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13. 교육과정의 중요성

특수하지만 특수하지 않은 특수교육

by 종우리

교육과정은 학교 수업 운영에 있어 큰 뼈대와 같다. 사람으로 치면 척추뼈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목부터 시작해서 엉덩이까지 쭉 나열되어 신경뿐만 아니라 근육과도 연결되어 우리 몸을 지탱하는 척추. 척추가 조금이라도 문제가 있으면 우리 몸을 제대로 쓸 수 없듯 교육에 있어 교육과정이 허술하면 학생을 위한 교육도 제대로 할 수 없다. 학생들에게는 보이지 않지만 학교 운영에 있어 아주 중요한 부분이 바로 교육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일반학교나 특수학교도 이런 교육과정을 전담하는 부서가 있는데 바로 '교육과정부'이다. 어떤 학교에서는 다른 이름으로 부서명이 정해지기도 하는데 이 부서의 큰 역할은 매 학기 시작 전에 학교 수업 운영에 관한 계획을 하고 선생님들의 수업 시수 및 과목 등을 결정하게 된다. 그만큼 중요하고 큰 역할을 하는 부서이다. 이 업무를 하게 되면 1년 동안 학교의 전반적인 흐름을 빠른 속도로 익히게 되는데 아직 나는 이 부서에서 일해 본 적은 없다. 그래서 어떤 과정과 결정을 거치는지는 잘 모르고 보통 새 학기 시작 전에 결정된 시수와 과목 등을 알려주면 그 내용대로 계획해서 운영한다. 이처럼 중요한 교육과정을 내가 속한 부서가 아니니 몰라도 된다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한편으로는 몰라도 크게 상관이 없을 수도 있다. 내게 주어진 수업을 하면 그것이 교육과정대로 움직이는 것이니 말이다. 하지만 교육과정에 대해 전반적인 내용을 알고 있다면 행정적인 것뿐만 아니라 수업에 있어서도 많은 도움이 된다. 이렇게 중요한 교육과정을 여러 경로로 접하게 되는데 학부생 때부터 임용 그리고 교육 현장에서 볼 수 있는 것 같다.


교육과정과 관련된 수업은 학부 때 한 번 정도는 수강할 기회가 있다. 하지만 학교에서 일을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뜬구름 잡는 느낌이 강하다. 그러다 임용시험을 준비하면서 다시 한번 하게 되는데 이때부터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일반 교과의 임용은 모르겠지만 특수교육에서 교육과정은 아주 중요한 과목 중 하나다. 특수교육 임용은 장애인등에 대한 특수교육법, 장애 영역 관련 과목, 그리고 교육과정 내용을 암기하게 되는데 이 교육과정의 양이 상당하다. 특수교육도 유아 특수교육, 초등 특수교육과 중등특수교육으로 또 나눠지는데 유아 특수교육은 누리교육과정을 함께 공부해야 하고 초등 특수교육은 일반 초등교육과정을 공부해야 한다. 친한 선생님께서 초등 특수교육을 전공하셨는데 같이 공부하는 동안 초등 교육과정 내용을 잠깐 본 적이 있었다. 당시엔 정말 충격적이었다. 특수교육 내용도 엄청 많은 편인데 일반 초등 교육과정의 양도 많았다. 말 그대로 초등학교에서 배우는 교과목의 성격, 교수내용, 교수방법, 교수평가 등을 외워야 했는데 그 내용들을 살펴보면 상상초월이었다. 아직도 기억나는 것이 미술교과였는데 서예와 관련된 내용이었다. 서예를 해본 사람은 알 것이다. 각종 '체'가 있다는 것을. 그림을 보고 어떤 '체'인지 써야 하고 어떤 방법으로 그것을 교육해야 하는지도 알아야 했다. -지금 생각해도 머리가 너무 아프다. 이런 내용이 한 과목이 아니라 전 과목이니 난 초등을 하라 해도 못할 것 같다. - 중등 특수교육과정은 조금 나은 편이다. 물론 일반 교과들처럼 과목이 정해져 있긴 하지만 시험에 나오는 과목은 몇 과목으로 한정 돼 있었고 선택과 집중을 하면 그래도 할만하니 말이다.


특수 교육과정은 총론과 각론으로 나누어진다. 총론은 특수교육의 성격, 각 과정의 목표, 시수, 교육과정 운영 지침 등에 관한 내용들로 구성되어 있다. 대부분 행정적인 내용인데 양이 상당하다. 그중에서 어떤 문제가 나올지 모르니 그냥 외우는 수밖에 없다. 임용시험은 우수한 합격자 선출을 위해 수험생들을 떨어뜨리기 위한 과정이다 보니 텍스트를 그대로 외우는 것이 중요했다. 이 내용들이 외워지지 않아서 포기하고 싶을 때도 많았다. 아무튼 총론의 내용만 정확히 알아도 앞에서 언급한 교육과정부의 업무를 이해하고 수행할 수 있다는 것을 나중에 근무하면서 알게 되었다. 그만큼 행정적으로 중요한 내용이 가득 찬 부분이 '총론'이라고 할 수 있다. 반면 각론은 각 교과목의 성격, 편성 내용, 교수목표, 교수방법, 평가방법 등이 나와 있는데 각 과목마다 추구하는 내용이 달라 이 또한 암기하는데 상당히 어려움이 많았다. 물론 기출을 토대로 중요한 몇 과목만 하지만 그래도 어렵긴 마찬가지였다. 암기가 어려운 이유가 교육실습 때 직접 수업해 본 것이 다이다 보니 이질적인 내용들로 받아들여져서 그런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교육 기회나 경험이 많다면 아마 이 내용들이 다 맞는 말이고 이해도 더 쉬웠을 것 같다. 각론은 교사들에게 필요하고 좋은 내용들로 채워져 있어서 부족한 실력을 향상 시키는데 도움이 많이 된다고 생각한다.

