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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부엉이다 Jul 17. 2023

언제나 엄마는 여기 있을게

[그림책 에세이]우리는 언제나 다시 만나 - 글/ 윤여림, 그림/ 안녕달

결혼 후 첫 아이를 임신한 나는 퇴사를 결심했다.

회사에 임신 소식을 알리자마자 나에게 돌아온 것은 축하인사가 아닌 "그래서 언제까지 나올 수 있는데?"라는 물음이었기에.

섭섭하지 않았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지만 그럴수록 미련을 두지 말자 마음먹었다.

양가 부모님의 도움을 받을 수 없는 상황이고, 나와 남편 중 누군가는 전적으로 아이를 돌봐야만 했기 때문이다.

그것을 알고도 나와 남편은 2세 계획을 했고, 그랬기에 우리에게 찾아와 준 새 생명이 마냥 고맙기만 했다.

취업을 위해 오랜 시간을 노력했고, 일도 좋았지만 그보다 아이가 더 중요하게 느껴졌다.

나의 커리어나 나의 그 어떤 것보다도 아직 태어나지도 않은 아이가 우위에 있었다.

그래서 퇴사를 하는 것에 미련이 없었나 보다.

올인. 내 인생 전부를 건 배팅이나 다름없었다.

이토록 소중한 존재가 생긴 것은 처음이었으니까.




아이를 출산하고, 꼬물대는 아기가 신기하게만 보이던 산후조리원에서의 꿈같은 시간이 지나갔다.

집으로 돌아온 후 바로 시작된 육아전쟁.

잠도 못 자고, 밥도 못 먹고, 머리는 언제 감았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 하루하루 시간은 초단위로 느리게 흘러갔다.

백일만 지나면 나아지겠지라고 생각하며 백일의 기적을 바랐건만 웬걸 백일의 기절이 찾아왔다.

말 못 하는 아이를 품에 안고, 왜 우냐고 묻다가 같이 운 날은 셀 수도 없다.

왜 아이의 울음소리는 내 귀에만 크게 들렸던 것일까.

코까지 골며 쿨쿨 자는 남편과는 달리 아이의 작은 뒤척임에도 눈이 번쩍 뜨여 낮에는 좀비가 따로 없었다.

아이가 조금 자라서도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엄마랑만 보내는 시간이 길어서였는지 아이는 완전 엄마 껌딱지가 되어있었다.

아빠는 제 곁에 오지도 못하게 하고, 눕지도 못하게 하고, 낮잠도 엄마 배 위에서, 엄마 몸에 찰싹 붙어있어야만 잘 수 있었고, 잠시라도 엄마가 눈에 보이지 않으면 목청껏 울어댔다.

그랬던 첫째 아이가 어느덧 초등학교 1학년이 되었다.

언제 이렇게 자랐나 세월이 빠르다 싶으면서도 아이를 안고 울고 웃었던 지난날이 내 기억 속에 여전히 선명하다.




윤여림 작가의 <우리는 언제나 다시 만나>를 아이에게 처음 읽어준 건 5살 때였다.

그때 나는 왠지 모르게 눈물이 났다.

아이에게 우는 모습을 들킬세라 꾹 참으며 한 글자 한 글자 읽어나갔다.

마치 내 지난날의 모습이 그대로 담겨 있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이 책은 엄마라면 누구라도 공감할 내용을 담고 있다.

또, 아이를 향한 따뜻한 사랑과 힘찬 응원이 담겨 있다.

그래서 몇 번이고 아이에게 다시 읽어주기도 했고, 한글을 조금씩 읽기 시작하면서 아이가 나에게 읽어주기도 했다.




엄마와 헤어지더라도 금세 다시 만난다는 것을 이제 아이는 알고 있다.

처음 어린이집에 갈 때는 울며불며 엄마와 떨어지지 않으려 발버둥 치던 아이는 어느덧 자연스럽게 학교 앞에서 엄마의 손을 놓고 인사를 한다.

저 멀리 친구라도 보이면 더욱더 발걸음이 빨라진다.

친구 손을 꼭 잡은 채 뒤도 돌아보지 않고, 교문 안으로 들어가는 아이의 뒷모습에 조금은 서운하기도 하다.

"우리 딸은 엄마 껌딱지라 힘들어요."라는 말을 입버릇처럼 하곤 했는데 알고 보니 그 반대였나 보다.

내가 딸 껌딱지였던 것이다.

그나마 아이가 집에 없다고 해서 분리불안 증세까지 있는 건 아니니 다행이라고 생각해야 하려나.




아이는 자라면서 혼자 하는 일들이 많아지고, 부모의 보살핌이 귀찮게 느껴지는 순간도 찾아올 것이다.

가족보다는 친구가 더 좋고, 엄마에게 미주알고주알 털어놓던 이야기도 친구하고만 나누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

아이 눈빛만 봐도 '나 몰래 초콜릿 먹었구나!'하고 한 번에 알아맞힐 수 있는 지금과 달리 아이와 함께 대화를 하고 있어도 진짜 아이의 속마음이 무엇인지 알아채기 위해 온감각을 다 동원해야 하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

홀연히 아이가 독립을 선언하는 날이 온다면 어떤 기분이 들까?

이런 상상을 하다 보니 왠지 눈물이 찔끔 나오려 한다.

'내가 너를 어떻게 키웠는데!'와 같은 어느 드라마에서 들어본 듯한 대사가 떠오르지만 넣어두련다.

서운함과 허전함을 느끼기보다는 아이의 눈부신 성장에 기뻐하는 엄마가 되고 싶다.

속마음은 어떨지 몰라도 적어도 겉으로는 내색하지 않는 쿨한 엄마가 되고 싶다.

그래도 혹시나 아이에게 힘든 순간이 오면 언제라도 찾아와 쉬었다 가도 된다고 말해줘야지.

언제나 나는 이 자리에 있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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