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묵히 걸어가는 사람에 대해
내가 처음으로 나 혼자 내 돈 주고 영화관에서 2번 연속으로 본 영화는 호아킨 피닉스의 주연 ‘조커’이다. 조커의 내용은 히어로물의 빌런과 다르게 한 소시민의 일상을 배경으로 만들었다. 첫 장면부터 조커의 주연이자 고담시의 광대인 ‘아서 플렉’은 자신의 발 사이즈보다 2,30 정도 더 큰 사이즈의 워커를 신고 흰색 셔츠와 검은색 바지, 그리고 주황색 조끼 입고 그 위에 체크무늬 패턴의 자킷을 입었다. 머리는 초록색 아프로 머리에 신생아 머리 사이즈 만한 빨간 모자 하나를 썼다. 얼굴 피부는 새 하얀 도화지 같았고 도화지 위에 광대 분장으로 눈, 코, 입을 그린 것 같은 모습이어서 이목을 쉽게 끌 수 있는 외모였다. 그 때문인지 간판 홍보를 하던 아서에게 청소년 무리가 달려들어 간판을 빼앗아간다. 복잡한 대로 한 복판에서 간판을 빼앗긴 아서는 맞지도 않은 신발을 신고 전력을 다해 청소년 무리를 쫓는다. 차가 달리는 도로를 건너 아슬아슬한 거리를 유지하면서 쫓다가 막다른 골목에 청소년 무리가 갇힌다. 아서는 당당히 걸어가다 매복 해 있던 청소년 한 명에게 간판으로 맞아 쓰러진 뒤 청소년 무리에게 둘러 쌓여 발길질을 당한다. 참 비참한 시작으로 주인공에 대한 삶의 연민을 느끼게 해주는 장면이다. 홍보를 맡긴 간판은 부서지고 간판을 사수하기 위해 청소년 무리를 쫓다가 근무지 이탈했다는 이유로 오히려 사장에게 경고를 먹는다.
그러고 나서 퇴근을 하는 아서는 높은 언덕 계단을 올라가는 모습이 나타난다. 거기엔 아무런 희망도 생기도 없이 단지 바닥을 보며 한 발, 한 발 내딛을 뿐 아무도 아서에게 관심을 주지 않는다. 배경 또한 밤의 완연한 어두움과 새벽녘의 푸르스름한 하늘이 섞여 아서를 나타내 주고 있다.
아서는 청소년 무리에게 당한 뒤로 ‘랜들’이라는 같은 회사 동료에게 총과 몇 개의 총알을 건네 받는다. 그 뒤로 아서는 아동병원의 아이들 앞에서 실수로 총을 떨어트린다. 그 사실 안 사무실 사장은 바로 아서에게 전화를 걸어 해고 처리를 한다. 실직자인 아서는 집을 가기 위해 지하철에 타 속으로 많은 푸념을 하던 와중, 취한 여피들이 한 젊은 여성에게 치근덕거리는걸 아서가 목격했다. 아서는 어릴 때 뇌를 다쳐 자기가 원하지 않을 때 급작스럽게 함박웃음이 터진다. 하필 지하철 칸엔 취한 여피족 3명과 한 젊은 여성 그리고 아서 플렉만 타고 있었다. 여피들은 자연스레 아서에게 다가가 시비를 걸었다. 아서를 붙잡고 주먹으로 때리고 발길질을 퍼부었다. 아서는 랜들에게 받은 총으로 반격했다. 첫발은 운이 좋았는지 한 여피의 머리를 맞췄다. 그런 다음 옆에 있던 다른 여피에게 복부에 2방을 쏜다. 이에 경악한 나머지 여피는 도망치다 다리에 맞았다. 다리에 총을 맞은 여피는 지하철 문이 열리자 두더지 게임에 두더지처럼 아서의 눈치를 살피다 지하철 계단으로 전력을 다해 뛰지만 총을 맞은 다리가 제대로 움직일 리 없었다. 뒤 따라오던 아서는 남은 총알을 마지막 여피에게 다 쏟아부었다. 처참히 죽은 시체를 보고 황급히 밖으로 도망쳐 근처 화장실로 몸을 숨긴다. 잠깐의 숨을 고르고 나서 아서는 거울을 보며 천천히 춤을 춘다. 아서가 각성하는 모습을 춤으로 표현했다는 것이 광대와 잘 맞았다.
그 뒤로 아서는 머레이 쇼에 출연 제의를 받게 되는데 (고담시 세계관에서 머레이 쇼는 게스트와 1대 1로 대화하는 쇼인데 대한민국의 국민 MC가 진행하는 쇼와 비슷하다고 생각하면 된다.) 머레이는 앞서 방송에서 아서의 개그를 희롱하며 아서에게 모욕감을 주게 된다. 이에 아서는 총을 챙겨 방송국으로 향하게 되는데 아까 아서가 아무런 희망과 생기가 없던 언덕 계단을 쨍쨍한 날씨와 더불어 아서는 적갈색의 셋업과 초록색 셔츠, 주황색 조끼를 입고 형형색색의 모습으로 아주 경쾌한 스텝과 함께 힘차게 계단을 내려온다.
이글의 제목이 ‘조커 리뷰’가 아닌 ‘옳은 일을 한다는 것’으로 정한 건 아서의 인생처럼 절망적인 삶에서 자신의 꿈인 유명한 코미디언이 되기 위해 묵묵히 걸어가는 모습이 마치 과거의 나와 비슷했다. 누군가 날 힘들게 할 때 나도 똑같이 해버리면 속이 후련하겠지만 난 그렇지 못했다. 꽤 지나고 나서야 ‘아 나도 똑같이 그 사람한테 폭언을 쏟아 버릴걸’라고 생각했던 적이 있다. 하지만 옳은 길은 원래 힘들다는 사실을 알고 나서 누군가 내게 해코지를 해도 ‘내가 그냥 툭툭 털고 지나가는 게 나한테 더 좋은 일을 하는구나’ 하고 다시 원래 내 일상으로 돌아오면 그만인 일이라는 걸 알게 됐다. 알기까지 오래 걸렸지만 누군가에게 받은 만큼 돌려주지 못했다고 후회하진 않는다. 오히려 그때 아무도 알아주지 않아도 나 스스로 옳은 일을 했다는 것을 이 세상 사람 아무도 모르고 내 진심을 몰라줘도 내가 알고 있으니 상관 없었다.
묵묵히 언덕 계단을 밟고 올라가다 보면 어느덧 꽤 높은 곳까지 올라왔다는 걸 실감하겠지. 그리고 다시 나는 다른 계단을 찾아 올라갈 것이다. 원래 옳은 길은 힘든 것이니까 안 힘든 길을 찾기보단 내 앞에 주어진 계단을 오르는 일이 최선의 길이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