특수 교육과정 이외에 공부해야 하는 것이 하나 더 있었는데 바로 공통교육과정이다. 이 것은 일반교육과정인데 일부 특수학교 중 공통교육과정을 운영하는 곳은 이 내용을 알아야 했다. -예전에는 많은 특수학교들이 공통교육과정을 운영했으나 현재는 시각장애, 청각장애, 일부 지체장애 특수학교에서만 운영한다.- 그러다 보니 학부 때 부전공 과목을 선택해서 학점을 채워야 했다. 이 내용은 전공자가 아니라면 좀 복잡한 내용인데 특수교사들은 장애와 관련된 내용뿐만 아니라 일반 교과목 수업도 함께 들어야 한다. 그래야 졸업할 때 '2급 특수교사 정교사 자격증'을 받을 수 있다. 나 같은 경우에도 한 과목을 선택해야 했는데 예전에 지리교사가 되고 싶어 지리를 선택해서 수업을 듣고 졸업했다. 하지만 졸업 후 지리와 관련된 내용을 가르쳐 본 적이 없다. 더군다나 1급 정교사 자격연수를 받을 때도 지리로 들었는데 이때 우리나라 행정의 무능함을 뼈저리게 느낄 수 있었다. 특수학교에서 장애학생을 가르치는데 1정 연수 때 장애와 관련된 내용은 하나도 없었다. 지리 교사와 함께 자연지리, 인문지리, 지리학 등 장애와 관련 없는 내용들로만 구성된 교육을 받았는데 뭐 하는 건가 싶었다. 아무튼 중등은 2개의 교육과정을 공부해야 했고 이 또한 어렵고 힘든 과정이었다. 제일 중요한 것은 시험을 치고 나면 이 내용들이 거의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수험생 시절 익숙하지만 익숙하지 않은 공부가 교육과정이었던 것 같다.


학교에서 일을 하게 되면 매년 초 교육과정 연수를 실시한다. 담당 선생님께서 국가교육과정을 토대로 학교의 특성에 맞게끔 학교교육과정으로 편성하여 그 내용을 전달하는 것이다. 그러면 우리 학교의 수업일수에 따라-특수학교는 보통 191일 정도 수업을 한다- 시간표, 교과목, 교사별 시수 등을 전달하시는데 그것을 보고 교사들은 시간표를 작성하게 된다. 그리고 각 교과목에 해당하는 연간 수업계획을 작성하고 그 계획에 따라 수업이 진행된다. 앞에서도 이야기했지만 교육과정부에서 담당 업무가 아닌 이상 명시된 수업시수와 시간표만 확인하고 수업 계획을 해도 교사 생활에 큰 문제는 없다. 하지만 자기가 맡은 과목의 교육과정 내용(각론)을 한 번 보게 된다면 조금 더 깊이 있게 수업을 할 수 있게 된다. 특수학교는 담임교사와 교과교사로 나누어 수업을 진행하는데 담임교사는 보통 주지교과(국어, 수학, 사회 등)를 맡고 교과교사는 예체능 교과와 진로와 직업 교과 등을 가르친다. 이 것은 학교마다 조금씩 차이가 나는데 현재 우리 학교는 이런 방향으로 구성되어 있다. 나 같은 경우엔 대부분 담임을 하다 보니 국어, 수학, 사회, 과학 등을 주로 가르쳤던 것 같다. 특수 교육과정에서 국어 교과가 지향하는 방향성에 대해서 알고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교육의 방향도 많이 달라진다. 예전 초임 때는 교과서의 내용을 전달하기에 바빴던 것 같다. 하지만 어느 정도 경력이 쌓이고 연수도 좀 듣고 하다 보니 교육과정을 볼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 그 교과가 지향하는 바가 무엇인가에 대해서 알게 되고 어떤 방법으로 교육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지니 수업에 대한 고민이 더 생기는 것 같다. 단순히 지식을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그 교과를 통해서 어떤 것을 익히고 준비해야 하는지 알게 된 것 같다. 그래서 교육과정을 무시할 수 없다. 오히려 매년 교육과정 내용을 읽어보고 어떤 내용을 어떤 방식으로 가르쳐야 할지에 대해서 고민하는 시간이 더 늘어나야 할 것 같다. 누군가는 '교육과정이 교과서가 무슨 필요가 있냐? 학생들에게 필요한 것만 가르치면 되지.'라고 말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렇게 이야기하고 가르치는 부분들이 다 교육과정의 교수내용이나 방법에 나와 있는 경우가 많다. 조금만 더 신경 쓰면 더 좋은 방향성으로 자료를 활용할 수 있게 된다. 나중에라도 후배교사가 나에게 수업에 관련해 물어본다면 나는 꼭 이렇게 이야기해 주고 싶다. '선생님이 열심히 공부했던 교육과정의 내용을 찬찬히 읽어 보세요. 그곳에 방향이 있고 길이 있습니다.'라고...

keyword
이전 13화12. 코로나-19로 인한 특수학교의 변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