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의 절기
더위가 가장 심한 때 24 절기 중 열두 번째에 해당하는 절기. 대서는 양력 7월 23일 무렵에 든다. 이 시기는 대개 중복(中伏) 때로, 장마가 끝나고 더위가 가장 심하다. 대서에는 더위 때문에 “염소뿔도 녹는다.”는 속담도 있다.
아내에게 태어나는 더위로 기억나는 여름이 있는가? 물었더니 '2018년'이라고 답했다. '2018년'... 기억해 보면 진짜 무더웠던 것은 맞으나 올해만큼 강렬하게 기억에 남지는 않는다. 그때의 나는 낮에는 공부하느라 도서관에만 있었고 밤엔 선풍기로만 지냈으니 말이다. 에어컨을 사용했는데도 더웠다면 기억이 더 남았겠지만 선풍기로만 살았으니 당연히 더운 거라 생각했던 것 같다. 그러나 올해는 좀 다르다...
2025년 여름은 나의 기억 속에 꽤 오랫동안 남아 있을 듯하다. 아기 때문에 에어컨을 틀고 사는데도 더운기가 가시지 않으니 말이다. '대서'... 소서 기간 동안에도 충분히 더웠지만 그땐 일을 하느라 늘 시원한 곳에서 지냈다. 하지만 대서 기간엔 방학이라 온종일 집에서 지낼 수밖에 없었다. 아기는 냉방병으로 감기도 몇 차례 걸려 낮에도 밤에도 에어컨을 수시로 조정하고 있었다. 27도 냉방, 28도 제습... 이게 진짜 에어컨인가 싶을 정도로 높은 온도를 유지하고 잤는데 오히려 혼자 거실에서 선풍기를 틀고 자는 편이 나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랬다. 아기는 기억나지 않겠지만 낮밤 할 것 없이 계속해서 무더위가 지속되었고 어른들의 욕심에 조금이라도 냉방을 오래 틀고 나면 '나한테 왜 그랬어요'할 정도로 아기는 감기에 걸렸다. 다음 날 더위를 뚫고 병원으로 가는 것은 욕심부린 우리의 몫이었다. 한여름에 노시보를 쓰게 될 줄 상상도 못했다. 그러니 27도 냉방이나 28도 제습이 생활이 될 수밖에...
잠이야 어찌어찌 잔다고 하지만 낮은 아내에게 큰 고민이었다. 낮 기온이 37도 38도를 매일같이 찍으니 야외활동은 할 수 없고 매일 가는 쇼핑몰도 한계가 있었다. 이런 것밖에 못해주는 엄마, 아빠의 마음도 썩 좋지 않았다. 야외로 나가더라도 갈 수 있는 곳도 한계가 있기 마련이라 매일 어디로 가면 좋을지 밤마다 논의를 하고 또 싸우기도 했다. 좀 더 크면 해줄 수 있는 것이 많은데 아직은 해줄 수 있는 것이 한계가 있다 보니 의견 차이다 많이 나는 것이다. 그래도 아기가 뭔가 하면서 하루를 보내야 하니 매일같이 밖으로 나갔다 들어왔다. 소중한 내 방학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고 그저 수행비서 같은 삶을 살고 있었다. 어쩌겠는가! 이것이 아빠의 삶이라면 받아들일 수밖에...
대서 기간 중 가장 큰 이슈는 '3차 영유아검진'이 아닐까 싶다. 아내가 더 신경을 써서 유명한 병원을 어렵게 예약하고 방문했다. 동대문에 위치한 이 병원도 꽤나 컸는데 처음엔 아기가 노는 것과 지시사항 수행 등에 관한 발달 정도를 확인하고 의사를 만나는 과정이었다. 약 한 시간 정도 병원에 있었는데 끝나고 나오는 길에 아내와 이야기를 하면서 나름 걱정이 생겼다. 통통한 아기는 또래에 비해 몸무게도 많이 나가고 키도 작은 편이었는데 크게 개선되지 않았다. 이런 것은 이미 알고 있었던 거라 개의치 않았다. 문제는 '언어'였다. 언어가 조금 느린 건데 대수롭지 않게 넘어 길 수도 있지만 업이 업인지라 느린 것을 보면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다. 아기 주변에 자주 만나는 친구들이 있는데 그 아이들은 꽤나 말을 잘해서 더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었다. 시간이 지나면 잘할 거라는 이야기를 가족들과 주변에서 많이 이야기해 줘서 불안감은 덜 하지만 그래도 이왕이면 평균에 들어왔으면 하는 것이 부모 마음이 아닐까! 이런 게 마냥 내 책임 같고 핸드폰을 너무 오래 하는 것은 아닐까 싶고 어떤 식으로 접근해야 하나 고민도 많이 생기는 시점이었다. 아주 작은 일에도 근심 걱정이 하늘을 찌르니 앞으로는 더 하겠지. 그래도 누군가는 안 아프고 건강하게 자라면 된다고 한다. 이것 만으로도 감사하고 앞으로 더 잘할 거라는 믿음으로 이 시기를 보낸다. 나 또한 더위에도 더 정신 차리고 살아가는 나날들이 되기를 바라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