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일의 쾌감
퇴근시간. 나는 퇴근 준비를 한다. 이때가 평일 중 제일 행복한 시간이다. 6시 5분 전. 누구보다 빠르게 준비하면 시끄럽지 않고 신속하고 정확하게 해야 한다. 다른 사람들이 보면 ‘아 쟤는 퇴근을 좋아하나 보네?’ 란 인식을 줄 수 있으니 남들보다 빠르지만 조용히 준비한다. 2분 전이다. 아 이렇게 시간이 안 가는 2분도 없을 것이다. 남들은 뭐하는지 조용하고 나만 혼자 퇴근을 하기 위해 궁둥이만 들썩인은 시간이 이렇게나 무안할 줄이야. 드디어 6시. 빠르게 의자를 책상에 넣고 외투를 정리한 뒤 거울 한 번 확인하고 다른 직원들께 인사를 드린다. 그리곤 바로 퇴근. 아 드디어 해방이다. 해는 물론 져 있지만 내 하루는 지금부터다. 출근할 때 발걸음보단 퇴근할 때 발걸음이 훨씬 가벼운 건 왜 그럴까.
나는 퇴근 도중 한 신호등 앞에 섰다. 길을 건너야 했기에 비록 추운 날 서 있긴 실었어도 어쩌겠는가. 근데 하필이면 담배를 피우며 신호를 기다리는 사람이 있다. 왜 굳이 사람들이 서서 기다리는 곳에서 담배를 뻑뻑 피워대는지 모르겠다. 난 그 민폐가 알기 쉽게 10초간 노려봤으나 그 민폐도 여간 철판 얼굴이 아니었다. 신호등이 바뀌고 그 민폐는 걸어가면서 담배를 피우는 일명 “길빵”을 했다. ‘아.. 내 손에 망치를 들고 있다면 토르처럼 한 대 쳐주는 건데..’라는 생각도 잠시 내가 타야 할 버스가 슝 지나간다. ‘아 재수 옴팡지게 없네..’ 어쩔 수 없이 정류장에서 기다린다.
그러던 도중 아까 그 민폐가 자꾸 바닥에 신경을 쓰길래 봤더니 지갑이 떨어져 있었다. 가죽으로 된 지갑. 비가 오던 터라 꽤 축축했다. 만지기 딱 싫을 정도로 젖어 있었다. 그때 내 버스가 도착했다. 일단 지갑을 갖고 탔다. 난 좌석에 앉아 계속 살펴봤지만 이 지갑의 주인을 알 수 있는 단서는 딱히 없었다. 여러 종류의 영수증, 신용카드 한 장, 중앙 할인마트 VIP카드 한 장. 그리고 지폐 여러 장과 동전 몇 개가 지갑이 나에게 말해 줄 수 있는 단서였다. 하는 수 없이 나는 카카오 맵을 켜 중앙 할인마트를 검색해 봤다. 어? 내 다음 정거장 길 건너편에 있었다. 딱히 할 일도 없었고 나도 지갑을 잃어버려 황당할 때 도움을 줬던 사람들을 생각해서라도 나는 다음 정거장에 내리기로 했다. 내리고 보니 시장 한가운데였다. 꽤나 분주하고 환한 곳이었다. 길을 건너 할인 마트에 도착했다. 나는 카운터에 계시는 직원분 앞에 빤히 서 있었다.
직원분 : “뭐 사러 오셨어요?”
나 : “아 지갑을 주웠는데요. 여기 마트 적립 카드가 있어서요.”
나는 바로 카드를 직원분께 건네드렸다.
직원분 : “아 잠시만요. 아 ooo님? 전화드려볼게요.”
오, 역시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직원분: “ 아 안녕하세요. 중앙 할인 마트인데요. 한 젊은 청년이 고객님 지갑을 들고 오셨어요.”
감사했다. 젊은 청년이라니. 삼촌이라고 하실 줄 알았는데. 그리곤 지갑의 주인분께서 날 바꿔 달라고 하셨다.
지갑의 주인분 : “아 정말 감사해요. 카드 정지 취소하려고 전화하려고 했는데. 정말 감사해요.”
나 : “아닙니다. 찾으셨으니 다행이네요.”
중년 여성분이었다. 계속 감사하다는 말씀을 하시곤 했다. 기분이 좋았지만 덤덤한 말투로 일관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건강하시라고 말씀 드릴 걸 그랬다. 아직도 약 값 48만 원인 영수증이 생각난다. 누군지 모르는 분이지만 그분의 건강과 안녕을 빈다.
다시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돌아가는 길. 환하던 시장이 더욱 환하고 내 얼굴도 환해졌다. 기분이 좋았다. 아무런 돈도 물건도 받지 않고 단순히 찾았다는 안도와 기쁨의 말투가 날 더 행복하게 했다. 다행이었다. 내 10분이 그분에게 도움이 됐다는 것에 나 스스로를 칭찬하며 걸었다.
이렇듯 될 일은 되는 것 같다. 우연히 내가 발견하고 우연히 내가 타는 버스가 하필 중앙 할인 마트 쪽을 지나가고, 마트를 지나치기 전에 마트 위치를 알고.. 이렇게 될 일은 우연히 혹은 필연적으로 엮이는 것 같다. 이 글을 읽으시는 분도 나도 될 일이 올 거란 마음으로 살아가면 좋겠다. 지금의 일이 불안해도 우연히 알맞게 성공할 일이 생겼으면 좋겠다. 오늘도 버티고 지켜내시느라 수고 많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