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와 함께한 모든 순간이 고마워
[그림책 에세이] 오늘도 고마워 - 글/ 윤여림, 그림/ 이미정
육아가 체질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아이들을 사랑하는 마음만큼 육아도 쉬우면 좋을 텐데 안타깝게도 그렇지 않다.
육아는 내가 만나본 그 어떤 문제보다 풀기 어려운 문제였으니까.
직장생활로 인한 스트레스로 원형탈모까지 겪었던 나는 사표를 던지지 않고, 꿋꿋하게 그 자리에서 버티면서 '내 인생에 이보다 더 어려운 일이 있을까?' 생각했더랬다.
하지만 웬걸, 직장은 "에라이! 내가 관둔다. 관둬!" 하고 큰소리치며 그만둘 수라도 있지. 엄마 자리는 힘들다고 도망칠 수도, 그만둘 수도 없다.
그럼에도 엄마가 힘을 낼 수 있는 건 아이 덕분이다.
윤여림 작가의 <오늘도 고마워>는 마치 내 모습을 보는 것과 같은 평범한 엄마가 등장한다.
다른 점이 있다면 나는 전업주부, 그림책 속 엄마는 워킹맘이라는 것.
엄마는 남들이 보고 감탄할만한 요리 솜씨가 아니다. 소풍날 아이에게 싸 준 김밥은 다른 아이들의 도시락에 비해 화려하지 않다. 가끔 아이의 준비물을 잊어버리기도 한다.
아이가 늦게까지 안 자겠다고 떼를 써서, 벽에 낙서를 해서 아이에게 버럭 화를 내기도 한다.
하지만 아이는 기억하고 있다. 늦더라도 어린이집에 데리러 와준 엄마를, 아플 때 밤새 곁을 지키며 살펴준 엄마를, 자신이 실수했을 때 괜찮다고 말해준 엄마를 마음속에 꼭꼭 담고 있다.
아이는 엄마가 좋다고, 세상에서 최고로 좋다고 말한다.
이 그림책을 읽으면서 '아이에게 오늘 어떤 말을 제일 많이 했더라?' 가만히 생각해 보았다. "사랑해" 아니면 "고마워"라는 말이면 좋았을 텐데 "빨리 해.", "안 돼!"라는 말이 먼저 떠올랐다.
<오늘도 고마워>에는 엄마가 전하는 "고마워"라는 말이 반복해서 등장한다.
엄마가 싸 준 못난이 김밥을 맛있게 먹어 줘서 고맙고, 화쟁이에 실수투성이인 엄마라도 좋다고 말해줘서 고맙다.
일이 바빠 하루 종일 같이 있어 주지 못하는데도 아이가 잘 자라 주어서 고맙다.
아이들이 작은 일에도 투정을 부리고, 떼를 쓰는 것처럼 보여도 끊임없이 사랑을 표현하고, 사랑을 준다.
그런 아이들의 모습을 보면서 엄마인 내가 아이에게 주는 사랑보다 아이에게 받는 사랑이 더 크다고 느낀다.
엄마인 내가 아이들을 키우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이 나를 성장하게 만드는 것 같다.
생각해 보면 모든 순간 아이들에게 고맙다. 잘 먹고, 잘 자는 것만으로도 고맙고, 별일 없이 무사히 하루를 보낸 것도 고맙다.
완벽한 엄마, 좋은 엄마가 되고 싶지만 쉽지 않다.
아이를 위해 늘 애쓰고 있으면서도 더 잘해 주지 못해 미안하다.
하지만 화 잘 내고, 실수투성이인 엄마라도 아이를 향한 사랑에는 부족함이 없다.
조금 서툴고, 부족해도 아이를 사랑하는 나의 마음은 늘 일등이라고 자부한다.
그런 엄마를 믿고, 사랑해 주는 아이들이 있어 행복하다.
엄마가 제일 예쁘다고, 엄마가 세상에서 제일 좋다고 말해주는 아이들이 있어 큰 힘이 된다.
엄마가 되지 않았다면 몰랐을 수많은 기쁨과 행복을 선물해 준 아이들에게 고맙고 또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