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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케이 Oct 21. 2020

나는 몰랐다. 이곳이 나의 도시가 될 것이란 것을,

부다페스트에 닻을 내리다



친구들과 굿바이 인사를 나눴다.

5박 6일 브라티슬라바(슬로바키아의 수도) 일정이 끝나고,



헝가리로 가는 기차에 몸을 실었다.



헝가리

40일간의 여행에 종지부를 찍는 도시이다.



반년 동안의 더블린 생활을 마무리하고, 40일간의 유럽여행을 계획했을 때, 아무런 이유도 연고도 없이 무작정 가고 싶었던 곳.

헝가리에 갈 것이라 습관처럼 말을 뱉었기에 으레 가야 하나보다.. 해서 가기로 정한 나라.



파리, 런던 : 엄마, 이모와 일주일 여행

켄트 : 브루더호프 공동체 생활

프라하, 체스키 크룸로프 : 체코에 사는 Lukas, Janka 방문(체코 자체로도 충분히 갈만한 이유가 됐지만, 우선 이곳은 친구를 만나기 위한 이유가 가장 크다.)

브라티슬라바 : 유럽에 온 목적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곳, 사랑하는 친구들(한때는 동료였던)이 기다리는 곳

비엔나 : 친구의 제안으로 갑작스레 가게 됐다.



그리고 헝가리, 부다페스트



유럽 지도를 펼칠 때마다 막연하게 헝가리란 국가에 대한 상상 속 그림을 그렸고, 호기심을 키워왔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검색 한 번 해본 기억이 없다. 여행 막바지라 될 대로 되어라! 이런 기분이었던 거 같다. 검색할 힘도, 도시를 제대로 보고자 하는 욕심도 없었다. 그냥 관심 없는, 정보 없는 나라에 가서 몸과 마음을 쉬게 하고 싶었다. 진정한 여행처럼.


슬로바키아 바로 옆 나라라 자연스레 마지막 일정이 되었다. (사실 루마니아, 불가리아까지 가보고자 했지만, 주머니 사정도, 체력도 이미 바닥이 나 있었다)




부다페스트로 가는 기차 안 -



기차 안 풍경이 날 설레게 한다.



프라하에서 출발한 기차인가 보다.

난 중간역인 브라티슬라바에서 탑승했다.


   

이 지명을 볼 때까지만 해도 꿈에도 몰랐던 지금의 삶

  



'비포 선라이즈'는 단지 영화일 뿐이었던가.

아무도 없구나...

(중간에 간이역에서 아주머니와 딸, 그리고 고양이가 마주 앉았었는데 정말 식겁했다. 강아지도 무서워하는 나는 고양이는 쳐다도 못 보는데, 아주 작정했다는 듯이 내 발아래서 휘젓고 다닌다.)



이렇게 나의 비포 시리즈는 끝이 나고....


   

고생 많이한 내 짐꾸러미


 


고양이 가족(?) 무리가 내린 후, 나의 온전한 시간을 누려본다.



'헝가리는 어떤 곳일까'  



하나하나... 나의 궁금증과 마음을 적어 내려간다.

훗날 이 기록은 고스란히 나의 역사가 되리라....

나만의 이야기가 되리라.


  

움직이는 장면을 바라보며 감각을 깨운다.





기내 방송에서 헝가리 국경에 닿았다는 말을 한 것 같다.

영어가 아닌 체코어이다.

지명 비슷한 말이 나온 것 같아 추축해 본다. (헝가리 어쩌고, 부다페스트 저쩌고)



고개를 돌리니,

고정관념에서 비롯된 공산주의 국가(지금은 아니다. 그렇지만 많은 이들이 여전히 이곳을 공산주의 국가로 생각하고 있다) 같은 색채가 느껴진다.



인터넷으로 검색도, 아무런 상식도 없이 헝가리로 향하고 있는 지금 이 순간이

나에게 미지의 세계에 대한 색을 하나, 둘씩 입히고 있다.



내가 보고, 느끼는 그 마음과 경험에서 나만의 나라가 완성되는 것이다.  


붉은 지붕이 인상적인 헝가리의 소박한 모습
정겨운 곳이라 생각했다.




헤어지기 전날, 친구가 선물해준 와인. 슬로바키아 데빈에서 생산된 와인이라던데, 맛있다고, 유명하다고 했는데..

기차에 (일부러) 두고 내렸다. 필요한 주인에게 전달되길 바라며.. 아니면 버려지겠지; (이렇게 된다면 정말 미안해질 것이다. 친구에게)



나는 괜찮은데, 나를 제외한 모두가 그랬다.

유럽에서 만난 외국인이든 한국인이든..

어쩜 맥주도 와인도 안 마시냐고.. 무슨 재미로 유럽을 다니냐고..



'재미있는데... 더 이상 바랄 게 없이 좋은데...'라고 생각하며 “커피가 있잖니!"라고 응수했다.



안 마시는 와인이라 두고 내린 게 아니라 짐이 살인적으로 많았다. 여행 끝자락이라 몸이 너무 지치기도 했고.

뭐든 버릴 수 있는 건 다 버리고 싶었다. (그렇지만 와인 빼곤 다 필요한 것이었기에;) 도착하자마자 예약해둔 민박집으로 들고 가면 엄청난 환대를 받을 녀석이었지만, 그때까지 버틸 자신이 없었다. 다시 한번 미안한 마음이다.



슬로바키아 '데빈' 와인




Keleti역 도착 -



헝가리다.

부다페스트에 도착했다.


역사 내에 작은 환전소를 찾는다.

숙소까지 갈 차비가 없다.


유로를 포린트(헝가리 화폐)로 바꿔야 한다.




켈레티 역_부다페스트 동역







2014년. 5월의 기록.

다음 편에 계속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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