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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버드나무 Jan 08. 2019

공포와의 전쟁

다큐멘터리 <레스트레포> 리뷰


<레스트레포>, 넷플릭스. 2007년에 촬영해 2010년에 개봉한 다큐멘터리인 줄 미리 알고 봤다면 좀 다른 기분으로 봤을 것 같다. 그걸 중후반까지 몰랐고, 그래서 어떤 관점으로 봐야 하는지 끝까지 정리하지 못한 채 밋밋하게 봐야 했다.


이야기는 간단하지만 묵직하다. 미국의 아프간 침공이 한창이던 2007년, 아프간에서도 가장 위험한 전장이라는 코렌갈 계곡에 배치된 한 미군 부대가, 동료를 몇 사람 잃어가면서도 중요한 전초기지를 점령하는 데 성공한 뒤, 지루하고 두려운 나날을 견디다 자국으로 북귀한다는 게 이야기의 전부다. '레스트레포'는 그들이 잃은 동료의 이름이자, 그 동료의 이름을 따서 붙인 전초기지의 이름이다. 그리고 이따금 현재 시점에서, 즉 복귀 이후의 시점에서 전역한 군인들의 당시 심경을 묻는 인터뷰 장면들이 끼어든다.


그런데, 그래서? 라는 질문이 내내 떠올랐다. 저 미군들을 안타까워 하면 되나? 이렇게 위험한 데서도 나라를 위해 몸바친 미군의 서비스에 감사를 표하자고 하는 건가? 아프간인들을 동물 취급하듯 말하고 전투를 즐기는 것처럼 말하는 미군의 광기를 비판하기 위해서 만든 건가? 그냥 전쟁이 도대체 무엇이냐는 질문을 던지고 싶었던 걸까? 그런 질문들.


이것이 2007년의 전장이자 2010년의 작품이라는 걸 알게 되니 그때는 좀 해명이 됐다. 당시의 상황에서라면 지지부진한 전쟁에 차출돼 가장 위험한 전장에 들어갔지만 의무를 다한 젊은 미국인들을 위로하려는 의도였을 것 같다. 그 시기에는 유효했을 관점이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지금 이 주제를 다룬다면 이렇게 다뤄서는 안 된다. 그런 생각을 하며 봤지만, 지금의 영화가 아닌 걸 알았으니 그러려니 한다.


아무튼, 현대전, 특히 중동에서 이른바 테러집단을 상대로 이뤄지는 현대전이라는 것이 어떤 성격인지를 <레스트레포>는 잘 보여준다. 이 지점에서는 비슷한 시기에 개봉한 영화 <허트로커>과 유사하다. 군복을 입지 않은 테러리스트들과의 싸움이란, 누가 적이고 누가 적이 아닌지를 구분할 수 없어 모두를 의심하고 언제나 경계를 늦출 수 없는 자기 안의 공포, 그리고 분명하게 물리쳐야 할 대상조차 없기에 기약을 알 수 없다는 공포와의 싸움이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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