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종우리 Sep 28. 2024

3. 이론의 중요성

특수하지만 특수하지않은 특수교육

예전에 컴퓨터를 전공할 때엔 이론보다 실습 능력을 더 중요하게 여겼다. 이론은 그저 실습을 하기 전 간략하게 하는 정도 혹은 실습을 위한 배경 지식 정도로만 다루고 필요할 때마다 조금씩 보는 것 정도였다. 그렇다고 이론을 소홀히 할 순 없었다. 이론이 어느 정도 바탕이 되어야만 설계과정을 체계적이고 단순하게 그리고 창의력을 불어넣어 코딩을 할 수 있었다. 코딩에서 기본 베이스지만 무시할 수 없는 영역이 이론이라고 할 수 있다.

다른 영역도 마찬가지겠지만 교육에서 이론은 정말 중요한 요소이고 이론이 제대로 형성되지 못하면 교육 현장에서도 마치 '사상누각'처럼 될 가능성이 높다. 그렇기에 나는 이론을 중요시하는 편이다. 전공을 바꿔 특수교육에서는 컴퓨터를 전공할 때보다 더 많은 이론이 적용되었고 중요하게 다뤄졌다. 어쩌면 이론이 99% 이상 차지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다. 임용고시를 준비하다 보면 교육학적 지식뿐만 아니라 전공 지식도 엄청나게 늘어나는 것을 경험할 수 있다. 학부 때 배운 내용이지만 장기기억 속에 있었던 내용들은 다시 기억해 내고 망각이론에 따라 잊어버린 내용들은 다시 암기하고 또 인출하게 된다. 교육학 내용만 보더라도 철학, 역사, 심리, 교수방법, 연구방법, 행정, 사회론 등 우리 사회와 교육에 관한 전반적인 내용을 암기하며 전공은 각 장애 영역별로 원인과 증상 그에 따른 교수방법 등을 암기하게 된다. 몇 줄 안 적었지만 그 내용들을 일일이 열거하면 방대한 양이다. 그 내용들을 큰 어려움이 없이 인출하고 설명할 수 있다면 임용고시 1차 필기시험에서도 좋은 결과를 얻을 확률이 높다.

사전을 찾아보면 이론에 대한 정의는 '사물에 관한 지식을 논리적인 연관에 의하여 하나의 체계로 이루어 놓은 것'이라고 쓰여있다. 수많은 교육자들이 경험하고 체계화된 지식의 집합체가 이론인데 이 이론이 실제로 현장에서 바르게 적용되고 있을까? 임용 시험을 위해 공부한 내용들이 나의 교육관이나 교육 방법에 얼마나 잘 녹여내고 있을까? 이런 질문을 받았을 때 쉽게 '저는 잘하고 있습니다.'라고 말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임용 시험을 꽤 오랫동안 준비하고 아는 지식도 많았지만 교육 현장에 완벽하게 적용하는데 '변수'가 많았기도 했고 나의 지식이 완전히 내 것이 아닌 덜 형성된 탓도 있었다. 이론과 관련하여 대표적인 경험이 몇 가지 있는데 하나는 나의 지식 부족으로 인한 어려움이었고 다른 하나는 부족함이 있었지만 그래도 지속적인 공부와 노력으로 인해 그나마 괜찮은 결과를 냈던 것 같다.

2013년에 치렀던 임용시험 마지막 문제였다. 당시 나는 공부를 어떻게 하는지도 몰랐을뿐더러 정보의 부재 속에서 공부를 한 터라 고사장에서 이 문제를 보고 소위 '글짓기'를 하고 나왔던 기억이 난다. 지식 여부를 떠나 당연히 본 적이 없었던 내용이었기에 당혹감이 크게 다가왔던 문제였다. 아직까지 내 기억 속에 '지식의 부재'라는 생각을 하면 떠오르는 문제이기도 하다.

