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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요원 Jun 07. 2022

장소의 두께

[책] 서울 건축만담


이 책은 쫄깃하고 시원한 치맥처럼 십 수 년의 인연을 이어온 두 건축가가 퇴근 후 사람 사는 냄새가 눅진하게 배인 치킨 집에서 맥주 한잔에 그날 걷고 보고 재구성한 서울의 일상을 풀어놓은 건축 에세이 책이라고 출판사는 소개했다. 그들의 표현을 빌리자면 ‘신변잡기 에세이를 빙자한 건축과 도시 이야기’라는 것이다. 책에는 두 건축가가 나눈 서른 두 번의 대화가 실려 있다.


* 내가 반한 글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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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소는 지워진 지 오래인데 공간의 기억은 끈질기게 남아 있다. <그때 그리고 지금, 한강> 195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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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4년에 각인된 그 장소가 아니다. 장소는 너무 넘치게 커지고 풍족해져 한가로이 뭔가를 추억할 여지를 남기지 않는다. 장소의 두께는 얇아지고 남겨진 시간은 빈약해졌다. <응답하라 1994, 신사동 가로수 길> 247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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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의 장소가 예전에 어떤 용도로 쓰였는지 알고 나면 조금 다른 느낌으로 이 공간을 받아들이게 된다. 과거의 공간과 현재의 공간을 동시에 경험함으로써 시간의 현재성을 실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식의 공감각적 일체감은 역사 깊은 도시의 오래된 장소들이 갖고 있는 특별한 감동을 그곳을 방문한 사람들에게 전달해준다. <추억과 우주선, 동대문디자인플라자> 303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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