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 대설( 大雪). 바빠질 가족들

아기의 절기

by 종우리
출처: 네이버 이미지
일 년 중 눈이 가장 많이 내린다는 절기인 대설은 양력 12월 7일이나 8일 무렵에 해당한다. 대설이 있는 음력 11월은 새해맞이 준비를 하는 농한기이기도 하다. 중국 화북지방(華北地方)의 계절적 특징을 반영한 절기라서 우리나라라면 반드시 이 시기에 적설량(積雪量)이 많다고 볼 수는 없다. 남부지방에서는 겨울이 시작되는 시기이기도 하며, 24 절기 중에서는 해가 가장 일찍 지는 날이기도 하다.


12월 스물한 번째 절기인 대설이 끝나갈 무렵 나의 업무도 어느 정도 정리되고 숨을 좀 돌리 수 있게 된 시간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는 지금보다 더 바쁘게 살겠지? 그게 나에게 좋을까 아쉬울까?'

이번 달 초 계속된 부장 회의와 부서협의 그리고 전체 회의까지 진행을 하다 보니 정신이 없었다. 녹초가 된 상태에서 집으로 돌아가면 책임감 막중한 또 다른 임무가 시작된다. 저녁을 먹고 몇 시간 안 되지만 아기와 놀아주고 씻기고 그러다 보면 잘 시간이다. 예전엔 아기를 먼저 재우고 저녁 늦게 러닝도 다니고 했지만 지금은 날씨 영향, 체력적 문제, 업무 처리 등으로 그럴 여유가 없다. 만약 혼자 살았다면 퇴근 후 업무를 처리하고 나만의 저녁 시간을 가져겠지만 그것은 그저 이루어질 수 없는 상상의 모습일 뿐이다. 지금은 나에게 주어진 시간을 알차게 보내는 법을 만들어야 하고 아내에게 '뭐 하냐?' 같은 핀잔을 듣는 것이 아니라 든든한 지원군이 되어야 한다.


아내가 아직 휴직 중이지만 내년이면 복직을 하기에 이젠 진짜 맞벌이 부부가 된다. 아기는 지금 다니는 어린이집에 계속 다닐 테고 나와 아내는 각자의 직장에서 서로 시간을 협의해 가며 아기를 데리러 가야 하는 것이 현실이 된다. 일이 많지 않거나 계획할 수 있는 날은 크게 문제가 되진 않겠지만 갑작스러운 일이 생기거나 일이 많은 시기가 되면 아기를 데리러 가는 것도 문제고 함께 보낼 수 있는 시간도 줄어들 것이다. 감정의 변화를 드러내지 않겠지만 아기도 분명 느낄 것이고 서운해할 법하다. 우리뿐만 아니라 아기도 지금은 어린이집을 다니지만 나중엔 유치원도 가고 그 이후엔 학원도 다닐 것이다. 그러면 각자의 삶이 더 분명해지고 점점 서로의 삶이 먼저인 날이 오겠지. 현대 대한민국에서 살아간다면 어쩔 수 없는 현실이기에 인정은 하지만 아쉬운 것은 사실이다.

겨울철 아기와의 외출엔 제한이 많다.

조금이라도 젊을 때 아기랑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은데 아기가 성장하는 과정만 볼 수밖에 없다. 부녀지간에 의사소통이 안되니 말이다. 아기가 더 커서 의사소통이 지금보다 더 수월할 시기가 되면 나의 체력 문제와 더불어 업무도 더 많아질 것이 분명하다. 이는 곧 아기와 소원해질 수도 있다는 뜻이다.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길 바라지만 이 또한 장담할 수 없다. 다만, 내가 나중에 나이가 들어 아기와 지금처럼 못 놀아 주더라도 꼭 기억은 했으면 좋겠다. 아기와 더 많은 시간을 보내려고 노력해야 한다는 점, 아기가 혼자 있을 때 외로울 수 있다는 점, 가끔은 시간을 내어 가족 간의 정을 더욱 견고하게 만들고 따뜻한 가정을 만들어야 한다는 점 등 말이다. 시간에 쫓겨 살거나 의무적으로 대하는 아빠의 모습이 아니라 진심으로 딸을 사랑하는 아빠가 되었으면 한다. 문제는 시간도 체력도 돈도 아니다. 사랑해서 만났던 아내와 사랑해서 낳은 아기를 더 사랑하려는 나의 의지가 중요할 것이다. 그러다 보면 적어도 바빠서 혼자인 것이 낫다는 생각은 안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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