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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케이 Oct 30. 2020

하루, 25시간

Summer time Ends in Europe




2020년은 10월 25일이 10월의 마지막 주 일요일이다. 서머타임이 해제되는 날이었다.



24일에서 25일로 넘어가는 새벽 3시가 되면 자동적으로 디지털 시계(휴대폰, 노트북 등)은 1시간이 늦춰져 새벽 2시가 되는데(한국과 시차 8시간으로 벌어짐), 아날로그 시계(벽걸이, 손목시계 등)는 수동적으로 미리 조절해놓지 않으면 무의식에 일어나 아침 일정에 낭패를 볼 수도 있다. 해제 때에는 차라리 낫다. 한 시간을 번(더 생긴) 셈이니까.

반대로 서머타임 실시 때는 한 시간이 사라져 꽤나 억울한 마음이 들기도 한다. 얻었던 거 돌려주는 건데 사람 마음 참 간사하다. 잃는 건 체감이 쉽다.



써머타임 시작 때 많은 사건, 사고들이 발생한다. 한 시간이 앞당겨지면서(한 시간이 사라지는 거다) 출근 시간, 약속 시간, 중요한 미팅 등 지각을 넘어 아예 날려버리는 경우도 의외로 빈번하다. 아직도 실수하는 이들이 있을까 싶지만 실례로 작년에 예배가 오후 3시인데, 써머타임이 시작된 지 모르고 오후 4시에 교회로 와 어리둥절해 하던 친구도 있었다.

나도 이곳 생활 초반에 이것이 뭐라고 새벽 3시가 가까워져 가면 가슴이 두근거려 잠 못 이루기도 했었다(천지가 개벽이라도 할 거라 생각했나?)




SUMMER TIME




써머타임은 왜 시작되었을까? Why?

한때는 나름의 효율성을 내세워 당연하듯 거의 대부분의 유럽 국가들(아이슬란드, 벨라루스 등 제외)이 이 제도를 택하였는데, 지금은 부작용도 많이 속출함에 내년(2021년)에 써머타임 제도 자체를 없앤다는 이야기가 심심치 않게 나오고 있다.



한국에 친구들에게 헝가리 겨울의 우울함을 이야기할 때면 감을 잘 못 잡아해서 난감할 때가 많다.

우리나라는 지정학적 특성상, 낮이 가장 긴 하지와 낮이 제일 짧은 동지 사이의 격차가 2시간 30분 정도밖에 나지 않는다고 한다(한국도 한때 써머타임을 시행한 적이 있다. 88 올림픽 즈음에). 그러나 더 고위도에 위치한 국가들은 그 격차가 더 크게 나기 때문에 시간을 한 시간 앞당기면 퇴근 후에도 그만큼 더 오래 낮 시간을 즐길 수 있기에 적극 찬성하는 부류도 많지만, 문제는 겨울이다.

써머타임이 해제되는 겨울.

아래 설명을 보면, 써머타임 시행 시, '햇빛을 장시간 쬔다'라는 장점을 내세우는데, 해제 시 그 해가 어디로 가버렸나 할 정도로 극명하게 밤의 시간이 낮을 집어삼키기에 심각한 상대적 박탈감과 세상 다 끝난 것 같은 기분에 빠져 정신력이 심히 약화된다. 비타민D가 삶에 있어 얼마나 큰 비중을 차지하는지.. 주변 사람들만 봐도 체감할 수 있다.

이때엔 정신 승리자가 한 해 동안의 승리자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자칫하다가 늦잠이라도 거하게 자버리는 날이면 오후 1-2시에만 눈을 뜬다 가정해도 눈만 깜박하고 나면 해가 사라져 버리기에.. 올빼미형 인간?들에겐 쥐약과도 같은 시기이다.



정신 승리자가 되기 위해 나만의 대책을 만들어야 한다. 대략 네 부류로 나눠보았다. 내 경험 & 헝가리 주변이(한인들 기준)들을 보며 느낀 점이다.



1. 한국으로 피신한다. (코로나가 점점 더 심해져 올해 이건 포기, 나 또한 겨울에 한두 달은 한국행이 당연했다. 올 초 1월에도 멜랑꼴리 헝가리 피해서 피난 갔다가 코로나에 발 묶여 반년을 한국에서 보냈던 나이다.)

