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픈 나만의 특별한 능력
결혼하고 주부로 지내다 보니 다른 집들은 매일 어떤 반찬과 국을 해서 먹는지 궁금하다. 이미 많은 글에 나는 요린이라고 밝힌 바가 있다. 내가 한 음식들이 맛이 없거나 하진 않지만 할 줄 아는 메뉴가 지극히 한정적이고 요리를 그다지 즐기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막상 마음먹고 하면 어느 정도의 맛은 내기에 때로는 나의 배우자와 아이의 만족도가 꽤나 높을 때도 있다. 물론 매번 맛이 다른 함정이 존재하기도 한다.
감사하게도 우리 집 양반은 약 3개월 전부터 금연을 시작했고, 금연과 동시에 금단 현상이 발생한다. 금단 증상은 허기 짐과 군것질이다. 그래서 요즘은 집에서 일반식으로 저녁을 먹는다.
설명절 부산에 다녀온 우리는 친정엄마로부터 맛있게 익은 매운 김치를 얻어와 김치등갈비찜을 해서 먹었다. 그 메뉴는 나름 자신이 있었기에 오랜만에 요린이가 솜씨를 발휘하여 우리는 일요일 저녁을 맛있는 김치등갈비찜으로 마무리했다.
그런데 명절 연휴를 보낸 뒷날 회사에 다녀온 신랑이 말한다. 회사 식당에서 김치등갈비찜이 나왔단다. 일욜일 집에서 먹은 김치등갈비찜이 월요일 점심 메뉴와 겹친 것이다. 내가 음식을 하자마자 또 이렇게 메뉴가 겹치기 시작한다. "그래도 맛이 다르잖아" 하며 웃으며 넘겼다. 다행히 월요일 저녁은 북엇국과 두부조림으로 화요일 점심과 겹친 메뉴는 없었던 것 같다. 어쩌면 말을 하지 않은 것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점심 식사 후 우리는 잠시 카톡으로 대화를 했다. 나는 오늘의 점심 메뉴가 궁금해서 물어보았다.
어제저녁 메뉴 중 콩나물 국과 감자조림이 오늘 점심으로 ctrl +v 해서 나왔다는 것이다.
이미지로 보이는 카톡 대화 중 오타가 난 공나물국을 보며 나는 콩나물국이 아닌 공나물국이라는 것이 존재하기를 희망했다. 가장 황당한 건 이렇게 메뉴가 동일한 경우가 한두 번이 아니라는 것이다. 마치 내가 한밭 식당 사장님과 메뉴를 공유하고 있다고 느껴질 만큼 자주 메뉴가 겹친다.
신혼 때 먼저 결혼한 친구가 카레는 집에서 가능하면 하지 않는다고 한 적이 있다. 이유를 묻자 카레만 하면 친구 신랑의 회사식당에서 카레가 나온다는 것이었다. 그 말을 듣고 웃으며 그렇게 맞추기도 힘들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금 나는 그 친구보다 훨씬 자주 메뉴를 맞추는 능력이 생긴 것이다.
매번 동일한 메뉴의 식단이 나오는 것을 예방하기 위해 회사 식당의 일주일 식단이 알고 싶다. 물어봐서라도 알아오라고 하고 싶을 지경이다.
금연 전에는 한동안 식욕 부진으로 밥 대신 샐러드나 바나나 두부셰이크 등의 건강식으로 해결하여 메뉴가 겹치지 않았다. 다시 저녁식사를 일반식으로 하자 얼마 전부터 계속 식단 메뉴가 자주 겹치기 시작한다. 나 역시 먹었던 반찬을 다시 먹고 싶지는 않기에 메뉴가 겹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다.
신랑과 카톡을 하다 보니 메뉴에 대해 글을 써야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어 글을 쓰는데 제목을 뭐라고 쓸지 마땅히 생각나지 않았다. 그런데 나의 별명을 지어주 듯 아주 참신한 제목을 쓸 수 있게끔 내게 카톡을 보내준다. 만약 나의 글에 소득이 있다면 글에 대한 지분을 일부 가진 그는 제목도 글감도 자주 내게 제공해 주는 감사한 존재다.
주부로 살다 보니 신랑에게 데자뷰 식단을 제공하는 특별한 능력이 내게 생긴 것이다. 진심으로 웃픈 능력이다. 다른 주부들은 어떤지 상당히 궁금하다. 된장찌개, 김치찌개, 소고기콩나물뭇국, 미역국, 동탯국, 콩나물국, 만둣국, 배추된장국, 오징어찌개, 감자찌개, 카레, 이 정도면 그래도 기본은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이 글을 읽고 분명히 아니라고 하는 분들도 있을 것이다. (아니라면 부정적인 댓글 대신 친절하게 메뉴 추천 댓글 부탁드립니다.)
오늘 저녁 메뉴는 또 무엇을 해야 할까? 심각하게 생각하며 글을 마무리한다. 오늘은 다른 분들의 지혜로 도움을 얻어보고 싶은 마음이 간절한 오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