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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버드나무 Feb 23. 2019

감정을 넘어, 폐허를 넘어, 어떻게 바꿀 것인가

다큐멘터리 <위기의 커뮤니티: 와츠의 아이들> 리뷰


<위기의 커뮤니티: 와츠의 아이들>, 넷플릭스. 원제는 <A Week In Watts>. 울지 않으려고 했는데 결국 울어버렸다. 와츠, 로스앤젤레스와 캘리포니아 사이에 위치한 도시다. 흑인 빈민들이 대다수를 이루고 범죄율이 높으며 경찰들이 불신의 대상이 되는 도시. 이 다큐멘터리는 이 도시의 경찰들을 다뤘다. 

<플린트타운>과 <오클랜드 경찰을 재건하라>에 나오는 경찰들과 같은 문제를 겪고 있는 셈인데, 와츠의 경찰들은 앞서 경찰들과 전혀 다른 결정을 내린다. "우리가 직접 가난하고 위태로운 환경에 놓인 아이들의 멘토가 되어주자." 아이들이 도시에 적응하고 학교에 적응할 수 있도록 직접 돕고, 충분한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교육비를 지원해주는 프로그램 'Operation Progress'에 참여하는 경찰들과 학생들의 일주일이 이 다큐멘터리의 소재다.

<더 와이어>에서 한 시즌을 할애해 다뤘던 '빈민가 흑인 아이들의 교육 문제'에서 해법을 찾고자 시도한 것이다. <더 와이어>에서는 실패했다. 시궁창에서 탈출한 유일한 아이는 안정적인 가정으로 입양됨으로써 성공할 수 있었다. 교육이 아니라. 교육을 통한 변화에 정말 가능성이 있냐고 <더 와이어>가 반문했다면, <와츠의 아이들>은 그 가능성을 봤다고 대답한다. 다큐멘터리의 마지막에, 프로그램에 참여한 몇몇 아이들의 후일담이 자막으로 나온다. 모두 안정적인 환경을 찾아가고 있다고 한다. 거기서 울었다. 그 아이들은 시궁창을 벗어나는 데 성공한 거다

단지 경찰이 멘토가 됨으로써? 그렇게 간단한 문제는 아니다. 물론 여기에 전제되는 건 경찰들의 진정성이다. 그들이 속한 커뮤니티를 변화시키려는 강력한 의지, 이따금 흔들리더라도 끝까지 아이들을 믿어주려는 마음, 뭐 그런 것들. 그런데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따로 있다. 부모들의 변화. 프로그램을 지휘하는 한 사람이 인터뷰한 말 중에 이런 게 있었다. "경찰과 아이들이 어울리면서 아이들의 (경찰에 대한) 생각이 바뀌고, 부모들의 (경찰에 대한) 생각이 바뀌고, 사회의 (흑인 지역에 대한) 생각이 바뀌는 거죠." 변화의 시초. 흔히 우리는 어른이 변해야 아이들이 바뀔 수 있다고 말하지만, 그 변화는 역방향으로도 이뤄질 수 있다는 것이다. 

아이들이 어떻게 꿈을 찾아가는지, 부모들이 어떻게 그 아이들을 통해 변해가는지, 경찰들이 어떻게 믿음을 얻어가는지를 이 다큐멘터리는 잔잔하고 감동적으로 보여준다. 물론 영화에서 보여주지 않는 한계는 있을 것이다. 기본적으로 장학 프로그램의 형태를 띤 탓에, 이 프로그램 바깥에 있는, 이 프로그램의 안으로 들어오지 못한 아이들은 여전히 '모퉁이'에서 마약을 팔고, 총성을 듣고, 아빠의 직업-갱스터-을 물려받게 될 것이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작은 실험이 무의미하다고 쉽게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
주제 자체와는 조금 무관한데, 다큐멘터리 중간에 나오는 인터뷰들이 너무 슬픈 진실을 담고 있어 받아 적어 봤다.

"여자친구는 길 건너에서 기다리고 남자는 문자를 하고 있는데 갑자기 차 한 대가 오더니 총을 쏴서 죽였어요. 여러 아이들이 지나가다가 이 사건을 목격했죠. 어린이 회관 바로 앞에서 일어났으니까요. 거기서 살해된 거예요. 해당 차량은 그 주택 단지를 떠나 다른 주택 단지로 이동해 또 다른 살인을 저지르다 경찰에 체포됐어요. 하지만 그 길을 지나가던 아이 입장에서 그렇게 냉혹하고 끔찍한 범죄를 목격하게 된다면 상상도 못할 경험이 되겠죠. 그렇게 트라우마가 될 경험을 했는데도 불구하고 아이는 침대로 가 잠이 들고 일어나 옷을 갈아입고 학교에 가 교실에서 무언가를 배워야 하죠. 그런 끔찍한 사건을 아무도 언급도 안 하는데 어떻게 공부에 집중하겠어요."

"너무나 안타까운 일이죠. 이곳의 5~7살 아이라면 거의 모두가 자기 사촌이나 친했던 사람들... 삼촌 같은 사람의 살해 장면을 목격했다고 이야기해요. 그 기억은 아이에게 오래 남겠죠. 하지만 더 나은 환경에서 자랐더라면 상담을 받았겠죠. 온갖 사람들이 도움의 손길을 줬을 거예요. 피해자 유족과 친구들을 도와줬을 거라고요. 뉴스에서 늘 보지 않습니까. 하지만 이 동네에선 없는 일이죠. 장례식 끝나고 나면 괜찮을 거란 식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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