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어드는 전화번호

정리되는 관계

by 도담도담 J

주절주절 속 마음을 마음껏 표현하고 싶을 땐 나만 보는 일기장이 최고일 것이다. 브런치스토리가 완전한 일기장은 아니지만 나의 마음을 표현하기 충분히 좋은 공간인 듯싶다.


문득 폰 속에 있는 휴대폰 번호를 훑어보다 인간관계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된다. 잘 살았다 못 살았다 그런 허무감이나 서운함보다는 세월의 흐름에 따른 인간관계에 대한 변화를 실감하고, 영원하지 않은 인간관계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된다.


대학을 입학하자 입학선물로 받은 휴대폰에는 전화번호가 하나둘씩 저장되었고, 당시 나는 꽤 많은 휴대폰 번호를 외우고 있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외우는 번호는 하나둘씩 줄어갔고, 이제는 나의 가족과 친정엄마 번호 외에는 외우 지를 못한다. 어떻게 보면 외우지 않는다는 표현이 적절할지도 모르겠다. 아직은 전화번호 정도는 외울 능력은 있기 때문이다.


줄어드는 전화번호만큼이나 인간관계도 조금씩 좁혀진다. 때로는 정리하는, 때로는 정리당하는 그것이 무엇이 되었건 더 이상 인연이 아닌 관계는 특별한 사건 없이도 자연스레 멀어지고 서로 찾지 않는다. 그렇다고 서운하지도 속상하지도 않다. 그것이 현실인 것 같다.


살아보니 오랜 시간 알고 지낸 것이 인간관계를 끝까지 끌고 가야 할 이유가 되지는 않았다. 물론 10년을 연락하지 않아도 다시 보면 반가운 인물도 있을 것이고, 10년을 연락하지 않다가 다시 연락 오면 '갑자기 왜?'라는 생각이 드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이왕이면 누군가에게 좋은 사람 따뜻한 사람으로 기억되는 것도 좋지만 굳이 인연이 아닌 사람에게는 잊혀지는 것도 나쁘지 않다 생각한다.


인연이라면 서로에게 작은 기억 하나라도 그 기억이 소중하게 여겨지고, 추억하며 웃을 수 있는 사람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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