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11. IEP의 한계와 가능성

특수하지만 특수하지 않은 특수교육

by 종우리

특수교육은 '장애인등에 대한 특수교육법(이하 장특법)'에 따라 운영이 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법을 열심히 준수하고 있다. 일반 교육도 그렇겠지만 법만 잘 이해하고 있어도 학교 운영이 어떤 식으로 되는지 알 수 있다. 장특법에는 특수교육에 대한 정의부터 시작하여 기관의 역할, 특수학교 및 특수학급에 배치되는 기준, 교육 내용 등에 대한 것들이 명시되어 있는데 그중 하나가 개별화교육계획( IEP:Individualized Education Plan)이다. 사실 학부 때 이 IEP에 대한 내용은 각 장애 영역에서 조금씩 언급이 되나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을 쓰는지는 배우지 못했다. 실제로 학교에서 일을 하면서 구체적으로 배운 내용 중 하나인데 특수교육에서는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일반 학교에서 '학생부'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면 특수교육에서는 'IEP'라고 할 수 있을 정도다. 물론 특수학교도 학생부를 작성하기는 하나 중요도 면에서는 'IEP'가 더 우선순위 일 것이다.


그런데 학교 현장에서 일을 하다 보니 IEP에 대한 한계점이 점점 크게 보이기 시작했다. 미국의 특수교육을 참고하여 만든 것 치고는 우리나라 현실에 맞는 것일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미국의 개별화교육은 철저하게 교육과정에 근거해서 이루어진다고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와 다른 것은 교육과정이 하나라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공통교육과정이 있고 특수교육교육과정이 따로 있다. 즉, 미국은 교육과정이 하나이지만 우리나라는 이원화되어있다. 이것이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특수학교 학생들은 장애 유형이나 정도에 따라 공통교육과정을 적용하기엔 상당히 어려움이 많기 때문에 장애 학생만을 위한 교육과정이 있으면 더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아무튼 교육환경이 다름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개별화교육을 참고한 것은 사실이다. -미국의 경우도 개별화교육으로 인한 소송도 많이 발생해 특수교사들이 어려움이 많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또한, 참고하면서 뭔가 정확한 기준이 없다 보니 교육 현장에서는 혼란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어쩌면 개별화교육계획이 특수교육의 '꽃'이 아니라 '맹점'이 될 수도 있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우리나라의 개별화교육계획을 살펴보려면 우선 장특법을 알아야 한다.


장특법에 나와 있는 22조 개별화교육(IEP) 내용 중 1항과 2항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1. 각급학교의 장은 특수교육대상자의 교육적 요구에 적합한 교육을 제공하기 위하여 보호자, 특수교육교원, 일반교육교원, 진로 및 직업교육 담당 교원, 특수교육 관련서비스 담당 인력 등으로 개별화교육지원팀을 구성한다.
2. 개별화교육지원팀은 매 학기마다 특수교육대상자에 대한 개별화교육계획을 작성하여야 한다.

