 열변을 토하며 작품 설명 중이시다.


오고 가는 모두가 함께 하는 작품 감상



자, 이제 반대편으로 가보자!



Irina Drozd_'Give your seat'(당신의 자릴 내어주세요)


Szikra Agnes_'Hope'(희망)


Nagy Boglarka_'Surrender'(굴복)


Zaszkalicsky Agnes_'Magany'(고독)


Baksai Jozsef_'2020 Itelet Justicia'(정의 판단)


Verebics Agnes_'Szormaszk'(마스크)


Nyari Istvan_'Covid 19' (코비드 19)


Azbej Kristof_'Dear Doctor' (친애하는 의사 선생님께)


Szabo Abei_'Baross ter' (버로쉬 광장)


Mehes Lorant Zuzu_'Moriczka es Janska Zuzu-szemuvegmaszkban /38 evvel a koronavirus-jarvany ellott

Mehes Lorant Zuzu_'Moriczka es Janska Zuzu-szemuvegmaszkban /38 evvel a koronavirus-jarvany ellott (모리쯔까와 얀쉬까 주주의 안경 마스크/ 코로나 바이러스 시대 38년 전)


Vegh Julia_'Fiction of Reality - Covered by blue - Fertotlenites(파란색(우울함)으로 덮인 소독 현장)


Barakonyi Zsombor_'Splendid Isolation'(아름다운 고립)


Meszaros Bori_'Ketfele ohaj'(두 종류의 소원)



Naomi Devil_'From Zero to Hero'(아무것도 없던 자에서 영웅으로)


Weiler Peter_'Kozalkalmazott maratonja tengerkek napernyovel'(바다색 천막 아래에서의 마라톤)



Verebics Kati_'Hortenzia 2'(수국 2)


Feher Laszlo_'Nonó (아니야!)



취재 현장도 보인다.


아이의 시선


아이와 아빠



▼ 작품들 맨 끝(어쩌면 맨 앞)에 이 전시회의 취지와 주제가 설명돼 있다.

StanBY Standby Stanby







StanBY Standby Stanby



Standby - a state of readiness in an uncertain time.


It can mean tranquility, a return to our core selves and to connected and reconnect with others, while a multitude of doubts and questions arise and linger unanswered in ourselves and in our surroundings.


Even before the epidemic, the artist mostly worked in solitude and in the confines of his/her studio. However the photographer, constantly on standby, on the move, reacted differently to the changes in our lives due of COVID 19.


The quarantine period evoked many images for contemporary artists : humourous, distressing, immersive, and redicivering nature and in return transcending these times of solitude.


The Standby open-air exhibition endeavours to evoke these feelings, through the images of 20 photograghs and 23 paintings, vision of more than forty artists in the exeptional environment of Kodaly korond, one of the most beautiful squares on Andrassy Boulevard, a World Heritage Site.


The images would like to draw attention to the workers of artists who were constrained due to the epidemic, to pay respect to the heathcare workers and to point out the built heritage on the unrestored side of the square. Standby is an expectation in this sense.


The fence on which the images are placed symbolizes not only the confinement, but also the opeming for the escape from the spaces of the studio and the gellery to convey to the man on the street in the language of art a hitherto unknown life situations affecting us all.


Stanby aims to provide an exciting picture of diverse creative tendencies of contemporary artists of different generations and their individual responses to the new world phenomenon of our ever-changing world.

(영어로 보는 것이 의미 전달이 더 확실합니다. 아래는 편의를 위한 아마추어의 번역이니, 참고 부탁드립니다.)




Standby : '불확실한 시간 속에서 준비되어 있는 상태', 이 전시회의 주제이다.

그리고 '지금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시대'를 규정하는 의미라고 생각했다.



(해석)

Standby는 '평온함, 우리의 중심 되는 자아로의 복귀와 다른 사람들과 연결되고 또다시 연결되는 것'을 의미한다. 수많은 의심과 질문이 우리 자신과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지만 답해지지 않은 채로 남아 있는 와중에도 말이다.


펜데믹이 일어나기 전부터 작가는 대부분 고립된 환경 가운데서, 그들의 공간 내에서 작업을 해왔다.

그러나 끊임없이 대기하고 이동하는 사진작가는 COVID 19로 인한 우리 삶의 변화에 다르게 반응했다.


격리 기간은 그 대가로 이 시대의 예술가들에게 고독의 시간을 초월하는 '유머러스하고, 고통스럽고, 몰입감 있는, 재발견되는 자연' 등의 많은 이미지를 불러일으켰다.


이 야외 전시회는 20 장의 사진과 23 점의 그림 이미지를 도시 내 가장 아름다운 광장 중 하나인, 꼬다이 꾀뢴드(Kodaly korond)의 극히 예외적 환경에서 40 명 이상의 예술가들의 비전을 통해 그들의 가졌던 감정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노력해온 산물이다.


이 그림들은 코로나로 인해 제약을 받은 예술가들의 이목을 끈다. 의료 종사자들에게 존경심을 표하길 원하며, 광장의 복원되지 않은 쪽에 남겨진 유산을 지적하고자 한다. Standby는 이런 의미에서 '기대'이다.


그림이 걸려있는 울타리는 감금뿐만 아니라 스튜디오 공간에서 탈출하기 위한 희망과 거리의 사람에게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은 삶의 상황을 우리 모두에게 영향을 미치는 예술 언어로 전달하려는 갤러리를 상징한다.


Standby는 다양한 세대의 현대 예술가들의 여러 창조적 경향과 끊임없이 변화하는 세계의 새로운 세계 현상의 각자의 반응에 대해  흥미로운 그림을 보여주는 것을 목표로 한다.






예술에 목말라 있는 사람들에게 단비와도 같은 멋진 공간이 될 것이다.

그리고 작품 표현에 갈급한 작가들에게 해방감을 갖게 해주는 가치 있는 시간이라 생각했다. 그들도 얼마나 목말랐을까. 그들이 외칠 수 있는 공간이 사라져 감에.



이 시대 이전부터 고립된 환경에서 작업해온 작가들, 그들이 만들어낸 '영혼의 결과물'들이 나를 한 작품, 한 작품에서 발걸음을 떼기 쉽지 않게 만든다. 이 '멈춰진 시간'이 그들에게, 우리에게 기대로 다가온다니... '예술의 언어'를 통해 나는 오늘도 한 발자국 더 내딛은 기분이다. 기분에 취해있지 말고, '준비된 자'로서의 자세를 갖춰나가야겠지?



지금을 고민하고, 망설이고 있는 '거리의 여자'에게 그들은, 가슴 뜨거워지는 '기대'와 ‘감동’을 선물해줬다.



언드러쉬 거리 - Before Sunset



오늘은 달리기보다 걷기를 택했다.

저녁 바람이 살랑거리는 것이, 이 공기를 온전히 만끽하고 싶다.



두너 강으로 향하는 105번 버스


세체니 다리 (야경) + 사자상


저 멀리 보이는 국회의사당 : 강변의 연인들


국회의사당을 바라보고 있는 귀여운 꼬물이 : )


언제나 한결같은 헝가리 국회의사당_너는 같고, 우리가 많이 달라졌구나.



'모두의 부다페스트, 각자의 부다페스트'



이전 11화 사람 냄새나는 곳, in Budapest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