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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요원 Apr 29. 2018

[책] 로이드 칸의 적당한 작은 집

삶의 방식

어느 유명한 건축가는 건축 자체를 예찬했지만  이 책의 저자인 로이드 칸은 작은 집을 예찬한다. 그러나 마냥 작은 집이 아니라 적당한 작은 집이다.나와 우리 가족 그리고 주변환경에 맞춘 집이다. 미국 이라는 국가적 특징과 법규적 문제, 소개된 많은 집들이 자연속에 위치하는 점에 대해서는 차치하고 대부분 집을 손수 지을 수 있는 정도로, 주변에서 손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를 주로 사용한 집들이 소개되어 있다. 그래서인지 각각의 집에는 다양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65채의 집에 그 보다 배는 많은 삶의 이야기들이 있었으며, 어느 집은 동화속의 집 같고, 또 어느 집은 나도 한 번 그와 같은 집에서 살고싶은 마음이 드는 집도 있었다. 또 다른 어떤 집은 집이라기 보다는 사람이 살아갈 수 있는 조각 작품(예술품) 같기도 했고, 때론 장난기 짙은 집도 있었다. 건물주들의 독창적인 아이디어에 의해 사용되지 않았으면 그저 단순한 쓰레기였을지도 모를 어떤 것들을 재활용하여 탄생한 근사한 집도 있었다. 전체적으로 책은 요점을 잘 정리해놓은 카탈로그 같았다. 그래서 책의 크기도 보통의 것보다 컷다. 로이드칸의 이러한 집 수집은 아마도 계속 이어질 것이다. 그가 지금까지 이런 저런 책을 내며 그래왔듯이 말이다. 

이러한 적당한 작은 집에 담긴 삶의 이야기, 나의 눈길을 사로잡은 일부분, 이러한 집을 보면서 떠오른 생각들을 기록해둔다. 그야말로 독특한 숲 속 펜션, 별장을 생각하고 있는 이가 있다면 그 아이디어를 발전시키는데 도움이 될 듯 하다. 

그레이엄과 글로리아 허버트 부부의 섬에 지은 집에서는 전남 구례군 구층암의 도랑주처럼 가공하지 않은 나무 그 자체를 기둥이나 다른 구조체 또는 장식으로 사용하여 독특하면서도 자연스러움을 취했다. 


밴쿠버 섬의 셰이크 오두막은 미국 애니메이션 개구쟁이 스머프에나 있을 듯한 집이다. 우리네 너와집처럼 마감한 지붕이 특징적인데, 이 셰이크(지붕널)는 증기처리를 해서 휘게 만들었고, 그래서 더욱 만화속의 집 같다. 


빈의 작은 집은 오프그리드 off-the-grid(전기, 상하수도 등 공공시설을 사용하지 않는다는 의미) 방식으로 운영하겠다는 집이었다. 환경을 생각한 일면도 있지만 현대를 살아가는 이들에겐 매우 어려운 결심일 것 같다.


대학에서 건축구조를 공부하기도 했던 댄 컴벌릭은 리투아니안에 자신의 집을 지으며, 현지의 일반 주택 양식을 그대로 베꼈다고 했다. 다른 방식으로 집을 지을 이유를 찾지 못했기 때문이었으며, 특정 지역의 거주민들은 수백 년 동안 현지에 맞는 최적의 모양과 특징을 가진 주택 양식을 발전시컸기에 이를 따르지 않거나 모던한 방식을 찾는답시고 지형적 특성과 현지 빌더들의 지혜를 무시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라고 하였다. 격하게 공감되는 얘기다. 


지기와 에이프릴의 팀버프레임, 볏짚 주택에서는 삶의 자세에 대한 얘기도 엿들을 수 있었다. 그들은 집을 지으면서 많은 것을 느꼈다고 했다. 그 중에서도 볏짚 주택은 예상치 못한 많은 방법으로 도전을 하게 했는데, 많은 이들이 도전을 포기하는 이유는 자신을 신뢰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하였다. 의심이라는 존재가 우리 고유의 창의성과 문제해결 능력을 빼앗아가도록 내버려 두어서도 안된다고 하였다. 


그레이엄 한나의 동굴 집은 기회가 주어진다면 나도 한번쯤 살아보도픈 집이었다. 처음에는 자신들을 위한 집이었는데, 이제는 모두를 위한 독특한 숙소가 되어버린 집이기도 하다. 광활한 초지의 한 편에, 경사지를 이용하여 동굴같이 보금자리를 마련하였고, 그 앞은 연못과 개울도 조성되어 있다.  목가적인 풍경이 바로 이런 모습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드는 집이다. 빛 좋은 어느 가을날, 가족들과 함께 동굴집 앞에서 고기를 구워 먹기도 하고, 때론 집 앞 연못가에서 왈츠 한 곡을 들으며 커피 한 잔과 함께 재밌는 책도 읽어 보고 싶다. 혹시라도 나중에 뉴질랜드에 가게 된다면 잠깐이라도 들러봐야겠다. 


세 번의 지진과 혹독한 홍수를 견뎌낸 흙집도 있었다. 최근 몇 년동안 우리 나라에서 벌어진 안전 관련 사고들을 떠올려볼 때 부끄럽지 않을 수 없었다. 물론 건축 경험이 전혀 없었고, 그렇기에 보다 더 튼튼하게 지으려고 했겠지만, 임대를 목적으로 한다고 하여, 또는 내 집이 아니니까라는 생각으로 건축을 할 때 대충 일을 처리하는 것은 인간의 생명을 걸고 벌이는 큰 죄악이라는 것을 알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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