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안하다는 말 대신
[그림책 에세이] 엄마가 정말 좋아요 - 저자/ 미야니시 다쓰야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아프리카 속담이 있다.
그만큼 육아가 쉽지 않기에 이런 속담이 생겨난 게 아닐까.
아이를 세상에서 제일 사랑한다고 자신하면서도 온종일 아이와 씨름하다 보면 지치게 된다.
그럴 땐 속마음과는 다르게 아이에게 잔소리를 하고, 화를 내게 될 때도 있다.
잠든 아이를 보며 반성하지만 다음날이면 또다시 반복되는 하루.
아이는 그런 엄마를 보며 어떤 생각을 할지, 또 무슨 말을 하고 싶을지 아이의 속마음이 궁금해진다.
미야니시 다쓰야 작가의 <엄마가 정말 좋아요>는 아이의 속마음이 궁금한 엄마의 마음을 먹먹하게 만드는 그림책이다.
"난 있잖아. 엄마가 정말 좋아." 수줍은듯한 표정으로 엄마에 대한 애정 어린 마음을 표현하는 아이가 있다.
하지만 엄마의 아침은 정신없고, 바쁘다.
곤히 잠든 아이를 깨우며 엄마는 "잘 잤니?"라는 다정한 인사 대신, "얼른 일어나! 또 늦잠이야." 한다.
잠이 덜 깬 아이를 욕실로 들여보낸 엄마는 "세수하면 기분 좋지." 하며 웃어줄 여유가 없다. 대신 "빨리 세수해!"라며 잔소리를 하고, 혼자 옷을 입고, 밥을 먹는 아이에게 칭찬을 해주는 것이 아니라 "얼른 입어! 늦었잖아!", "얼른 먹어!"하고 재촉할 뿐이다.
나도 엄마여서 그런 걸까. 그림책 속 엄마의 입장이 이해되고, 왠지 대변해주고 싶다.
엄마도 여유로운 아침 시간을 보내고 싶지만 만약 아이가 전날 늦게 잠이 들었다면, 또는 아이가 새벽에 두어 번 잠에서 깼다면 엄마도, 아이도 아침 일찍 일어나기 쉽지 않다.
꼬물거리며 이불속으로 파고드는 아이를 보면 더 재우고 싶은 마음도 들지만 학교든 유치원이든 지각하지 않는 습관을 만들어주는 것이 중요하기에 아이를 깨운다.
또, 학교나 유치원이 집에서 가깝다면 다행이지만 차를 타고 이동해야 한다면, 또는 통학차량을 이용한다면 엄마의 마음은 더 조급해진다. 통학차량을 놓치면 아이를 보내기 위해 또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하기 때문이다. 이렇듯 여러 가지 이유로 엄마의 아침은 쫓기는 기분이 든다.
일어나기 싫은 아이를 억지로 깨워서 욕실로 들여보내고, 아침을 먹이고, 제대로 옷을 입혀 보내기까지... 더욱이 아이가 하나가 아니라면 두배로 바쁘다.
그러나 이것은 엄마의 사정이니 아이는 알리 없다.
그저 아이는 엄마의 따뜻한 관심과 애정 어린 눈빛, 말 한마디가 듣고 싶은 것이다.
엄마도 알고 있지만 급할 때는 해줄 수 없을 뿐이라고 말해도 아이에게는 엄마의 변명으로 들리겠지.
밤이 되어서도 크게 다르지 않다. <엄마가 정말 좋아요> 속 엄마는 "얼른 안 자! 지금 몇 시인 줄이나 알아!"라고 하지만 아이는 "안 자도 되니까 이불에서 같이 뒹굴뒹굴할까?"하고 말해주는 엄마의 모습을 상상하며 엄마에게 "안녕히 주무세요." 인사를 건넨다.
엄마도 알고 있다. 아이를 자꾸 혼내기만 하고, 재촉하기만 했다는 걸. 그래서 미안하다. 자신의 품에 폭 안긴 아이를 보며 이런 엄마라도 좋다고 말해줘서, 태어나줘서 고맙다고 말한다. 엄마도 네가 정말 좋다고.
그림책 속 엄마의 모습에서 밤이 되면 아이를 씻기고, 재우기 위해 마음이 조급해졌던 내 모습이 겹쳐 보였다.
"엄마, 조금만 더 놀면 안 돼요?" 묻는 아이에게 "일찍 자야 내일 일찍 일어나서 더 많이 놀지."라고 말했지만 아이를 위해서라기보다는 실은 엄마인 내가 피곤해서 조금이라도 빨리 쉬고 싶은 마음이 더 컸다.
그림책도 읽고, 옛날이야기도 하고, 노래도 부르고 '이제 이 정도면 자겠지?' 하는 나의 속마음을 눈치라도 챈 듯 더 또랑한 목소리로 "더요!" 하는 두 아이에게 결국 "이제 그만 자자!"며 소리치기도 했다.
그래도 엄마 품으로 파고드는 두 아이를 토닥이며 보낸 지난 수많은 밤들이 스쳐 지나갔다.
엄마에게 잔소리를 듣고, 혼이 났어도 엄마가 좋다고 말해주는 아이들.
아이들의 크나큰 사랑이 고맙고 또 고맙다.
엄마, 아빠가 아이를 키우는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그 반대가 아닐까. 아이가 엄마, 아빠를 더 많이 이해해 주고, 더 많이 사랑해 주는 것 같다.
아이들이 주는 조건 없는 사랑을 받는 나는 얼마나 행복한 사람인가 다시 한번 느낀다.
아이들의 예쁜 입에서 "엄마 미워!", "엄마 싫어!" 하는 말을 듣는다면 울고 싶어 지겠지.
아이들에게 사랑받고 있을 때 잘해야겠다. 앞으로는 미안하다는 말 대신 고맙다고, 정말 좋아한다고 말해줘야겠다. 그 말을 하는 나도, 듣는 아이들도 모두 기분 좋은 말이니까.