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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경석 Sep 07. 2023

비밀맛집16: 워싱턴기념비, 모든 것을 보는 눈

75/80 템플기사단 비밀 맛집 여행(미국 워싱턴DC-11)

   워싱턴 기념비는 그야말로 DC의 풍경을 압도한다. 높이 555피트(169m)인데 돌로 만들어진 구조물 중 세계에서 가장 높은 까닭에 시내 어디서도 볼 수 있다. (에펠탑이 나오기 전까지는 세상에서 가장 높은 건축물이기도 했다)


   단순하면서도 미니멀한 외관이 강렬한 인상을 주고 있지만, 원래 설계안에는 저층에 신고전주의적 열주랑과 워싱턴 기마상까지 장식적 요소들이 상당했다. 예산도 부족하고 공사 중간에 남북전쟁도 터진 통에 그런 장식이 모두 없어되고 기둥만 살아 남았으니, 뜻하지 않게 시대를 앞선 디자인이 나온 셈이다.


   그렇게 탄생한 기념비는 한눈에 딱 봐도 이집트의 오벨리스크다.


   워싱턴 기념비의 위치는 생명의 나무에서 예소드에 해당하는데, 이는 모든 것의 근간을 상징하며 인체로 치자면 생식기다. 그 위치에 놓인 구조물이 오시리스의 남근을 상징하는 오벨리스크라니, 다시 한번 깜놀이다.  

            

(사진8-34. 국회의사당에서 바라본 워싱턴 기념비 ©이경석)


   워싱턴 기념비의 건축가로 선정된 로버트 밀스 역시 프리메이슨이었다. 그는 백악관을 설계한 프리메이슨 동료, 제임스 호반과 경쟁하듯이 DC에 많은 작품들을 남겼다. 거기엔 재무부 건물도 있다. 10달러 지폐에 알렉산더 해밀턴과 함께 그려져 있다. 해밀턴은 재무부 앞에도 서 있다.


   미국 역사에서 아마 해밀턴만큼 극단의 평가를 받는 인물도 없을 것이다. 인생부터 기구했다. 미국 태생도 아니고, 게다가 사생아로 태어나 아버지에게 버림받았지만, 초대 재무장관까지 오른 입지전적인 인물......하지만 정적이었던 부통령과 막장같은 권총 결투를 벌여 사망했다. 정치적으로는 토마스 제퍼슨과 대척점에 있었다. 중앙집권과 상공업 진흥을 주창했던 그는 연방파의 거두이고, 지방분권과 농업세력을 대변했던 제퍼슨은 반연방파를 대변했다. 이들간의 대립과 타협의 산물이 워싱턴 DC라는 새로운 수도 건설과 맞바꾼 연방은행의 창설이었다. 후에 이들은 각각 공화당과 민주당이라는 양당체제의 기원이 된다.


   연방은행은 우여곡절을 겪으며 현재의 연방준비은행으로 이어진다. 특이한 건, 이 연방준비은행은 한국은행처럼 중앙은행의 역할을 하지만, 결코 국가기관이 아니라는 것이다. 놀랍게도 12개의 민간은행들이 출자하여 만들어졌다.


   더 신기한 것은 미국 정부가 국민 세금을 담보로 이들이 찍어낸 달러를 빌려서 나라를 운영한다는 점이다. (미국 정부가 달러를 직접 발행하려는 시도도 있었다. 통화정책의 헤게모니를 되찾으려는 케네디 대통령이 그 주인공이었지만, 암살로 흐지부지되었다. ‘혹시......?’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꽤 있다.)


