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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버드나무 Aug 08. 2019

그 아이들은 왜 잠들었을까

다큐멘터리 <체념증후군의 기록> 리뷰

<체념증후군의 기록>, 넷플릭스. 40분짜리 짧은 다큐멘터리인데, 짧지만 상당한 충격을 준다. 2000년대 이후 스웨덴에 온 난민신청자들 자녀들 중 일부가 '체념증후군'이라 불리는 정신질환에 걸리는 현상을 담아냈다.


난민신청자의 어린 자녀들이 제각각의 사유로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와중에 난민 신청이 거부되면서 불안한 상태에 놓이자, 처음에는 실어증이 오더니 점점 활력을 잃어가다가 잠에서 깨어나지 않게 되는 현상이 꾸준히 보고된 일이다. 신체적 수치는 전혀 문제가 없으나 수 개월, 많게는 1년 넘게 잠에서 깨어나지 않는 상태로 삶을 이어간다. 부모는 의식이 없는 자녀의 건강을 유지시키기 위해 씻기고, 근육을 풀어주고, 휠체어에 태워 햇빛을 쬐어주고, 콧줄로 영양을 공급하는 노동을 마다하지 않는다.


난민에 대한 스웨덴 여론이 나빠진 2010년대 이후로 이런 현상이 더 빈번해지기 시작했다고. 다큐의 자막 설명에 따르면 2015~2017년 사이 200여 명의 난민신청자 자녀들이 이같은 '체념증후군'에 걸렸다고 한다. 아직까지도 문제의 원인이 밝혀지지 않았으며, 그간 스웨덴에서만 보고되던 것이 최근에는 호주에서도 보고되기 시작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놀랍게도 호주에서도 역시 난민신청자의 자녀들이다. 관련하여 국경없는의사회의 보고서가 있는데 댓글에 링크를 첨부하겠다.



체념증후군에 걸린 아이들은 영원한 잠에 빠져들게 된 걸까. 그렇진 않은 것 같다. 다큐에서도 촬영 시점으로부터 6개월 뒤 후일담으로 한 아이가 잠에서 깨어나 정상적으로 활동하고 있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 사이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앞서 난민 인정을 거부당했던 부모가 소송을 통해 난민 인정을 받아낸 변화가 있었다. 부모는 잠들어 있는 아이의 귀에 대고 "우리가 난민 인정을 받았다"는 말을 끊임없이 속삭여 왔고, 그 결과인지는 몰라도 아이는 깨어났다. 다만 그간의 일을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하고, "내가 엄청 긴 잠을 잔 거예요?"라고만 물었다고.


스웨덴에서만 국지적으로 발생해오던 현상이라 관련한 한국어 자료들이 거의 없다시피 하다.(왜 스웨덴에서만 발생해 왔는지에 대한 규명은 여전히 이뤄지지 않고 있다.) 그나마 이 질환을 다룬 기사로는 2017년 조선일보 기사가 하나 있는 듯하다. 이 기사에 나오는 대목을 인용한다. 기사 링크는 댓글에.


"헐크렌즈 박사는 “극한의 공포를 접하고 부모가 폭력에 휘둘리는 것을 본 아이들은 뇌의 인지 기능을 스스로 꺼버린다”고 설명했다. 심각한 문제를 겪은 아이들을 위한 시설에서 일하는 사회복지사 안니카 칼삼르도 "정신병으로 보기보다는, 충격적인 경험으로 인한 트라우마로 보인다"며 “어린 아이가 의지하는 유일한 ‘안전장치’인 부모가 극도로 무력할 때에 아이는 의지처를 찾지 못하게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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