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도 고함쟁이가 되고 싶지 않아
[그림책 에세이] 고함쟁이 엄마 - 저자/ 유타 바우어
자신의 바닥이 어떻게 생겼는지 보고 싶은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나는 나 스스로를 꽤 괜찮은 사람이라고 생각하며 살아왔다.
하지만 첫째 아이를 낳고 나서 난 전혀 다른 사람이 된 기분이었다. 산후우울증에 육아스트레스가 더해져 매일 기록을 갈아치웠다. 어제가 바닥인 줄 알았는데 오늘은 더 바닥인 날들이었다.
독일 아동문학상을 수상한 유타 바우어 작가의 '고함쟁이 엄마'는 짧고, 간결하지만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너무나 강렬해서 소름이 돋았고, 나도 모르게 눈물이 핑 돌았다.
엄마 펭귄이 아기 펭귄에게 고함을 치자 너무 놀란 아기 펭귄은 온몸이 흩어져 우주, 바다, 밀림, 산꼭대기 등으로 떨어져 버린다.
눈, 부리, 날개, 몸통, 꼬리 등 온몸을 모두 잃어버린 아기 펭귄에게 남은 것은 두 발뿐.
아기 펭귄은 자기 몸을 찾으려고 돌아다니지만 온 세계에 흩어져 버린 몸들을 다 모으기는 쉽지 않다.
엄마 펭귄은 흩어져 버린 아기 펭귄의 몸들을 찾아서 다 모으고 있었고 마지막으로 방황하는 발까지 찾아 정성스레 꿰매 준다.
엄마 펭귄이 아기 펭귄을 다 꿰매 주고 꼭 안아 주며 말한다. "아가야, 미안해."
'사랑하는 내 아이에게 소리 지르고, 화를 내야지.' 이렇게 굳게 마음먹고, 아이에게 화를 내는 엄마는 아마 없을 것이다.
아이 역시 '사랑하는 엄마를 머리끝까지 화나게 만들어야지.' 결심해서 하는 행동들은 아닐 테고. 같은 말을 열 번을 해도 듣지 않는다거나 하지 말라고 하는 행동만 골라서 하다가 다친다거나, 어린이집에 가야 하는데 옷장에 있는 옷을 전부 꺼내서 맘에 안 든다며 투정을 부리는 이런 행동들 말이다.
마음속으로 참을 인을 새기며, 꾹 삼켜 보지만 그날의 컨디션에 따라 못 참고 아이에게 큰 소리를 내게 되는 날이 있다. 시간이 지나고 보면 별 것 아닌 일인데 왜 그 순간에는 그냥 넘어갈 수 없었을까.
순간을 참지 못해 아이에게 소리를 치고 나면 나 스스로가 한없이 부끄럽게 느껴졌다. '난 이것밖에 안 되는 사람이었나?' 하는 생각에 자괴감이 들었다. 아이가 얼마나 놀랐을지 생각하면 미안한 마음에 눈물이 났다.
어쩌면 아이의 행동이 문제가 아니라 그날 내 마음과 몸 상태가 더 문제였을 거다.
출산 후 통잠을 전혀 잘 수 없었다. 남편은 새벽같이 출근하고, 퇴근은 늦었다. 아이와 나 단둘이서 보내는 시간이 길다 보니 아이는 엄마가 잠깐만 보이지 않아도 난리가 났다. 혼자서는 잠깐의 외출도 허락되지 않았다. 너무 힘들어서 울고 싶은데 아이가 보고 있으니 마음껏 울 수도 없었다. 아이에게 우는 엄마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 않아 화장실에 달려가 찬물로 세수하며 눈물을 닦아냈다.
무엇이 문제일까 생각하고 또 생각했다.
'엄마인 나'만 남아있고, '나'는 사라지고 없다는 것이 문제였다.
내 의지대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었다. 먹는 것도, 자는 것도 마음대로 할 수 없었고, 아이에게 읽어주는 그림책과 육아서 말고는 내가 좋아하는 책을 읽을 시간조차 없었으니까.
엄마가 아이보다 나를 먼저 생각하는 것이 사치라고 생각했다. 그런 생각을 하는 건 나쁜 엄마라고.
그런데 24시간 아이 옆에 딱 붙어있다고 해서 내가 좋은 엄마인 건 아니었다. 차라리 좀 떨어질 필요가 있겠다고 느꼈다. 아이가 울더라도, 남편이 힘들어하더라도 내 숨통이 트일 필요가 있다고.
그래서 주말이면 남편과 아이 단둘이 산책이라도 보냈다. 그럼 그 시간에 나는 혼자 집안일을 하든, 책을 읽든 나만의 시간을 가졌다. 나의 몸과 마음이 조금이라도 편안해질 수 있도록 노력했다. 하루아침에 달라지진 않았지만 조금씩 내 상태는 나아졌다. 육아가 힘들긴 했지만 아이에게 미안해서 눈물을 흘리며 자책하는 밤과는 이별할 수 있었다.
요즘도 어쩌다 한 번씩 아이들에게 화를 내고, 큰 소리를 치게 된다. 육아서를 읽고 또 읽고, 심지어 필사까지 하면서 마음을 다잡지만 어떠한 상황에서도 평정심을 유지하며 육아를 하기란 쉽지 않다.
달라진 게 있다면 이제는 아이 둘이서 편을 먹고, 엄마에게 대항한다는 것. 분명 좀 전까지 울며불며 싸우던 녀석들이 엄마 목소리만 달라져도 찰싹 붙어서 2대 1 대치상황이 된다. 내 목소리 톤이 조금만 달라져도 엄마가 화를 낸다며 두 녀석이 들고일어나니 속으로 '진짜 화가 뭔지 모르는 애송이들.' 하는 생각이 들어 코웃음이 난다. 엄마의 진짜 화난 모습을 본 건 아빠뿐이라는 말은 나중에 아이들이 더 크면 해줘야지.
이번 여름 방학, 아이들도 컨디션 조절 잘해야겠지만 엄마인 나도 잘 다독여서 부디 고함쟁이 엄마로 변하는 일이 없기만을 바라고 또 바란다. 엄마도 고함쟁이 엄마 되고 싶지 않아, 정말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