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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버드나무 Jan 11. 2019

하늘을 향한 노래,
하늘에서 전하는 말

고공농성 시위를 다룬 노랫말들

오늘, 파인텍 노동자들이 426일만에 땅으로 내려온다. (기사) 저 굴뚝에서 얼마나 외롭고 괴로우셨을까. 최장기간의 고공농성으로 기록됐다고 한다. 그것만으론 부족하다. 이것은 사용자들이 최장기간 경영자의 의무와 인간으로서의 도리를 저버린 사건으로 기억돼야 한다. 이제라도 무사히 내려오실 수 있게 되어 무척 다행이다. 하루 빨리 건강을 회복하실 수 있기를 기도한다.


아침 출근길에 교섭타결 소식을 읽으며 노래를 세 곡 찾아 들었다. 모두 고공농성을 다룬 노래들이다. 노동자들이 땅에서 목소리를 전하지 못해 하늘로 올라가야 하는 일들은 이번만이 아니라 무구한 역사를 가진 일이라서, 그에 관한 노래들도 여럿 있다. 이 글은 그 노래들을 수집한 것이다. 


1. 오지은 : 누가 너를 저 높은 곳에 올라가게 만들었을까


노래듣기 : https://www.youtube.com/watch?v=gSfmk9Ar3Fo


첫 번째는 2012년 발표된 오지은씨의 노래, <누가 너를 저 높은 곳에 올라가게 만들었을까>이다. 홍대의 여성 인디 뮤지션들이 모여 만든 음반 '이야기해주세요'에 실렸다. (앨범 소개) 한진중공업 해고노동자 김진숙이 타워크레인에 올라 309일간 농성한 사건이 이 노래의 배경이다. "차갑게 퍼붓는 비보다 마음속에 내리는 비가 나를 떨게" 한다는 노랫말이 내 마음에도 비가 내리게 한다.


누가 너를 저 높은 곳에 올라가도록 만들었을까
아무 것도 보이지 않고 아무 것도 들리지 않는 곳
누가 나를 이 높은 곳에 올라가도록 만들었을까
아무도 보아주지 않고 아무도 들어주지 않는 곳

같은 얘기를 목이 쉬게 같은 길을 발이 부르트게
걸어도 벽이 높아서 나도 오를 수 밖에 없어
차갑게 퍼붓는 비보다 마음속에 내리는 비가
나를 떨게 해 이젠 앞에 떨어지는 길만 남은 걸까

바래왔던 건 아주 작은 떠오르는 해를 바라보고
반짝이는 별을 바라보며 따스한 집에 돌아가는 것
바래왔던 건 아주 작은 땀방울의 소중함을 알고
아름다운 미소를 알며 따스한 네게 돌아가는 것

누가 너를 저 높은 곳에 올라가도록 만들었을까
누가 나를 이 높은 곳에 올라가도록 만들었을까



2. 윤영배 : 위험한 세계


노래 듣기 : https://www.youtube.com/watch?v=w3ygw21kWpY


윤영배 씨의 노래. 2013년에 발표됐다. 2013년에도 노동자들은 여지없이 하늘 위로 올라갔다. 스타케미칼의 차광호 씨가 굴뚝 위에 있었다. 그는 408일에 걸쳐 고공농성을 했다. (기사) 이번 파인텍 고공농성 이전까지 최장기 농성이었다. 당시 농성의 결과로 세워진 게 스타케미칼의 자회사 파인텍이다. 그 파인텍이다. 그래서 차광호 씨는 이번에도 파인텍지회장으로서, 다만 땅 아래에서 단식 농성을 함께 했다. 철탑에 오른 사람들도 있었다. 쌍용차 노동조합의 한상균, 복기성 씨다. 복직투쟁을 위해 171일간 하늘 위에 올라 있었다. (기사) 사람은 종탑 위에도 있었다. 재능교육 노동자들이 201일간 시위하다 땅을 밟았다. (기사) 하늘에 올라가야 사람들은 말을 들어주었다. 윤영배는 희망을 노래한다. 내 마음보다, 내 눈물보다 더 높고 뜨겁게 투쟁해야 했던 사람들을 보라고 말하면서, "고르게 곧게 바르게 환하게 넓게 정의롭게"라는 노랫말을 읊조린다.



저기 철탑위에 오르는 사람이 보이는가
내 마음보다 더 높은 다짐들

저기 망루위에 서 있던 사람이 보이는가
내 눈물보다 더 뜨겁던 새벽을

철탑도 타는 망루도 지친 농부도 취한 슬픔
고르게 곧게 바르게 환하게 넓게 정의롭게

저기 들판위에 서 있는 사람이 보이는가
농부가 사는 저 시름의 마른 땅

저기 갯것가자 부르는 구럼비가 보이나
이름을 가진 전부의 대답들



3. 권나무 : 깃발


그리고 가장 최근에 나온 노래, 권나무 씨의 <깃발>이다. 유튜브에는 없으니 돈 주고 사서 들으며 읽어주기를. '햇볕이 쏟아지는 오랜 굴뚝 위의 피땀이 하늘에 뿌려'진 뒤에야 땅 위의 우리들은 말을 듣는다. 파인텍 얘기다. 권나무 씨는 이렇게 노래한다. "사람은 사람을 말해야 하지 않겠소. 우리들은 여전히 봄을 노래해야 하지 않나. 아무런 울타리도 없는 저 명분의 세상에서 지나가는 바람에게 기도를 해야 하는 사람은." 


빗물을 마시진 않았지
햇볕이 쏟아지는
오랜 농부들의 피땀이 길가에 뿌려져
붉은빛이 사방에 떨어지는 밤
그들의 땀방울에 비가 섞여 흐를 때

아무도 없는 높은 곳에
외치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저들의 깃발 아래
큰 물줄기를 이룰 때

사람은 사람을 말해야 하지 않겠소
우리들은 여전히 봄을 노래해야 하지 않나
아무런 울타리도 없는 저 명분의 세상에서
지나가는 바람에게 기도를 해야 하는
사람은

연기를 마시진 않았지
햇볕이 쏟아지는
오랜 굴뚝 위의 피땀이 하늘에 뿌려져
검은빛이 사방에 떨어지는 밤
그들의 땀방울에 비가 섞여 흐를 때

아무도 없는 높은 곳에
외치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저들의 깃발 아래
큰 물줄기를 이룰 때

사람은 사람을 말해야 하지 않겠소
우리들은 여전히 봄을 노래해야 하지 않나
아무런 울타리도 없는 저 명분의 세상에서
지나가는 바람에게 기도를 해야 하는
사람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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