   연방준비은행은 미국 정부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기관이 되었지만, 주주가 누군지는 공개된 적이 없다. 당연히 음모론으로 이어졌다. 출자은행의 총재들이 대부분 유대인이라는 점이 의혹을 더 키웠다. 요약하자면, 단일 세계정부를 만들려는 유대인들의 일루미나티 비밀 조직의 일환이라는 거다. 실제로, 멀린스라는 미국의 음모론 연구가는 <연방준비제도의 음모>라는 책에서 로스차일드, 록펠러, 모건 등 3개 가문이 연방준비은행을 통해 미국 경제를 실질적으로 지배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사진8-35. 좌 : 해밀턴 동상이 있는 재무부 ©home.treasury.gov, 우 : 연방준비은행 ©AgnosticPreachersKid, Wikipedia 재발췌)


   암튼 그렇게 그들이 발행한 지폐 중에 문제의 1달러가 있다.      


(사진8-36. 논란의 1달러 뒷면 도안)


   이제는 너무나 잘 알려진 1달러 지폐의 음모론은 가령 이렇다. 지폐 뒷면 커다랗게 그려진 두 개의 도안에 특정 숫자나 상징물이 반복된다. 예를 들어, 독수리가 움켜쥐고 있는 화살 수, 올리브 가지에 달린 잎과 열매의 수, 독수리 머리 위에 그려진 별의 개수, 잘려진 피라미드의 층수가 공교롭게 모두 13이다.


   독립 당시 13개 주를 나타낸다는 교과서적인 답변부터 완전수 12에 1을 더한 13이 초월을 의미한다거나 심지어 사탄숭배의 흔적이라는 해석까지 다양하다. 특히, 독수리 머리 위의 별 13개가 그리는 상징물은 이스라엘 국기에도 있는 다윗의 별이다. 이 육각형의 별을 피라미드 도안에 겹치면 각 꼭지점들이 알파벳 하나씩 가르키는데 조합하면 ‘메이슨(MASON)’이 된다.


(사진8-37. 음모론자들이 제기하는 1달러 뒷면 도안 중 mason 표기 ©thephoenixenigma.com)


  무엇보다도 피라미드 위 빛나는 삼각형에 그려진 눈은 앞서 산티아고 성당에서도 본 적이 있다. ‘호루스의 눈’이다. (이 도안이 유일신을 연상시키는 ‘one’ 달러에 있는 건 우연이 아닐지도......) 유럽의 일부 성당에선 호루스의 눈을 제단에 그려넣을 만큼 유일신 야훼를 상징하기도 하지만, 일부에서는, 이 눈이 인간에 잠재된 신적 능력을 일깨우는 영적인 눈(흔히 깨달음의 순간 미간 사이에서 열리는 ‘제3의 눈’이라 불리기도 한다)을 나타낸다며 그노시스와 연결짓는다.


   특히나 앞면에 조지 워싱턴이 그려져 있고, 역시 프리메이슨인 프랭클린 루스벨트가 이 두 개의 상징을 뒷면에 넣는다는 조건으로 지폐 발행을 승인한 사실로부터 1달러와 프리메이슨과의 관계는 기정사실이 된다.  

   

   그런데 1달러에 그려진 피라미드와 호루스의 눈이 워싱턴 기념비에 실제로 있다. 우선, 기념비의 상단부가 무게 3,300파운드(약 1.5톤)의 피라미드 형태다. 1달러 지폐에 나온 것처럼 모두 13개의 단으로 되어 있다.


   그 꼭대기에서 반짝거리며 세상을 굽어보는 ‘눈’은 높이 22.8cm, 무게 2.8kg의 알루미늄으로 된 캡스톤이다. DC는 높이 약 88m의 국회의사당을 넘어서는 건축물을 허용하지 않는 고도제한으로 유명하다. 당연히 워싱턴 기념비가 DC에서 제일 높은 구조물일 테니, 꼭대기에선 지상의 모든 것을 볼 수 있다.


   캡스톤에는 2.5cm 크기로 라틴어가 쓰여있다. ‘LAUS DEO’, 직역하면 ‘신을 찬양하라’라는 뜻인데 캡스톤이 신을 상징하는 메타포임을 알 수 있다. 여기서 지상을 내려다보면 기념비가 두 개의 원이 교차하며 겹친 지점 중앙에 서 있는걸 알 수 있는데, 그 모양이 영락없는 ‘눈’의 형태다. 높은 곳에서 모든 것을 꿰뚫는 눈은 그렇게 형태적 실체와 비유적 상징을 모두 얻어내고 있다.               


