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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경석 Oct 05. 2023

두 번째 보물지도의 끝, 기나긴 여행의 종착지

79/80 템플기사단 비밀 맛집 여행(미국 워싱턴DC-15)

   두 번째 보물지도의 마지막 퍼즐일 그곳이 대체 어디일까 곰곰이 생각하며 걷다보니 링컨기념관까지 다다랐다. 


   워싱턴 기념비를 사이에 두고 캐피톨의 반대편에 위치한 곳이다. 36개의 도릭 기둥을 가진 기념관은 그리스-로마 시대 신전처럼 우아하면서도 웅장하다. 기념관 계단에 앉아 잠시 숨을 돌린다. 나 말고도 계단 여기저기에 많은 사람들이 모여 앉아있으니 흡사 거대한 야외극장에 온 느낌이다.


   아니나 다를까 계단에서 보이는 광경은 DC에서도 손꼽히는 뷰를 자랑한다. 여름철 어스름 초저녁 무렵이 특히 인기인데, 석양을 받아 붉게 물든 워싱턴 기념비가 리플렉팅 풀에 반사되는 모습은 정말 압권이다. 때마침 독립기념일이라면 신나는 불꽃놀이는 덤이다.     


(사진8-60. 링컨기념관 ©이경석)


   이 백만불짜리 뷰는 DC가 배경인 영화에도 곧잘 등장한다. 영화 <포레스트 검프>에서 주인공이 여자 친구와 재회하는 장면도 그중 하나다. 영화 속에서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미국의 굵직한 근현대사 장면 중에는 마틴 루터 킹 목사의 역사적인 ‘워싱턴 행진’도 있다.


   1963년 킹 목사는 행진의 하이라이트로 기념관의 계단 위에서 저 유명한 ‘나에게는 꿈이 있습니다(I have a dream)’를 연발하며 미국이 가져야 할 인간 중심의 가치를 새삼 일깨웠더랬다. 기념관 바로 그 자리에는 당시의 흔적이 아직도 남아있다.     


(사진8-61. 링컨기념관에서의 링컨기념관과 캐피톨로 이어지는 뷰 ©이경석)


   킹 목사가 연설을 하기 정확히 백 년 전, 링컨 대통령은 노예해방 문서에 서명했다. 흑인 노예제도는 남북전쟁을 일으킬 만큼 첨예한 이슈였다. 그러나 여기엔 단순히 찬반여부를 떠나 노예제도가 건국 정신에 부합하냐는 근본적인 논쟁이 숨어 있었다.


   건국 이후 시간이 흐르면서 등장한 새로운 쟁점이 미국의 정체성을 언제든지 뒤흔들 수 있다는 우려가 현실이 된 것이다. 


   다행히 경제적 가치를 우선하며 연방탈퇴를 선언한 남부세력이 패했다. 기념관은 미국을 분열의 위기에서 건국이념 아래 다시 하나로 통합시킨 링컨 대통령에게 헌정된 신전이지만, 앞으로의 미국이 내려야 할 무수한 판단의 기준점을 명확히 제시해준 신탁소이기도 했다. 상징성이 큰 만큼 링컨기념관은 쟁쟁한 다른 미국 대통령들을 물리치고 맥밀런의 도시계획을 완성하는 상징적 위치에 낙점되었다. 킹 목사가 흑인들에 대한 당시 처우를 놓고 ‘이게 (미국의 가치에) 맞는 거냐?’고 되묻기 위해 다시 이 자리를 선택한 것도 우연이 아니다.      


(사진8-62. 마틴루터킹 기념관 ©이경석)


   그런데 여기에 ‘신세계 기사단’이 실제로 개입해서 딴길로 새려던 미국을 다시 올바른 방향에 서도록 돕고 있는 걸까? 지금까지 밝혀진 바로는 링컨이나 킹 목사가 프리메이슨이라는 증거는 없다. 그렇다면 기사단은 허구인가? 아니면 프리메이슨 말고 다른 비밀결사가 또 있는 걸까?     


   혼란스런 생각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포토맥 강에서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을 쐬며 워싱턴 기념비와 그 너머 캐피톨의 돔을 보고 있자니 문득 정신이 들었다. 내가 무얼 잘못 생각하고 있었는지 말이다. 여기는 워싱턴 DC라구! 로마와는 정반대의 길을 가고 싶어한 도시란 말이야! 로마가 베드로의 권위를 빌어 종교의 성전을 구축했다면, 여기는 워싱턴의 건국 정신 위에 민주주의의 성전을 세운 곳이라고! 권위의 최정점을 향한 절대 복종이 아니라, 그냥 평범한 국민들이 가진 이성의 힘으로 움직이는 계몽의 국가이고!      


   앞서 노예제도 폐지나 흑인 인권신장도 문제를 제기하고 리더십을 발휘한 링컨과 킹 목사의 역할이 컸지만, 그걸 역사의 흐름으로 만든 것은 일반 국민들이었다. <포레스트 검프>는 그걸 완곡하게 보여주는 영화였다.


   미국이라면 기사단이 비밀결사나 특정 집단일 필요는 없었다. 새로운 세상은 깨어있는 국민들이 사유하고 도전하고 행동하며 만들어갈 테니까 말이다. 머릿속이 점점 더 맑아졌다. 만약 처음부터 미국의 모든 국민들이 ‘신세계 기사단’의 기사가 되어야 한다는 구상이었다면? 그리고 그것을 통해 다시는 뒤로 물릴 수 없는 세상을 조지 워싱턴을 비롯한 프리메이슨들이 꿈꾸었다면?     


   그렇다면 기사단을 양성하는 곳은 분명 누구나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는 공공장소일 테다. 비밀결사가 아니니 대놓고 요란한 의식을 강요하는 곳은 더더욱 아닐 것이다. 대신, 그곳이 특별한 곳임을 눈치채기도 전에 자신도 모르는 사이 이성과 과학으로 무장한 새로운 세상의 기사가 될지도 모른다. 위치는 캐피톨에서 멀지 않을 것이다. 캐피톨이야말로 새로운 세상의 중심으로 계획된 만큼, 기사들의 중요한 활동무대여야 할 테니 말이다. 또한, 아무리 공공건물이지만 이곳의 의미를 생각한다면 어딘가에 프리메이슨의 표식이 있거나, 그들에게 아주 중요한 장소를 연상시키는 상징체계를 담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캐피톨 근처에 특별한 상징을 가진 공공건물이라! 이쯤 되자 오로지 단 하나의 건축물만이 머릿속을 퍼뜩 스쳐 지나갔다. 맙소사! 왜 지금까지 이 유명한 건축물을 눈앞에 두고도 진즉 떠올리지 못했을까? 괜히 헛웃음만 나왔다. 그곳은 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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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기 나오는 모든 인물과 장소, 사건은 모두 실존하고 실재하는 사실에 기반하고 있음을 알려둡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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