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소서(小暑). 아기의 인생 더위...

아기의 절기

by 종우리
출처: 네이버
소서(小暑)는 ‘작은 더위’라 불리며, 이때를 중심으로 본격적인 더위가 시작된다. 이 시기는 주로 여름 장마철로 습도가 높고 비가 많이 내린다.


7월 장마가 시작되나 했으나 곧 마른장마로 끝나버렸다. 경험상 비 없는 장마는 습도가 높고 더위가 상상 이상이었다. 어쩌면 아기가 경험하는 첫여름일 텐데 너무 난이도가 높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대한민국에 태어났으면 그냥 적응할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날씨가 더우니 제약이 많을 수밖에 없다. 내가 어릴 적엔 얼글이 타든 말든 바닷가에서 놀고 집으로 들어왔다. 당시엔 한 집에 자녀가 3명 이상인 집들이 많다 보니 두 세집만 모여도 꽤 큰 무리를 만들어 놀 수가 있었다. 하지만 우리 집처럼 요즘은 한 아미나 있는 집도 많고 안전 상 외부활동보단 실내 활동이 더 많다.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 '키즈카페'라는 곳이 생길 줄... 이런 시대의 흐름은 따를 수밖에 없다. 아기가 안전하고 즐겁게 놀 수 있는 그런 환경이 만들어졌으니 누려야지...

20개월 아기는 이제 환경에 대한 팀색이 더 많아지고 위험한 것과 아닌 것을 구분 못하다 보니 신경 쓸 일이 더 많아졌다. 잘 넘어지고 그러다 보니 머리를 부딪히는 일도 더 많이 생겨 신경이 쓰인다. 최대한 안전하게 성장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리고 말도 예전에 비해 더 많이 하지만 필요한 말만 하고 단어 중심의 말들이다 보니 약간 걱정이 생길 수밖에 없다. 혹시 느린 것은 아닐까 하는 두려움.. 언어는 만 3세 이전에는 개인차가 많이 나는 영역이다 보니 괜찮겠거니 했다가도 '혹시'하는 마음이 계속 생기니 말이다. 인내를 잘 못하는 나의 성격상 기다림을 배워야 하는 시기인 듯하다.

주중엔 실내가 답이었다.
그나마 집 근처에 갈 곳리 있다는 것은 큰 장점인 듯 하다.

주말이면 내가 쉬니깐 늘 어디론가 나갔다. '소서'의 기간이라고 해서 늘 집에만 있을 수 없으니 밖으로 나가 어떻게 하면 더 잘 놀 수 있을까 주중에 아내와 함께 계속 고민을 한다. 가끔 너무 힘들어 그냥 집에서 쉬었으면 하지만 아내가 고생하는 것을 생각하면 그럴 수도 없다. 아기가 커 가는 동안은 아내 말이 '진리'인 것을 마음에 새겨야 한다.


날씨가 더워 어디가 좋을까 생각하다 역사박물관. 시립미술관 등 박물관 위주로 가기로 했다.

아무래도 날씨 탓에 실내에서 보낼 수 있어야 하고 아내와 내가 다 있으니 조금 더 먼 곳으로 갈 수도 있기에 가능하다. 날씨가 오락가락했지만 그래도 좋았다. 가볍게 점심을 먹고 소화도 시킬 겸 걸었던 곳이 덕수궁 돌담길... 나무가 많아 시원하고 뭔가 운치 있는 그런 곳... 아기가 자라면서 앞으로 더 많이 여길 오겠지만 매년 다른 느낌이 들겠지. 그렇게 기억들이 쌓이고 좋은 추억으로 남게 되길 바란다.

덕수궁 돌담길을 걷는 아기

조금 일찍 방학을 했고 바다에 가야겠다는 이야기가 나와 대천해수욕장으로 갔다. 마른장마인 줄 알았는데 중부지방에 비가 엄청 내렸다. 특히나 서천 쪽에 비가 많이 와 피해가 많았는데 다행히 우리가 갈 무렵은 비가 끝나는 시점이었다. 아무리 여름이라고 하지만 비가 오는 날은 춥고 물도 차다. 첫날은 아내가 가보고 싶었던 카페도 가고 체험관도 다녀왔다. 그리고 둘째 날 바다로 나갔는데 물때를 안 보고 갔더니 '만조'타임이었다. 바다를 잠깐 걷다 다시 나온 뒤 오후에 다시 나갔더니 사람들이 많았다. 이때부터 아기의 첫 바다 여행이 시작되었다. 물이 무서워 집 근처 공원에서 적응을 했다고 했지만 바다는 달랐다. 낯섬으로 인한 공포가 컸던 것일까 바다로 들어가기 거부하더니 모래사장에서 모래놀이만 했다. 바다로 들어가고 싶은 아빠의 마음은 아직 욕심인 듯하다. 아직은 모래놀이를 하며 더 큰 다음 함께 들어갈 수 있게 기다림이 필요함을 배우고 왔다.

물 때도 안 보고 나온 부녀는 바다만 바라보았다.

그냥 돌아오기가 아쉬워 아내가 찾은 미술관으로 갔다. 폐교를 미술관으로 운영하고 있었는데 역시나 아기는 큰 관심이 없다. 그냥 만지고 싶고 앉고 싶고 뛰어다니고 싶을 뿐...

대신 미술관 앞에 잔디밭이 예쁘게 있었다. 날씨는 더웠지만 아무도 없어 뛰어다니기 좋았던 곳... 날씨가 좋을 때 꼭 힌 번 더 방문하고 싶은 곳이지만 과연 가능할까???


예전에 비해 여름은 더 길어지고 있다. 아무래도 실내에서 생활하는 삶으로 바뀌다 보니 날씨에 대한 민감성이 좀 무뎌질 수도 있다. 하지만 아기를 키우다 보니 날씨가 엄청 중요한 요소로 바뀐 것 같다. 날씨에 따라 활동이 달라지고 아기의 건강도 달라지니 말이다. 그래도 이 더위는 자연도 사람도 모두를 자라게 하니 겸허히 이겨내고 지낼 수밖에... 여름방학 동안 아기와 더 많은 경험을 할 수 있길 바라며 '대서'를 기다려 보련다.

초록 잔디밭을 걷는 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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