우선 학교는 매 학기가 시작되면 14일 이내에 개별화교육지원팀을 구성해야 한다. 이건 담임교사가 구성원을 모집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정해져 있다. 그러니깐 담임이 주가 되어 보호자와 상담을 하고 학생을 지도하면서 관찰한 내용을 토대로 개별화교육계획을 작성한다. 나머지 지원팀도 그 해 담당교사들로 이루어 지기에 원하지 않아도 지원팀으로 구성되게 된다. 이 것이 나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어차피 학생을 직접 지도하는 교사는 담임교사가 될 수밖에 없고 나머지 지원팀들도 학생들을 1년간 지도하기에 당연히 함께 구성되어야 하는 것이다. 다만, 개별화교육지원팀의 업무가 대체로 담임교사에게 편중되어 있다는 것이 문제인 것 같다. 개별화교육지원팀이 구성되고 나면 30일 이전 그러니깐 우리나라의 경우 3월 1일 학기를 시작하니 3월 30일 전까지 개별화교육계획을 작성하여 지원팀과 공유하고 협의된 결과를 서류로 작성한 뒤 결재를 완료해야 한다. 이 과정을 매 학기마다 진행하는 방식이다.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문제점은 첫째, 3월 한 달간 학생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는가? 둘째, 어떤 내용을 어떤 식으로 작성할 것인가? 이 두 가지였다. 특수학교에서 처음 근무할 당시 이런 의문들은 가질 수가 없었다. 당연히 해야 하는 중요한 업무 중 하나였고 기한은 한정되어 있으니 상담하고 빨리 작성해야 했다. 그러다 보니 첫 번째 문제점이 발생했다. 학생에 대한 내용은 상담을 통해 학부모의 의견을 더 반영할 수밖에 없었고 다른 지원팀 구성원들은 형식적으로 참여를 했기에 정확한 정보를 파악하기 어려웠다. 아주 바쁜 3월에 수업을 해가며 온전히 담임교사가 주가 되어 문서를 작성하다 보니 과대평가해서 작성하는 경우도 있었고 반대로 과소평가해서 작성하는 경우도 있었다. 또한, 두 번째 문제로 개별화교육계획 내용에 어떤 것을 기록할 것인가 하는 부분이었다. 개별화교육계획에 기록해야 하는 내용은 학생의 인적사항, 개별화 지원 서비스(외부 치료 내용, 그 밖에 복지 내용 등), 한 해 학생에게 중점을 둘 교육의 장기목표, 단기 목표(학기별 목표), 교육내용(연간 교육내용, 월간 교육내용, 주간 교육내용 등), 교육방법, 평가방법 등을 기록하게 되어있다. 이 중에서 제일 중요한 요소가 교육목표와 내용이었다. 이 두 가지를 두고 학부모와 상담하고 학생을 지도하며 관찰한 내용들로 작성한다. 처음 특수학교에서 일할 때 개별화교육계획은 특수학교마다 다르지만 학교에서 공식적으로 규정한 양식으로 워드문서를 작성했다. 그 내용은 학부모의 요구사항이나 담임교사가 생각한 내용을 조율해 가며 작성했다. 자녀에게 관심 있는 부모님들과는 구체적으로 협의해 가며 작성할 수 있었지만 아닌 부모님들의 경우 담임이 생각해서 중요하다고 여기는 내용을 계획하기도 했다. 그러다 어느 순간 특수학교에서 개별화교육계획을 나이스(NEIS)-학교에서 사용하는 교육용 전자문서 프로그램-에 기록하게끔 제도화되었다. 그러다 보니 개별화교육 내용도 어느 정도 통일 될 필요가 있었고 교육청에서 지침이 내려오는 것도 있었다. 경험한 내용을 토대로 개인적 의견을 쓰자면 변경된 개별화교육계획은 마치 특정 교과의 진행 정도를 기록하는 것 같았다. 예전에는 교육 내용뿐만 아니라 일상생활에서 개선되었으면 하는 내용을 연간 목표로 설정하는 것이 조금 더 자유로웠다. 하지만 바뀐 개별화교육의 내용은 제한점이 많았다. 그리고 교육청 지침도 가급적 긍정적으로 기술하도록 권장했다. 조금은 극단적인 예일 수 있지만 A학생이 정말 중증의 장애를 가지고 있는데 그 학생이 개선된 내용을 기록하라는 것이다. 그러면 담임교사는 큰 변화가 없는 A학생의 내용을 과해석 해서 기록하거나 창작을 해야 했다. 그러다 보니 IEP는 점점 형식적인 문서가 되어가고 있는 것 같다. 담임교사들도 답답하긴 마찬가지다. 법에 명시한 것처럼 30일 이내에 작성을 해야 하니 하긴 해야겠고 그 내용을 지도하는 교과 내용에 맞춰서 작성하라고 하니 어려울 수밖에 없다. 그냥 학생에게 필요한 내용을 선정해서 작성하면 좋겠는데 이 또한 학교마다 입장이 달라 뭐가 맞는지 솔직히 잘 모르겠다. 또 어떤 부모님들은 교과를 기준으로 작성하는 것에 대해 만족하시기도 하니 더더욱 혼란스러운 것이 사실이다.


형식적 문서.....

나는 개별화교육계획을 이렇게 이야기하는 편이다. 내가 교육부나 교육청의 취지를 정확하게 이해 못 하고 능력이 부족해서 그럴 수도 있다. 본래의 개별화교육계획의 취지에 맞게 내가 경력이 더 쌓이고 학부모나 학생들의 의견을 더 반영해서 꼭 필요한 문서로 작성할 수 있으면 좋겠다. 그나마 조금은 위안이 되는 것은 현재 변경된 4세대 나이스에서는 교과뿐만 아니라 일반생활 영역도 포함이 되어 있어 학생의 특성을 반영한 개별화교육계획을 작성할 수 있다는 점이다. 학교에서도 담임에게 조금 더 폭넓게 권한을 부여해서 문서를 작성하도록 한다면 지금처럼 형식적인 문서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조금은 학생들의 입장을 고려한 문서로 남지 않을까?. 아직은 부족한 것이 많지만 이 중요한 문서를 어떻게 하면 더 잘 쓸 수 있을지 또한 활용할 수 있을지는 앞으로 생활하면서 고민해야 할 듯하다. 분명 좋은 취지로 만든 제도이니 그 취지의 반 만이라도 따라갈 수 있을 정도의 능력이 앞으로 쌓이길 바랄 뿐이다.

keyword
이전 11화10. 영양분 같은 낯선 경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