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80 템플기사단 비밀 맛집 여행(스페인북부와 포르투갈편-2)
스페인의 북쪽 해안을 따라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까지 이어지는 루트는 스페인의 자존심이라 불릴만하다. 여기엔 스페인의 고대부터 현재까지 중요한 역사적 순간들이 촘촘히 박혀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곳은 711년 무어인의 이베리아반도 침입 이후에도 무슬림의 지배를 받은 적이 없는 순수한 땅이었다. 쫓겨난 기독교인들은 여기에 아스투리아스 왕국을 세우고 버텼다. 그리고 마침내 불가능해 보였던 레콩키스타를 완성했다. 그래서 이곳은 스페인 사람들에게 정신적 고향이자 민족적 자존심으로 여겨진다.
프랑스에서 피레네산맥의 북쪽 끝자락을 넘어 처음 만나는 스페인 땅은 바스크다. 아스투리아스로 가려면 반드시 거쳐야 하는 곳이다.
예전 나바라 왕국이 있던 이 지역은 스페인어와는 전혀 다른 계통의 언어를 사용할 정도로 독특한 민족적 정체성을 가졌다. (바스크인의 조상이 어디서 왔는지 밝혀진 바가 없다. 혈액형도 다른 유럽인들이 A형이 많은 데 비해 인구의 반 정도가 O형이고, 게다가 Rh- 비율도 최대 70%인 유전학적 형질도 특이하다)
그러다보니 비교적 최근까지 분리 독립운동이 활발했다. 어찌나 활발했던지 독재자 프랑코는 히틀러에게 폭격을 부탁해 바스크 독립운동의 성지였던 작은 마을 하나를 통째로 날렸다. ‘게르니카’에서의 참상은 지금도 피카소의 그림에서 재현된다. 꽤 커다란 그림은 입체파가 무엇인지 제대로 느끼게 한다. 화폭을 채운 건 특정 시간의 한 장면이 아니라, 마을에서 동시에 발생한 모든 비극이었다. 영화의 여러 장면을 한 번에 보는 것 같아 만감이 교차한다.
마드리드의 레이나 소피아 미술관은 프랑코 사후 피카소의 유언에 따라 고국으로 돌아온 이 작품을 전시하기 위해 존재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입장료도 비싸고 인근 프라도 미술관보다 지명도도 떨어지지만, <게르니카> 하나를 위해서라도 방문할 가치는 충분하다.
굴곡진 현대사를 가진 탓에 바스크는 1990년대까지도 폭탄테러의 위협으로 여행이 불가한 두 군데 서유럽 동네 중 하나였다. (나머지 하나는 북아일랜드다) 나도 2010년대에야 두 곳을 모두 가볼 수 있었는데, 이제는 테러현장 같은 흑역사를 둘러보는 다크 투어리즘이 오히려 유명하다. 세월이란!
하지만 요즘 시대에 바스크의 첫 이미지는 (바스크 전통 모자 차펠라에서 유래한) 베레모도 아니고 살벌했던 테러리즘도 아니다.
여기는 아마도 전 유럽에서 먹방찍기 제일 좋은 곳일지 모른다. 대표적인 음식은 뭐니해도 핀초스다. 작은 바게트 위에 여러 식재료를 토핑해 놓은 음식이다. 토핑 재료로는 생선, 육류, 채소를 망라하는데 식당마다 그 조합이 제각각이라 맛도, 색깔도 현란하다. 핀초스 바에서 뷔페처럼 화려하게 차려진 핀초스를 골라먹는 재미에 눈과 입이 호강한다.
핀초스의 성지는 멋진 해변이 아름다운 산세바스티안이다. 구시가 안에 전 세계에서 인구 대비 가장 많은 10여 개의 미쉐린 식당이 있어 미식가의 도시로도 매번 뽑히는 곳이다. 식도락 순례를 마치고 소화도 시킬 겸 해변 서쪽에 자리한 이구엘도 언덕에 오르면 멋진 전망은 덤이다. 특히 야경이 멋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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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기 나오는 모든 인물과 장소, 사건은 모두 실존하고 실재하는 사실에 기반하고 있음을 알려둡니다.
[사진출처]
사진6-2. By Pablo Picasso - PICASSO, la exposición del Reina-Prado. Guernica is in the collection of Museo Reina Sofia, Madrid.Source page: http://www.picassotradicionyvanguardia.com/08R.php (archive.org), Fair use, https://en.wikipedia.org/w/index.php?curid=1683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