2. 이 핑계 삼아 유럽 남쪽으로 여행을 떠난다. (이때 목적지 삼기 좋은 곳은 주로 스페인, 포르투갈, 말타, 터키 등이다. 아니면 극적으로 더 암울한 겨울의 나라로 가보기도 한다. '누가 더 글루미 한가'에 대한 대결이다! 아이러니하게도 더 대책 없는 계절의 나라를 갔다 오면 헝가리는 파라다이스처럼 느껴진다)

3. 안 하던 운동, 취미 생활 등을 시작한다. (헬스, 러닝, 요가, 어학 공부 등. 몸이나 뇌가 움직여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일념 하나로.)

4. 이 시간을 오롯이 받아들이며 어둠에 스며들어 허우적거린다. 이겨낼 노력조차 안 하는 유형. 더욱 은둔형이 되어 폐인의 모습으로 살아간다.



나의 초반 헝가리 생활 1-3년 동안은 1번과 2번이 가장 유력 후보이자 해결책이었고, 어느 정도 지나니 평생 이렇게도피?만 하며 지낼 수 없다 여겨 3번을 병행해가며 지내왔더니, 생각보다 할만한 짓(?)이라 생각해 나름 이겨나갈 노하우를 축적하는 중(여전히 ing-)이다.



뉴거티역, 2020.10.24 [17:53]



24일(토) 기준 일몰 시간이 17:37분이었는데, 25일(일)부터는 오후 16:37분이 되었다.

해가 짧아지기 시작하는 시점이기에 한 겨울엔 오후 3시 중반 경에 온 헝가리 전역에 어둠이 깔린다.

24일, 7:17분에 해가 떴다면, 25일이 되면 6:17분에 해가 뜬다. (이걸 보니 써머타임 해제는 전적으로 아침형 인간에게 최적화된 제도이지 않나 싶다. 그들은 써머타임 기간에도 해제 후에도 올빼미들보단 빛을 조금이나마 더 만져볼 수 있다. 더욱 분발해야겠다. 요즘 올빼미에서 일찍 일어나는 새가 되려 부단히 노력 중이다)



인간이 거스를 수 없는 가장 대표적인 것이 시간인데, 유럽 인구가 얼마인데 모두의 '한 시간'을 쥐었다 뺐다 주물럭 거리다니.. 이게 무슨 하늘에 대적하는 일인가 싶다가도, 굳이 꼭 필요하다면 빅데이터 전문가에게 앞뒤 다 따졌을 때 효율성이 어디가 더 큰가에 대해 묻고 싶어 진다. 한 시간이 사라지고 생기는 게 별거 아닌 듯해도 우리 몸이 받아들이기까진 어느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다. 그런 육체적, 정신적 변화까지 고려해 써머타임이 굳이 모두에게 득이 된다면 이 한 몸 희생하리.



고작 한 시간 갖고 아마추어같이 왜 그러냐고? 겪어보시라. 이 암흑의 시대를!

더군다나 헝가리는 겨울에 우기도 있고, 습도가 높아지면서 축축한 공기에 안개도 자주 끼고, 엎친 데 덮친 격이 된다. 내 사랑 헝가리가 유일하게 살짝 덜 사랑스러워지는 때이기도 하다.




써머타임(Summer time)이란?

여름철에 표준시보다 1시간 시계를 앞당겨 놓는 제도. 일을 일찍 시작하고 일찍 잠에 들어 등화를 절약하고, 햇빛을 장시간 쬐면서 건강을 증진한다는 근거로 주장되었다. 제1차 세계대전 중 독일에서 처음 채택하여 여러 나라로 퍼졌다. 일광절약 시간(daylight saving time)이라고도 한다. 영국의 윌리엄 월릿은 1907년 "일광의 낭비"에서 서머타임제를 적극 주장하였다. 서머타임을 실시하면 그만큼 일을 일찍 시작하게 되고, 일찍 잠을 자게 되어 등화를 절약할 수 있는 경제적 이유와 신선한 공기와 일광을 장시간 쪼이게 되어 건강도 증진된다는 이유를 내세워 일광절약 법안을 의회에 제출하였으나 부결되었다. 제1차 세계대전 중 독일에서 처음으로 서머타임이 채택되었으며, 그 후 유럽의 여러 나라가 이를 사용하기 시작하였다. 그러나 일상생활이나 학술적인 면에서 불편하고 혼란을 초래한다 하여 채택을 중단한 국가들이 많다.
유럽 여러 나라의 서머타임은 매년 3월 마지막 일요일에 시작되어 10월 마지막 일요일에 끝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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