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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소:담백 21화

소:담백 #에필로그

소소하고 담백한 나의 독백을 마칩니다

by 버들

Chapter00. 에필로그


에필로그를 쓰기까지 정말 오랜 시간이 걸렸다. 추억이 담긴 음식을 주제로 글을 써야겠다고 처음 생각한 게 약 2년전이니 꽤 오래 되긴 했다.

게으른 완벽주의인 탓에 처음엔 그림이 마음이 들지 않아서, 다음엔 네컷 만화를 못그려서. 마지막으론 글이 써지지 않는다는 이런 저런 핑계를 붙여가며 미루고 미뤄왔다.

누구도 글을 독촉하지 않는 브런치라는 고요한 공간에서 누구도 듣지 않는 혼잣말을 하는 것 같아 글쓰기에 흥미를 잃었던 것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에필로그를 쓸 수 있는 시간이 왔다.

이번 편은 누가 읽어주지 않아도 상관없다. 중도포기하지 않았고 끝내 ‘소:담백’을 마무리한 나에게 주는 찬사글과도 같다.


‘소:담백’은 추억 속 음식을 복기하면서 나의 지난 인생, 잊고 있었던 감정들을 떠올리는 시간이었다.

아, 이런일도 있었지 웃음 짓기도 하고, 기억 속에서 사라져가던 할머니와 추억을 다시 붙잡았으며 글을 쓰며 참 많이 울기도 했다.


기억력이 나쁜 편은 아니라고 여겼는데, 생각보다 많은 기억들이 사라져가고 있음을 깨닫기도 했다.

그래서 ‘소:담백’을 쓴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5년 뒤, 10년 뒤에는 더 많은 기억이 휘발되었을지 모르니 말이다.

물론 앞으로 5년 뒤, 10년 뒤에는 또 다른 음식들로 기억과 추억이 채워져 나갈테지만.


시원하고 섭섭하지만, 이제는 소소하고 담백했던 스무개의 고요한 독백을 마친다.

서툰 문장으로 채워진 글이었지만 누군가 나의 글을 보고 자신의 추억을 떠올릴 수 있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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