이 문제에서 답으로 요구한 것 2가지 중 첫 번째가 아래 박스에서 잘못된 것을 찾아 이유를 적는 것이었다. 우선 이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PBS'라는 것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고 있어야 했다. 하지만 당시 나는 'PBS'라는 것을 보기는 했지만 정확히 어떤 것인지 개념을 잡지 못했다. 지금은 'PBS'에 대해서 아주 자세하게 설명도하고 사례를 들 수 있지만 당시엔 실제로 경험해 본 적도 없었고 제대로 설명을 들은 적도 없었다. 그렇기에 아래 박스 내용을 읽었을 때 뭐가 잘못된 것인지 이해를 못 했다. 그러니 이상한 글짓기나 할 수밖에 없었다. 저 문제에서 잘못된 것은 두 번째 '교사 지도 경험을 바탕으로 한다는 점', 세 번째 '교사 개인적인 경험에 비추어 효과 있었던 중재를 실시'한다는 부분 정도가 될 것이다. 학생이 지닌 문제는 선정할 때는 교사의 지도 경험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이 '객관적인 자료(증거기반 실제)'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누구나 다 인정하는 문제행동이 -요즘은 도전적 행동이라고 한다.-되기 위해선 지속성과 강도, 타인에게 위협되는 정도 등을 객관적인 자료로 긍정적 행동지원팀에서 결정하게 된다. 또한 교사 개인적인 경험에 비추어 효과 있었던 중재가 아니라 학생의 문제행동과 관련된 원인-선행사건이라고 한다-이 무엇인지에 따라 중재 방법도 달라져야 한다. 이렇듯 이론의 내용을 정확도 있게 이해하고 있다면 위와 같은 문제를 푸는데 어렵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교육을 할 때에는 이론을 얼마나 알고 적용할 수 있는가가 중요한 요소가 될 수 있다.

이론을 어느 정도 잘 알고 있더라도 실제로 적용하고 가르치는데 중요한 부분은 교육 현장에서 얼마나 잘 녹여낼 수 있는가 하는 부분일 것이다. 현재 내가 근무하는 학교에 처음 부임했을 때 우리 반 학생 중에서 'PBS'가 정말 필요한 학생이 있었다. 요즘은 학교차원에서 'PBS'를 대부분 시행하지만 '개별 학생 대상 PBS'를 하는 곳은 별로 없다. 예산도 문제지만 학교는 다른 학생들도 함께 있다 보니 해야 할 일이 너무 많고 더 큰 문제는 지역사회의 외부 전문가와 함께 협력해야 하다 보니 어려움이 한두 가지가 아니기에 담임의 입장에서는 꺼려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우리 반 학생은 운 좋게도 교육청에서 시행하는 개별지원 학생에 선정되어 예산적인 부분은 해결이 되었다. 중요한 것은 담임인 나의 역량이었는데 다행히 'PBS'에 대해 어느 정도 이해를 하고 있었기에 도움이 되지 싶었다. 하지만 외부 전문가들을 만났을 때 이야기는 달랐다. 그분들은 진짜 한 분야만 연구하시고 또 현장에서 일을 하시는 분들이라 내가 아는 것보다 더 전문적이었다. 결국 나는 관련 지식을 더 알아야 했고 책을 보며 배운 지식을 적용하고 그 결과를 나눠야 했다. 다행히 나의 최대 이점은 내가 배운 내용을 혹은 전문가들로부터 조언받은 내용을 즉시 실행해 보고 그 결과를 확인할 수 있다는 점이었다. 처음엔 '이게 진짜 맞는 걸까? 되긴 하는 걸까?'라는 의구심이 많았다. 

