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입추(立秋). 기억될 여름

아기의 절기

by 종우리
출처: 네이버 이미지
여름이 지나고 가을에 접어들었음을 알리는 절후이다. 이날부터 입동 전까지를 가을이라고 한다. 입추 무렵은 벼가 한창 익어가는 때이다.


아기에게 기억이 있다면 나중에 물어보고 싶다. 2025년 여름은 너에게 어떠했냐고... 입추. 가을이 접어들었다고 하지만 가을 다운 것은 가끔 보이는 높은 하늘 이외엔 아무것도 없다. 기온은 신기록 달성이라도 하듯 매일 최고 기온을 갈아 치우고 있었고 습도도 말할 것도 없이 높아 공기가 무겁게 느껴진다. 입추 기간 동안 가을이 아닌 '찐 여름'의 한 복판에 있음을 느꼈다.


방학이라 함께 있다 보니 아내의 육아는 조금 수월 했을 것이다. -수월했겠지? 했을 거야!- 매일 오전과 오후 어디로 갈지 고민은 많았지만 차를 이용할 수 있고 혼자가 아니라 둘이다 보니 체력적으로도 괜찮았을 것이다. 나 역시 함께 있다 보니 아내가 어떤 하루를 보내는지 알 수 있었고 작년의 나보다 훨씬 힘겨운 육아를 하고 있다는 것도 체감할 수 있었다. 진짜 다행인 것은 차가 있다는 것이었다. 날씨가 너무 더워서 어디를 가든 차를 타고 가야 했다. 무거운 아기를 들고 갈 수도 없고 버스를 타고 가더라고 힘겨운 것은 마찬가지였을 텐데 차가 있어 그나마 이동에서는 덜 힘겨웠던 것 같다. 보통 1년에 2천~3천 킬로미터 정도 타는데 올여름에만 천 3백 킬로미터를 탄 듯하다. 구래도 세 가족 모두가 시원하게 이동할 수 있어서 행복했다.


아기는 얼마나 더위를 느꼈을까? 실내에서는 시원한 에어컨이 있었고 야외에서는 최대한 더위를 피해 놀았으니 더위를 덜 느꼈을까? 알 수는 없겠지만 엄마, 아빠의 노력이 조금이나마 전해졌길 바란다. 입추 기간엔 함께 여행을 많이 다닌 것 같다. 가깝게는 서울 내에서 놀았고 멀리로는 군산까지 다녀왔으니 말이다.


서울이라고 해도 실외는 상상할 수도 없는 날씨의 연속이었다. 집 근처에 쇼핑몰이 없었다면 낭패를 봤을 것 같다. 유명한 쇼핑몰을 다 다니면서 그나마 더위를 피하고 아기도 마음껏 돌아다닐 수 있었다. 새로운 도전이라고 하면 인근에 야외수영장이 있어 놀러 갔다는 점이다. 아기가 너무 어려 수영장에 놀 수 있는 곳이 그다지 많지 않아서 한 모퉁이만 이용할 수밖에 없었다. 올여름이 되기 전 물을 너무 무서워해서 들어가지 못했던 것에 비해 지금은 먼저 들어가려고 하니 고무적인 상황이다. 역시 경험이 주는 익숙함과 자신감은 위대하다는 것을 또한 번 느낀 기간이었다.


군산은 정말 우연한 계기로 가게 되었다. 신시도자연휴양림에 당첨되면서 작은 형도 볼 겸 해서 1박 2일로 가게 되었는데 다녀오고 느낀 점은 앞으로는 어딜 지원할 때 가급적 2박은 해야겠다는 점이었다. 1박은 너무 짧아 여행하는 기분을 느끼기 힘든 것 같다. 군산에 도착해서 자연휴양림 인근에 있는 몽돌해수욕장에서 잠깐 놀다 체크인을 하고 저녁을 같이 먹고 숙소에 들어오니 하루가 끝나버렸다. 다음 날도 퇴실하느라 바쁘고 막히기 전에 집에 들어와야 하니 서두를 수밖에 없다. 그러니 조금 더 여유 있게 여행을 하기 위해서는 하루 더 머무는 것이 낫다는 것을 배운 여름이었다. 아기에게 군산여행은 맛있었던 생선구이와 몽돌해수욕장이 전부였으니 더 많은 것을 보여주고 느끼게 해주고 싶었던 부모의 마음을 나중에라도 꼭 알아줬으면 좋겠다. 땀을 비 오듯 흘리는 아빠와 햇빛을 싫어하는 엄마의 노력이 아기의 무더운 여름을 알차게 채웠기를 바라며 곧 시원해질 날들을 기다려 본다.

신시도 자연휴양림에서...
박물관은 아기의 여름 놀이터
오랜만에 덜 무더운 날... 국회박물관 인근 카페에서...
물놀이를 즐기는 아기
덥지만 밖으로 나갈 수밖에...
실내가 주는 안락함은 늘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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