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자체로 시각적 충격을 주는 건축물은 아니나다를까 세계 7대 불가사의 중 하나를 카피했다. 할리카르나소스(현재 터키의 보드룸)라는 그리스 도시에 있던 마우솔로스의 무덤이 바로 그것이다. 얼마나 멋졌던지 모솔리움(mausoleum)이란 단어는 지금껏 왕릉급의 영묘를 가르키는 보통명사로 쓰인다.
제퍼슨 기념관의 건축가, 포프가 설계한 하우스 오브 템플은 각 33피트 높이의 이오닉 기둥 33개가 4면을 둘러싸고 있다.13단으로 된피라미드는 상단이 잘려 있는데 그 모습은 영락없이 1달러 지폐 그대로다. 건물 정면, 기둥 사이로 보이는 건 33도 최고위급 프리메이슨의 상징인 쌍두 독수리다.
피라미드 형태의 삼각형 안에서 날개를 활짝 편 독수리가 움켜쥐고 있는 칼에는 ‘Deus Meumque Jus’라는 라틴어가 새겨졌다. 프리메이슨의 또다른 모토인 이 문구의 뜻은 직역하자면, ‘신과 나 자신의 권한(혹은 권위)’이다. 혹자는 ‘신으로부터 물려받은 나의 권한’으로 보기도 하고, ‘내 자신에 내포된 신성한 권위’라는 그노시스적 해석을 하기도 하지만 정확한 건 프리메이슨만 알테지. 조로아스터교의 프라바시처럼 보이는 문양은 자체 발광을 하듯 광선을 내뿜는다. 광선의 개수도 정확히 33개다. 그 뒤로는 에딘버러의 스코틀랜드 그랜드 롯지에서 본 것과 같은 X자 무늬로 뒤덮힌 유리벽이 버티고 있다.
중앙의 유리벽 아래 문은 더 놀랍다. 여느 철문처럼 단조롭지만, 상단 중앙에 특정 문양이 도드라진다. 문양이라곤 그것뿐이니 의도적인 노출로 보인다. 그런데 그게......갑작스레 다시 마주친 뜻밖의 만남이 진심 반가웠다. 로슬린 채플의 템플기사 석관 뚜껑에서 봤던 여덟 개의 포인트를 가진 ‘이슈타르의 별’이었다. 우연일까? 아니다. 이 상징은 건물 내부에서 하염없이 반복된다. 로비 천장은 아예 이 특별한 문양이 뒤덮었다.
문을 사이로 두고 반대편 내부가 이 건축물에서 가장 중요한 의식공간이다. 바로 템플룸이다.
33개의 기둥이 감싸고 있는 두툼한 벽 안의 완벽한 정사각형 형태의 템플룸은 전체가 하나의 층으로 뚫려 있다. 피라미드 지붕 아래까지 모두 한 공간이니, 방의 높이만 최고 30m에 이른다. 저 웅장한 건물의 상부는 오로지 템플룸 하나를 위해 존재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사각형 방 안에 다시 정사각형 공간이 있고, 그 한가운데 제단이 있다. 제단 바로 위에는 천창이 있어 자연광이 쏟아진다. 천창은 바로 피라미드의 잘린 면이다. 템플룸에서 치러지는 수많은 의식 중에 32도에서 최고 등급인 33도로 승급하는 세리머니도 포함되어 있다. 33도까지 가려면 32도가 된 후 8~12년 정도가 걸린다고 하는데, 댄 브라운의 <로스트 심벌>에서 승급의식의 일부를 살짝 엿볼 수 있다.
하우스 오브 템플이 생명의 나무에서 최정점을 이루도록 프리메이슨이 짜놓은 이 도시계획이 주장하는 바는 명확하다. 프리메이슨의 최고위급 33도가 미국을 움직이는 숨겨진 브레인이라는 의미다.
그런데 이뿐만이 아니다. 하우스 오브 템플은 더 구체적인 인물을 그 브레인으로 지목한다. 이 건축물이 고대 세계에서 가장 멋진 무덤을 본떴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맞다! 이 건축물 역시 무덤이다. 그 주인공은 바로 미국 프리메이슨의 대부이자 정신적 스승으로 일컬어지는 알버트 파이크(Albert Pike, 1809~1891)이다.
알버트 파이크는 당연히 프리메이슨 33도 최고 계급이었고, 1859년에는 스코틀랜드파의 미국 남부권역 그랜드마스터에까지 오른다. 그리고 프리메이슨의 철학과 의식을 집대성한 <도덕과 교리(Morals and Dogma)>를 저술하면서 미국 프리메이슨의 영도자가 된다.
그는 프리메이슨에 헌신하기 전에는 군인이었다. 183cm 키에 140kg의 거구로 어깨까지 내려간 머리카락과 턱수염이 인상적인 그는 딱봐도 장군감이다. 실제로도 그랬다. 북부 보스턴 출신이지만, 남북전쟁 당시 남부군 사령관을 역임했다. 이러한 전력으로 인해 세간의 평가는 아직도 엇갈린다.
DC 경찰청 건물 부근에 그의동상이 있었다. 동상은 군인이 아닌, 프리메이슨으로서 그를 기념하는 것이었다. 그의 발밑에 앉아있는 여인이 든 깃발에는 하우스 오브 템플에서 봤던 쌍두독수리의 33도 상징이 선명했다. 헌데, 이 동상은 2020년 흑인인권 시위(BLM운동)의 와중에 성난 군중들에 의해 철거되고 만다. 그가 노예제도를 옹호하고, 심지어 백인우월주의 단체인 KKK의 간부라는 소문이 오랫동안 제기되어 왔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남부군 출신이란 게 영향을 주었을 것이다.
워싱턴 DC의 한복판에, 그것도 케테라를 상징하는 절묘한 위치에 그의 기념비적인 영묘가 들어선 것도 예사롭지 않지만, DC에는 놀랍게도 프리메이슨을 위한 거대한 영묘가 하나 더 있다.누구나 아는 매우 유명한 건축물이다. 두 번째 비밀지도가 시작되는 장소이기도 한 그 무덤은 바로......
(77화에서 계속, 글이 괜찮았다면 '구독하기'와 '좋아요'를 꾹~눌러주세요~!)
* 여기 나오는 모든 인물과 장소, 사건은 모두 실존하고 실재하는 사실에 기반하고 있음을 알려둡니다.
[사진출처]
사진8-39 : By AgnosticPreachersKid at English Wikipedia, CC BY-SA 3.0, https://commons.wikimedia.org/w/index.php?curid=1494818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