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달 너머로 달리는 말
내가 반한 글귀들
야백은 쓰러진 군병들의 시체를 밟지 않으려고 조심스레 발걸음을 옮겼다. 똥을 내질러놓고 죽은 군병도 많았다. 인간들은 고기를 즐겨 먹어서 피 냄새가 누렸고 똥 냄새가 구렸고 뱃가죽과 허벅지에 기름기가 많았다. 야백은 코를 벌름거려서 그 냄새를 빨아들였다. 죽은 인간들이 내질러놓은 것들의 냄새가 초원에 가득 찼는데, 냄새에는 피아의 구분이 없었다. 냄새는 느끼했고 끈끈했는데, 그 냄새는 사람의 냄새였으므로 사람은 맡을 수가 없고 말만 맡을 수 있었다. 냄새가 이러하므로 인간은 싸우고 또 싸울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야백은 생각했는데, 그 생각은 말만이 할 수 있는 생각이었다. (125/272)
살아 있는 동안에 사람을 낳은 사람의 자식이고 부모지만 죽으면 인연은 흩어지고 혈연은 풀려서 뿔뿔이 흩어져 제자리로 돌아가게 되므로 누구나 누구의 자식도 부모도 아니며, 형태도 없고 무게도 없고 그림자도 없는 바람이 되어 백산으로 들어가고, 인간 세상에는 그 인연 없는 자리에서 새로운 사람들이 태어난다고 월나라 사람들은 대를 이어서 이야기를 전했다.(173/27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