이전 학교에서도 'PBS'이야기를 할 때마다 '이론일 뿐이다. 현장에 맞지 않다'라는 이야기를 많이 했었다. 어떤 선생님은 학교에 필요한 것은 'PBS'가 아니라 'NBS'라고 할 정도였다. 여기서 'P'는 Positive로 '긍정적인' 것인데 즉, 학생의 문제행동과 관련하여 긍정적인 요소를 제공하여 선행사건을 제거하는 방식을 말한다. 학교에서는 지도해야 할 학생도 여러 명이고 업무도 많다 보니 긍정적인 요소를 먼저 제공하는 것이 어려운 현실이기에 차라리 문제행동이 생기면 긍정적인 것이 아니라 'Negative'인 벌을 이용하는 게 낫다고 이야기하는 분도 있었다. 모든 선생님들이 이런 생각을 하는 것이 아니라 우스개 소리로 하던 이야기지만 '뼈'있는 한마디였다. 학교는 치료실이 아니다 보니 한 학생에게 집중할 수 있는 여건이 안 되는 것은 사실이었다. 그리고 교사가 해야 할 일도 너무 많다. 그렇기에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이론은 아니었다. 

의구심은 많았지만 신청은 했고 외부 전문가들은 각자의 자리에서 열심히 하시니 내가 대충 할 수는 없었다. 결과는 드라마틱하게 나오지 않았지만 6개월간 진행된 뒤 그 변화들이 조금씩 보였다. 학생이 가진 문제 행동을 사전에 차단하고 질책보다는 칭찬을 먼저 하니 학생의 행동도 변화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나름 성과를 이루고 다음 학년으로 인계를 했고 그해 우수 사례로 발표가 되기도 했다. 나에게 주어진 특혜는 없지만 글로만 배웠던 그 이론들이 실제로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보고 나의 사고가 많이 확장된 것이 큰 성과였다. 그 뒤로도 난 'PBS'에 대해 긍정적인 면을 더 봤고 누군가 '안 된다'라고 했을 때 '된다'라고 이야기해 줄 수 있게 되었다. 단, 그만큼 교사의 노력이 많이 필요하다는 점도 함께 알려준다. 

요즘 젊은 선생님들은 지식적으로 아는 것은 선배교사들보다 더 뛰어난 것 같다. 임용고시라는 바늘구멍 같은 시험을 통과하기 위해 암기하고 이해해야 하는 것이 훨씬 더 많고 치열해졌다. 단, 경험이 부족한 것이 아쉽다. 반면 경험한 바에 의하면 솔직히 선배교사들은 지식보다 풍부한 교육 경험이 큰 장점이다. 젊은 후배교사들이 힘들게 외운 그 내용을 실제 교육현장에서 잘 쓰일 수 있도록 자신의 경험에 빚대어 이야기 해준다면 서로에게 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모든 선배교사가 지식이 부족한 것은 아니다. 연구도 많이 하시는 분도 계시고 대학으로 강의도 나가시는 분도 많이 계신다. 그러니 모두가 그렇다고 오해 없길 바란다.-   

나는 드라마를 잘 보지 않는데 정말 재미있게 본 드라마가 있다. '슬기로운 의사생활'이다. 의사들의 이야기지만 나쁜 사람들이 안 나와서 좋고 매회마다 감동을 주기에 정말 재미있게 봤다. 그 드라마의 어느 편에 에서 한 씬이 기억에 남는다. 교수인 '익준'이 인턴으로 와 있던 '윤복'에게 했던 조언 같은데 정확한 워딩은 기억이 안 난다. 익준이 병실 라운딩을 하고 윤복에게 질문을 한 뒤 해준 말이었다.

좋은 의사는 마음도 따뜻해야 하지만 아는 것도 많아야 한다. 

대략 이런 내용이었다. 아주 짧은 씬이었고 이 대사도 정확하진 않지만 나에겐 큰 가라침을 주었다.

좋은 교사가 되기 위해선 마음만 따뜻해선 안 되고 아는 것도 많고 잘 가르쳐야 한다. 그래야 학생들을 성장시키고 올바른 길로 안내해 줄 수 있다. 교사라는 직업을 마치는 그 순간까지 더 많이 배우고 적용하며 나눠야 할 이유이기도 하다. 우리 학생들이 알아주지 않더라도 변화되어 가는 그 모습에서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내가 좋은 교사가 되어 가고 있음을 말이다. 특수교사로서 예전 것도, 새로운 것도 더 많이 배우기 위해 부단히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 아닐까!

이전 03화 2. 기간제 교사의 서러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