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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버드나무 Jan 05. 2019

오바마 행정부 외교팀의 고군분투

다큐멘터리 <파이널 미션> 리뷰


HBO 제작 다큐멘터리 <파이널 미션>(영어 원제는 The Final Year)을 봤다네. 오바마의 외교팀이 임기 마지막 해(Final Year)인 2016년에 정치적 유산을 남기려고, 혹은 '못 박기'를 하려고 동분서주하는 모습을 담았다. 오바마 대통령은 물론이고 존 케리 국무장관, 서맨사 파워 UN주재 미국대사, 벤 로즈 부보좌관 등이 주요 주인공으로 등장하고, 대이란 협약, 대쿠바 협약, 보코하람, 파리 기후협약, 그리고 무엇보다 시리아 내전이 주요 소재로 나온다. 

엄청나게 흥미로운 다큐멘터리냐고 한다면 그렇진 않다. 사실 외교라는 게 막후에서 일어나는 협상에 의해 이끌리는 게 대부분이고, HBO 카메라가 쫓아갈 수 있는 무대에서는 사실 '말의 전시'밖에는 잡아낼 수 없다. 외교팀이 화려한 언설과 탁월한 협상력으로 무언가 놀라운 성과를 얻어내는 장면을 기대한다면 이 다큐멘터리를 굳이 보지는 않아도 될 것 같다.

다만 정치적 유산이란 게 얼마나 허망한가를 볼 수는 있는데, 2016년에 그토록 뛰어다녀서 만들어낸 성과들은 극 후반부 트럼프의 당선과 함께 거의 무용지물이 돼버리고 만다. 청산유수처럼 말을 쏟아내던 연설문 작가 벤 로즈는 당선 직후 한 마디도 제대로 해내지 못한다. 그러나 역시 오바마는 오바마다. 임기 마지막 순방국으로 민주주의를 잉태한 그리스를 선택한 그는 HBO와의 인터뷰에서 이런 말을 남겼는데, 이 말이 너무 맘에 들어서 기꺼이 인용. 낙관적/급진적 민주주의의 정수랄까.

"역사는 직선을 따라가지 않아요. 갈팡질팡하죠. 하지만 추세선은 궁극적으로 덜 폭력적이고 더 인정이 많고 더 너그러운 세상을 향하고 있어요. 그러려면 개인들이 그런 미래를 위해 싸워야 하죠."

충분한 내용을 얻어내진 못했지만, 정치 다큐멘터리답지 않게(?) 꽤 세련된 영상이고, 미국 외교의 (겉표피에 불과할지라도) 생생한 현장을 함께 따라갈 수 있었기에 시간이 아깝지 않은 다큐멘터리였다. 무엇보다 트럼프의 취임식날 각자의 성격과 위치대로 백악관을 떠나는 참모들의 모습을 보는 경험은 아주 신선하고 흥미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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