(사진8-38. 하늘에서 내려다본 내셔널몰과 워싱턴 기념비 ©이경석)


   이제 생명의 나무에서 오른쪽과 왼쪽의 기둥에 위치하는 세피로트를 찾아가본다. 흔히 인체의 팔과 다리로 비유된 그곳에는 국무부 건물을 제외하고는 전부 주요 도로들이 모이는 광장들이다. 그런데 광장들의 명칭이 예사롭지 않다. 조지 워싱턴의 기마상이 있는 워싱턴 서클의 반대편에는 있는 광장의 이름은 ‘마운트 버논’이다. 마운트 버논은 조지 워싱턴의 고향이자 그가 묻힌 곳이니, 두 곳 모두 조지 워싱턴과 관계가 있다.


   더 위쪽으로는 듀퐁서클과 로건서클이 서로 마주보고 있다. 듀퐁과 로건은 미국-멕시코 전쟁과 남북전쟁에 참전한 군인들로 각각 해군 소장과 육군 소장이다. 이들 모두 프리메이슨이고, 특히 로건은 프리메이슨 최고 등급인 33도까지 오른 인물이기도 하다. 여기까지 보면 생명의 나무를 컨셉으로 도시에 그려진 비밀지도가 프리메이슨이 남겨놓은 모종의 영역을 서로 연결해주고 있다는 느낌이 물씬 든다.      


   하지만 여기가 끝이 아니다.      


   지금까지 찾아낸 건 세피로트 10개 중 9개다. 생명의 나무를 완성하려면 아직 하나가 더 남았다. 바로 케테르다. 생명의 나무에서 제일 상단에 있는 궁극의 목표다. 카발라에서 대우주와의 접점으로 창조의 원천을 의미하며, 인간의 신체로 치자면 뇌에 해당하는 곳이다. 위치상 제퍼슨 기념관과 워싱턴 기념비, 백악관을 연결하는 중앙기둥의 축선상에 있을텐데, 아무리봐도 지도에선 그 비스무레한 것조차 발견할 수가 없다. 그렇다면 직접 걸어보는 수밖에......!     


   백악관 북측 입구에서 일직선으로 난 중심가로는 노스웨스트 16번가다. 여느 도심가와 같은 활기찬 분위기를 따라 20여분 걷다보면 고만고만한 건물 사이로 ‘바로 이거다’ 싶은 게 갑자기 눈에 확 들어온다.


   블록 하나를 차지하는 압도적 규모에 이집트 스핑크스가 입구를 지키고 있는 그리스 신전의 외관은 확실히 주변과 다른 존재감을 풍긴다. 주소는 1733번지. 지도에 나온 명칭은 ‘Supreme Council, 33°’. 처음엔 그냥 정부 건물인 줄 알았다. 정식 명칭은 ‘미국 스코틀랜드파 프리메이슨 33도 최고회의 남부 본부’이고, 줄여서 ‘하우스 오브 템플(The House of the Temple)’이라 부른다. 맞다. 프리메이슨 최고등급 간부들이 모이는 성전이다.


   빙고! 짜릿했다. 나는 지금 생명의 나무가 막 완성된 순간을 확신했다.


(76화에서 계속, 글이 괜찮았다면 '구독하기'와 '좋아요'를 꾹~눌러주세요~!)

* 여기 나오는 모든 인물과 장소, 사건은 모두 실존하고 실재하는 사실에 기반하고 있음을 알려둡니다.




[사진출처]

사진8-35좌 : https://home.treasury.gov/short-overview-of-the-treasury-building

사진8-35우 : By AgnosticPreachersKid - Own work, CC BY-SA 3.0, https://commons.wikimedia.org/w/index.php?curid=6282818

사진8-37 : https://thephoenixenigma.com/wp-content/uploads/2018/02/mason.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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