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면롯데일번가 떡볶이 골목의 이모님

친절함이 머물러 있는 곳 단골 떡볶이집

by 도담도담 J

설명절을 맞이하여 부산에 내려온 우리 가족은 서면거리를 거닐었다. 젊음의 거리에서 추억을 되새기고, 새로운 추억도 쌓기 위해 이곳 저곳을 걷고 또 걸었다.


20대 부터 결혼 전 30대 초반까지 대부분의 만남을 서면시내에서 가졌고, 서면을 거닐다 배가고프면 밥을 사 먹기도 하고 군것질도 했다. 특히 자주 먹었던 군것질이 떡볶이다. 떡볶이는 주로 서면롯데일번가에 위치한 떡볶이 골목에서 먹었다.


"서면롯데일번가"라고 부르기도 하고 "서면시장"이라고도 하는 이곳은 정우 주연의 영화 "바람"에 나온 곳이기도 하다. 영화를 보면서 신랑에게 우리가 떡볶이를 먹던 시장 골목이라고 웃으며 얘기한 적이 있다.


코로나 이전까지는 그곳에 가면 노점 떡볶이집들이 줄지어 있었고, 언제나 많은 사람들이 떡볶이 골목에 서서 떡볶이를 먹고 있었다.


항상 조카뻘 딸뻘 되는 손님들에게 친절하고 다정하게 미소로 대해 주시는 그 이모님이 좋아 늘 그곳에서만 떡볶이를 사 먹었던 나는 나름 단골손님이었다.


떡볶이 1인분에 3천 원, 5천 원이면 친구와 둘이서 한 끼 해결이 가능했다. 떡볶이와 떡볶이 양념에 찍어먹는 전과 당면 만두는 언제나 옳은 맛이다.


결혼을 하고 경기권에 살다 보니 그 맛이 그리울 때가 많았다. 요즘 배달로 유명한 다양한 국물떡볶이가 서면 떡볶이의 맛을 잊게 할 수는 없었다.


코로나 이후 몇 번 서면 떡볶이 골목을 찾았으나 그 많던 노점들이 사라지고 나의 단골집 이모님은 보이지 않으셨다. 그래서 가끔 부산에 오면 아쉽지만 가게에 들어가서 먹었다.


이번에도 가족과 함께 서면거리를 걷다 떡볶이 골목으로 갔다. 유독 노점이 늘어난 듯 보여 혹시 하는 마음으로 장사하시는 분들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그런데 익숙한 자리에 익숙한 얼굴이 한눈에 들어왔다. 너무 반가운 나머지 나를 기억하지도 못하는 이모님께 반갑게 인사를 하고 안부를 물으며 이곳에 올 때마다 찾았노라 이야기하며 온갖 친한 척은 다했다.


알고 보니 코로나 여파로 계속 장사를 하지 않으셨고, 집에만 계시다 보니 건강이 오히려 좋지 않아 최근에 다시 나오셨단다. 10년이라는 시간이 흐르기도 했고, 웃고 계시지만 얼굴이 수척해보이기도 했다. 그럼에도 기억하고 찾아와서 반가워하는 손님들이 있어 고맙다며 예전처럼 따뜻한 미소를 보여주신다.


아이는 이런 나의 모습이 조금 낯설은지 "엄마 좋아?"라고 물어보았고, 나는 아이 앞에서 푼수처럼 계속 이모님이 반갑다고 얘기했다.


서면 떡볶이 골목의 떡볶이 맛은 사실 다 비슷하다. 하지만 떡볶이를 사 먹을 때의 기분은 가는 곳마다 다르다. 내 기억 속 단골집 사장님이자 이모님은 어리고, 젊은 손님들에게 야박하지 않았고 늘 친절하게 웃으시며 떡볶이도 넉넉하게 주셨다.


어쩌면 떡볶이 보다 나의 추억 속에 자리 잡은 그 이모님의 따뜻한 친절함이 그리웠고, 이모님을 통해 지나간 나의 20,30대가 떠올라 반가웠는지도 모르겠다.


나의 지나간 시간속에 떡볶이를 팔던 이모님이 계셨고, 스치고 지나가는 인연이였지만 늘 미소로 대하던 이모님의 따뜻함이 좋은 기억으로 자리잡고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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