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 소설(小雪). 겨울이 시작되었다.

아기의 절기

by 종우리
출처: 네이버 이미지
이 날 첫눈이 내린다고 하여 소설이라 하며 양력으로 11월 22일 또는 23일 무렵에 든다. 대개 소설 즈음엔 바람이 심하게 불고 날씨도 추워지며 이 무렵 바람을 손돌바람이라고 한다.


창원으로 출장을 다녀온 뒤 아내랑 아기가 있는 용인으로 가기로 하고 동탄역에서 내렸다. 아침 7시 넘어 출발한 기차는 10시가 조금 지난 시점에 도착했는데 아침과 다르게 밖은 따뜻한 햇살을 비추고 있었다. 아마 이번이 마지막 가을이 아닌가 싶었다. 주말 동안 외가에서 보낸 아기는 맛있는 것도 많이 먹고 자연도 누비며 집으로 돌아왔다. 그리곤 다시 일상을 보냈는데 옷들이 점점 달라지기 시작한 무렵이 아닐까 한다. 얇은 옷에서 두꺼운 옷으로 바뀌고 집도 보일러를 틀어 이제는 훈기가 많이 돌았다. -체감이 다른 아내는 집이 추운지 집패딩이라며 막 입어도 되는 경량패딩을 입고서는 가난의 상징이라고 했지만 난 집이 더웠다-


첫눈이 내린다는 소설 기간 동안 영하권의 날씨도 있었고 봄인가 싶을 정도로 따뜻한 날도 있었다. 마지막 온화함이라며 아내와 주말에 강화도와 김포를 다녀왔다. 급하게 결정한 거라 사전준비는 없었다. '진관사'만 찍고 출발... 운전연수를 끝낸 아내가 운전석에 앉고 아기 옆에 앉아 갔는데 그동안 운전만 하느라 보지 못했던 아기의 노는 모습, 먹는 모습 등을 볼 수 있어 좋았지만 불안해 해는 아내를 보니 내심 걱정도 많았다. 그래도 잘 도착했지만 가는 내내 나의 잔소리가 심했던지 아내는 마음이 상했던 것 같다. 매번 고쳐야지 하지만 경상도인 특유의 높은 톤과 교사 같은 말투가 문제다. 결국 내가 문제인 거다. 조금 더 부드럽게 말하면 아내에게도 아기가 클 때 훈육할 때도 더 좋을 텐데... 그래도 점심 초이스 실패를 제외하고서는 가는 가을을 떠나보내기엔 괜찮은 나들이었다.

강화는 역사적인 곳이 많다.
아게는 배보다 바다룰 좋아했다.

12월이 되고서 기적같이 첫눈이 내렸다. 첫눈이라고 해서 특별할 것은 없었다. 나는 일을 하고 있었고 하필 그날 회식이 있어서 늦게 집에 들어갔는데 집 가는 그 순간부터 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집에 도착할 때쯤 눈이 쌓이기 시작하더니 천둥까지 치기 시작했다. 눈이 엄청 많이 쌓이면 눈사람이라도 만들어 주겠지만 건강상의 이유로 집 안에서 볼 수밖에 없었다. 그마저도 밤이라서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아기에겐 인행 첫눈은 아니겠지만 올해 첫눈을 조금 아쉽게 보내줄 수밖에 없었다. 다음에 눈이 많이 쌓이면 작년보단 더 컸으니 같이 눈사람도 만들고 눈을 뭉쳐 던져 볼 수도 있지 않을까! 이제 진정 겨울이 시작되었다. 아내와 함께 모일같이 어디로 데리고 나갈지 머리를 싸매고 있을 것이 눈에 선하지만 어쩔 수 없다. 그것이 부모의 고민이고 책임감이니... 올 겨울 즐겁고 건강하게 지낼 수 있기를 바라본다.

길 위에도 첫 눈이 쌓여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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