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코틀랜드 하이랜드를 한 바퀴 돌고 이제 런던으로 복귀한다. 이번 여행은 아쉽지만 아무래도 여기서 마무리해야 할까? 알 수 없는 허전함이 몰려왔다. 외출하면서 뭔가 허전한 느낌이 든다면 십중팔구 진짜 챙겨야 할 뭔가를 잊어버린 경우가 허다했다. 그렇게 육감은 항상 앞서나간다.
이번에도 그랬다. 다시 잉글랜드 국경을 넘으며 유니언 잭을 무심히 봤을 때였다. 갑자기 닭살이 소스라쳤다. 영국 국기가 다른 의미를 가질 수도 있겠다고 생각이 든 건 그때였다.
잉글랜드의 붉은색 성 게오르기우스 십자가(╂)와 스코틀랜드의 파란 바탕에 하얀 성 안드레아 십자가(✕), 그리고 북아일랜드의 붉은색 성 패트릭 십자가(✕)를 합친 걸로 알려진 상징이다. 하지만 그런 설명에 대해 석연치 않은 논쟁들도 오랫동안 있어왔던 것도 사실이다.
일부에서는 영국을 구성하는 또 하나의 국가 웨일스의 상징이 왜 빠졌는지 불분명하고, 아일랜드인들은 국기에 쓰인 성 패트릭 십자가가 듣도보도 못한 완전히 조작된 상징이라고 주장한다. 이런 논쟁쯤이야 그동안 그저 영국 국기에 얽힌 야사나 해프닝 정도로 치부되어 왔었다. 하지만 다시 보니, 이건 명확하게 로슬린 채플에서 본 여덟 개의 포인트가 있는 별 모양과 일치한다. 크립트에서 내가 뭔가 놓치고 있다는 육감의 경고가 바로 이것이었음이 틀림없다.
(사진7-91. 영국 국기, 유니언 잭)
그러고 보니 유니언 잭을 제임스 1세가 처음 그린 것도 예사롭지 않다. 여러 번 언급되었지만, 스코틀랜드의 국왕으로 엘리자베스 1세 여왕의 뒤를 이어 잉글랜드의 왕까지 된 그는 그 자신이 프리메이슨이거나 프리메이슨의 강력한 후원자였다. 잉글랜드에 프리메이슨을 소개한 것도 제임스 1세의 비호가 있었기 때문이라 여겨진다.
지금 찰스 3세까지 이어지고 있는 그의 혈통도 주목해야 한다. 앞서 언급한대로 템플처치에 안장된 템플기사 윌리엄 마샬의 피를 이어받았을 뿐만 아니라, 프리메이슨인 싱클레어 가문의 피까지 섞여 있다. 로슬린 채플의 건설자, 윌리엄 싱클레어의 딸(엘레너 싱클레어)이 스튜어트 집안과 혼인했는데, 그 후손이 제임스 1세의 아버지이자 스코틀랜드 메리 여왕의 두 번째 남편인 단리 경이기 때문이다. 즉, 제임스 1세의 모계는 템플기사단, 부계는 프리메이슨의 혈통인 셈이다.
템플기사단과 프리메이슨을 대표하는 두 명의 윌리엄과 그들의 혈통이 얽힌 영국 왕실, 그리고 이를 증거하는 템플 처치와 로슬린 채플은 지금의 영국을 있게 한 근원이다. 그 영국의 상징이 여덟 개의 포인트를 가진 별이고, 그걸 제임스 1세가 만들었다니, 이 정도면 우연이라기엔 너무나 강력한 암시가 아닌가? 러블리~!
그나저나 이 여덟 개의 포인트를 가진 별은 도대체 무엇을 의미할까?
크로아 파테처럼 팔각형을 이룬다는 것 외에는 템플기사단과 어떤 연관성이 있을까? 이 상징이 오랫동안 무엇을 의미했는지는 구글링을 통해 생각보다 쉽게 찾을 수 있다. 바로 메소포타미아 문명에서 이슈타르의 별 혹은 계몽의 샛별로 불리는 금성을 나타내는 기호다. 이슈타르는 성스런 여성으로서, 나중에 신 중의 신, 오시리스를 부활시킨 이집트의 이시스, 또는 로마의 수호신 비너스로 이어진다. 성배가 막달라 마리아를 의미하고, 그녀가 곧 성스런 여성이라는 소설 <다빈치코드>의 주장과도 묘하게 연결되는 지점이다.
그런데 프리메이슨이 직접 기획, 제작한 이슈타르, 혹은 이시스로 불리는 거대한 여신상이 지구상에 실제로 있다. 그것도 매우 현대적인 도시의 유명한 랜드마크로 말이다.
눈치챘겠지만, 바로 뉴욕 맨해튼에 있는 자유의 여신상이다. 야호~! 이번 여행이 여기서 끝나지 않을 것같다. 가야할 곳이 또 생겼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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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기 나오는 모든 인물과 장소, 사건은 모두 실존하고 실재하는 사실에 기반하고 있음을 알려둡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