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 처서(處暑). 매직은 없더라

아기의 절기

by 종우리


출처: 네이버
여름이 지나면 더위도 가시고 신선한 가을을 맞이하게 된다는 의미로, 더위가 그친다는 뜻에서 붙여진 이름이다.


'처서는 배신하지 않는다'라고 하지만 올여름은 정말 '처서 매직'이 없었다. 매일 기록을 경신하듯 기온도 최고점을 달했다. 그랬다. 처서라고 했지만 선선함은 없었고 더위만 지속된 기간들이었다.


처서가 지난 뒤 아기도 아내도 나에게도 약간의 변화가 생긴 기간이었다. 가장 먼저 내가 방학이 끝나고 학교로 다시 돌아가게 되었다. 여러 김정들이 복합적으로 생겼지만 어쩌겠는가! 내가 맡은 일이 있고 경제적으로 무언가를 해야 하니.. 가끔은 나도 파이어족이 된다면 더 행복하게 육아를 할 수 있을까 생각도 해본다. 아내와 아기는 둘 만의 시간을 가져야 했다. 내가 학교를 가니 운전을 하기도 어렵고 그러다 보니 가까운 곳들을 다시 찾아야 했다. 일정을 짜는 아내가 안쓰러웠지만 이 또한 변화된 현실인 것을 받아들여야 했다. 아기는 변화를 감지하지 못했다. 아빠가 아침에 집을 나갔다 오후쯤 돌아와도 감정 기복이 크지 않았다. 엄마가 있으니... 9월이 되기 전까지는 일상이 비숫했을 것이다.


9월. 날씨가 좀 시원해졌을까 싶었지만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백로가 되기 며칠 전 아침저녁으로 약간 선선해진 느낌은 있었지만 후텁지근한 기분은 마찬가지였다. 아기는 9월이 되면서 드디어 어린이집을 가게 되었다. 태어나서 항상 엄마, 아빠 가족들과만 보다 이제 낯선 친구들과 선생님을 보게 된 것이다. 운 좋게 집 근처 어린이집에 자리가 있어서 들어갔는데 조금은 소규모지만 아내 말로는 따뜻한 분위기라고 했다. 주위에서도 어린이집은 가까운 것이 최고다라고 했으니 다행이지 싶었다. 어린이집에 가기 전부터 각종 서류에 처리할 일들이 있었지만 크게 어렵진 안 았다. 그리도 첫날 아내가 약속된 시간에 어린이 집에 보냈는데 아기는 나름 잘 놀았다고 했다. 다음 날도. 그다음 날도... 적응을 꽤나 잘해 다행이지 싶었으나 집에서 하던 습관들이 나타날까 조바심이 나기도 했다. 이런 것이 학부모 마음이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 우리 학생들 부모님 미음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게 된 것 같다. 이제 새로운 곳에서 친구들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말고 행동도 더 발달하겠지만 부모와 함께 하는 시간이 점점 줄어드는 것이 아쉽기도 하다. 그래도 사회의 한 구성원이 되어야 하기에 잘 지내주길 매일 같이 기도한다.

처서가 지나도 실내가 최고의 육아 공간이다.
엄마와 미끄럼틀도 타보고..
날씨는 더워도 하늘은 예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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