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의 절기
출처: 네이버 지식사전
백로(白露)는 양력 9월 8일 무렵으로 대개 음력 8월에 들며 가을이 본격적으로 시작하는 시기이다. 흰 이슬이라는 뜻으로 이때쯤이면 밤에 기온이 이슬점 이하로 내려가 풀잎이나 물체에 이슬이 맺히는 데서 유래한다.
가을 비인지는 모르겠으나 몇 번의 비가 온 뒤 아침, 저녁으로 날씨가 점점 시원해짐을 느낄 수 있었다. 아직까지 낮은 덥지만 그래도 이 정도면 괜찮았다. 아침은 모르겠으나 저녁엔 조금 선선해졌으니 아기랑 외출하기도 한결 수월해졌다. 가끔은 너무 습해서 실내를 찾아가기도 했으나 밖에서 뛰어놀 수 있는 환경이 점점 만들어지고 있으니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여름은 이제 지겹다는 생각이 들 무렵 가을이 찾아올 것이고 그리고 추운 겨울이 되면 다시 여름을 그리워하겠지. 그렇게 나도 아기도 한 살을 더 먹어 가지 싶다. 가을 이제 가을이 코 앞으로 다가옴을 느끼는 '백로'의 절기였다.
아기는 어린이 집에 다니며 조금씩 적응하고 있었다. 태어나서 친구라고는 친한 지인 선생님들의 동갑내기 딸들 뿐이었는데 이제는 남자인 친구도 생겼다. 그렇다고 해서 아기가 드라마틱하게 관심을 나타내거나 상호작용을 하는 것은 아니었다. 그냥 자기가 놀던 방식 그대로 물건을 옮기고 담고 하던 것을 그대로 하고 있는 것 같았다. 어린이집에서 적응 시간도 처음 며칠은 하루 1시간 정도 엄마가 동석한 상태에서 같이 있다가 엄마는 없어도 될 것 같다는 말과 함께 혼자 친구들과 지내게 되었다. 아내는 엄마가 가도 별 반응 없는 아기가 섭섭한지 하소연을 했지만 그렇게 며칠이 지나고 나서부터 엄마가 없다는 것을 아기도 인식한 것 같다. 그리고는 엄마랑 떨어지기 싫어서 '엄마', '엄마'를 외치며 울기도 하고 안 떨어지려고 하기도 했단다. 들어가서는 잘 놀았지만 집에 와서도 엄마 '껌딱지'가 돼 더 이상 아빠를 그렇게 찾지 않는 지경까지 왔다. 작년에 그렇게 먹이고, 씻기고, 걷지도 못하는 아기를 앉아 산책시키고 했는데... 그래도 어린이집에서 잘 적응하고 있다고 하니 그것으로 만족한다. 앞으로 시간이 흐르면 아빠, 엄마보다 친구들이 더 좋아지고 스스로 살아갈 길을 찾느라 고군분투하겠지만 그 또한 사회화의 과정이고 나 역시 그렇게 살아왔으니 당연히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다. 조금이라도 어릴 때 더 많이 놀아주고 함께 다니기만 해 줘도 꽤 괜찮은 양육이 아닐까 생각한다.
이제 23개월째 아기를 키우면서 중요한 몇 가지를 다시금 느끼는데 그중 첫 번째가 날씨였다. 아기가 없을 때는 집에서 혼자 있어도 되고 더우면 에어컨 틀거나 시원 곳에서 책을 보든 뭔가 하면서 지냈는데 아기가 있고 난 뒤로 그것이 사실상 힘들어졌다. 집에서 같이 있을 땐 놀아주는데 조금만 놀다 보면 여기가 집인지 창곤지 구분이 안 될 정도였다. 정리정돈이 안 된 것을 싫어하는 개인적 성향 때문에 보고 있으면 힘들다. 그러니 혼자서 계속 치울 수밖에... 아내는 또 어지러질 텐데 나중에 하라며 한소리 한다. 비가 오거나 덥거나 추우면 그만큼 힘들어지는 것이 육아의 세계인 듯하다. 날씨는 육아에 있어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가 되었다. 둘째로 체력이다. 예전에는 일이 많아도 집에서 쉴 수 있으니 금방 회복되어 다시금 일을 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일을 마치고 집에 오면 또 다른 출근이 시작된다. 아내가 고생을 하고 있으니 힘들어도 쉴 수 없다. 같이 육아를 하고 아기가 잠들 무렵 같이 잠드는 날들이 많아졌다. 아침에 일어나 보면 밤사이 혼자 집 정리 했을 아내에게 늘 미안했다. 체력을 키우려고 러닝을 하고 있지만 늘었는지도 의문이다. 진작 해놨어야 했나 싶다. 앞으로 더 많은 에너지를 뿜을 아기를 보면 두렵기도 하다.
이제 곧 본격적우초 가을이 시작되면 아기와 함께 더 많은 것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날씨도 체력도 모두 받쳐 준다면 자연으로 더 많이 나가야겠다. 날씨가 안 도와주면 어쩔 수 없겠지만 체력이 부족하다면 아내와 협력하면 될 것이기에... 내가 아내에게 짜증 내는 일만 없길 바랄 뿐이다.
그나저나 여름아! 올 한 해도 수고했어.. 내년에 다시 만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